환상적인 색채의 전기소설부터 미스테리, 시대소설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독특한 역사 감각과 요염하고 탐미적인 작품을 선보여 온 미나가와 히로코의 '죽음의 샘'은 제32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수상작입니다. 동양인 작가로서는 드물게 제2차 세계대전하의 독일을 배경으로 한 나치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데 진중하고 탐미적인 분위기, 치밀한 고증이 돋보이는 작품이며 신화, 인종, 가족, 예술에 대한 작가의 놀라운 식견과 폭 넓은 세계관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죽음의 샘'의 또 다른 매력은 '책 속의 책'이라는 독특한 설정입니다. 이 작품은 미나가와 히로코의 순수 창작품이지만 가상의 독일인 귄터 폰 퓌어스텐베르크라는 인물이 지어낸 것처럼 첫 장면을 시작해 '독일 문학의 일본 번역서'의 형태를 띠고 있는 점도 출간 당시 화제가 되었습니다. 작품 속의 작품이라는 묘한 형식은 단순한 구성이라기보다 또 하나의 장치적 요소로 작용하며 독자에게 놀라울 만한 반전을 가져다줍니다. 일본인이 그려낸 나치 독일의 이야기지만 독일 문학을 읽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다분히 착각이라고 볼 수만은 없는 작가의 능력일 것입니다.


미나가와 히로코는 '나오키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시바타 렌자부로상',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등 일본의 대표적인 상들을 모두 거머쥔 일본의 대표 작가입니다. 환상적인 색채의 전기소설부터 미스테리, 시대소설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독특한 역사 감각과 요염하고 탐미적인 작품으로 일본의 많은 독자들을 환상의 세계로 끌어들였는데 특히 '죽음의 샘'은 작가에게 '환상 미스테리의 대가'라는 수식어를 안겨준 대표작입니다.


이 작품은 작가가 1970년대부터 구상, 완벽한 구성을 위해 10년이라는 세월을 투자했으며 작품의 리얼리티 확보를 위해 독일에 직접 가서 취재를 했을 만큼 큰 공을 들였습니다. 책은 기자, 평론가의 찬사는 물론, 출간 당시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미 일본 유수의 문학상을 섭렵한 작가이지만 미나가와 히로코는 '죽음의 샘'으로 '주간문춘 미스테리 베스트 10' 1위,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수상, '이 미스테리가 대단하다' 3위를 차지하며 다시 한 번 독자들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각인되었습니다.


20세기에 부활한 카스트라토의 마력을 지닌 노래, 소름끼치는 인체실험에 의해 만들어진 성숙한 10세 소녀, 오래된 성의 지하에서 펼쳐진 아름다운 명화 등이 빚어내는 미와 악, 그리고 사랑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또한 나치의 광기가 엄습해오는 세계에서 퇴폐적인 분위기가 장대한 복수의 이야기에 색을 입혀 책장을 펼치는 순간 꿈과 현실이 교차하며 역사적 고증과 함께 신화, 예술까지 아우르는 환상적 분위기를 만끽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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