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뷸러상(Nebula Award)은 미국 SF 판타지 작가 협회가 지난 2년동안 미국 내에서 출판 및 발표된 SF 작품을 대상으로 매년 수여하는 문학상입니다. 수상자에게는 내부에 성운 모양이 담긴 투명한 트로피가 주어집니다. 상금은 없지만 세계적으로도 저명한 상이며 수상은 곧바로 책의 판매 증가로 이어집니다.


휴고상은 팬 투표에 의해서 선택되는 상인 반면 네뷸라상은 SFWA 소속의 작가, 편집자, 비평가 등 SF 전문가들이 선출하는 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간일로부터 1년간 추천 받을 자격이 주어지는데 그 기간 동안 FWA 회원들은 수상 후보작에 대해 추천을 하여 열 개의 추천을 받은 작품은 해당 년도의 예선 후보작이 됩니다. 매 해 초에 SFWA 회원들은 예선 후보작에 대해 투표를 해 각 시상 분야로 최종 다섯 작품의 후보를 남기며 수상 자격이 충분하지만 누락된 작품을 보충하고자 할 때는 각 시상 분야별로 특별 네뷸러 심사위원회가 승인 되어야 합니다. 최종 후보작이 결정되면 SFWA 멤버의 투표로 수상작이 결정됩니다. 첫 네뷸러 상은 1965년에 시상되었으며 최초 수상작은 프랭크 허버트의 '듄'이었습니다. 같은 작품이 네뷸러상과 휴고상을 동시 수상하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작품은 '더블 크라운'이라고 부릅니다.


매년마다 있는 것은 아니지만 네뷸러 시상식에서는 네뷸러 상 외에 다른 시상식이 함께 이뤄지기도 합니다. 해당 장르 분야에 공헌한 이에게 주어지는 Author Emeritus, 일생의 성취에 대해 평가하고 시상하는 Damon Knight Memorial Grand Master Award, 우수 영상대본에게 주는 Bradbury Award, SFWA Award, 청년 대상의 SF와 판타지에 대해 수상하는 Andre Norton Award가 있습니다.

 

 

 


네뷸러상의 첫 수상작인 '듄'은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네뷸러 상, 휴고 상, 로커스 폴 상등을 수상하며 비평계의 찬사를 받은 영미 SF의 고전입니다. 20세기 영미 SF계의 거장인 프랭크 허버트가 죽을 때까지 작업한 이 연대기는 제1부 듄Dune, 제2부 듄, 메시아Dune, Messiah, 제3부 듄의 후예들Children of Dune,
제4부 듄의 신황제God Emperor of Dune, 제5부 듄의 이단자들Heretics of Dune, 제6부 듄의 신전Chapterhouse: Dune 총6부작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주 시대 3만 년의 인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듄'은 공상 과학 소설이라는 장르 문학에 속하면서도 화려한 주인공들과 플롯의 탄탄함에 힘입어 이례적으로 출간 이후 현재까지 1200만 부 이상이 팔렸다고 합니다.

 

 

 


2004년 네뷸러 상 최우수 장편상 수상작 '어둠의 속도'는  루 애런데일이라는 자폐인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정상적인 삶'이라는 것에 대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편견을 갖고 있었는지 깨닫게 해주는 소설입니다. 저자는 섬세하고 차분하며 내밀하게 자폐인의 심리를 다뤄 끈적한 감상주의에 호소하기보다는 시종일관 냉정할 정도로 차분하게 서술하고 있으며 쉽게 알아차리기 힘든 세밀한 인물의 내면세계 구석구석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정상과 비정상, 앎과 무지, 이해와 몰이해가 극단적으로 구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경계를 정확히 짚어낼 수 없는 스펙트럼 상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소설입니다.

 

 

 


'제노사이드', '마인드 차일드'로 SF 소설계의 거장으로 자리잡은 오슨 스콧 카드 작품 '앤더의 게임'은 휴고 상과 네뷸러 상을 동시에 수상한 오슨 스콧 카드의 대표작으로 11살 소년을 통해 생명에 대한 연민,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의사소통 단절에서 오는 비극을 그리고 있는 책입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모든 의사 통로가 왜곡된 상황에 혼자 격리된 어린 소년이 조작된 게임을 혼자 맞닥뜨리며 인간성을 유린당하고 역으로 영웅으로 추대되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한 아이의 성장통을 다룬 성장소설이면서 온갖 철학적 사유와 인간적 갈등이 덧붙여진 구도소설이 합쳐져 만들어진 한편의 장대한 스페이스 오페라라 평해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SF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어떤 순수문학보다도 깊이 있고 스케일 큰 이야기를 멋지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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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상호관계로 묶어지는 매듭이요, 거미줄이며, 그물이다. 이 인간관계만이 유일한 문제이다."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로 유명한 프랑스의 소설가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에서 발표한 '어린 왕자'는 작가 자신이 아름다운 삽화를 넣어서 독특한 시적 세계를 이루고 있으며 그를 오늘날까지 모든 이의 사랑을 받는 작가로 만들었습니다. 그 밖에도 대표작 '인간의 대지', '야간 비행', '전투 조종사'등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삶을 개개 인간 존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정신적 유대에서 찾으려 한 그의 관념을 개성적으로 담아내었습니다.


'인간의 대지'는 우편 비행 업무를 수행하던 중 사막에 추락했다가 살아남았던 작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에 배경 묘사는 물론이거니와 갈증으로 죽어가는 인간의 심리 묘사가 치밀하고도 생생합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단순한 보고서나 작업 일지가 아닌 한 편의 장엄한 상징시가 될 수 있는 것은 인간, 비행기의 각종 기계장치, 사물, 풍경 등이 갖는 초월적인 의미가 간결한 은유 안에서 강렬하고 풍성하게 살아 숨 쉬기 때문입니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고양된 인식으로 가득 찬 이 작품은 삶에 대한 찬양이자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축하의 메시지입니다.


자신의 경험을 세심하게 다듬어 서정적이고 사색적인 산문으로 승화시킴으로써 동시대인들을 사로잡았던 생텍쥐페리는 2차 대전과 나치즘의 득세 등 비극적이고 끔찍한 상황을 겪으면서 인간적인 연대감이야말로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단 하나의 진실이고 상호적인 책임감이야말로 유일한 윤리라고 확신했습니다. '인간의 대지' 속 주인공 역시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 직업상의 사명감, 타인에 대한 배려와 책임 등에 대해 명상하며 전쟁의 무의미함과 상호 연대를 역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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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대문학을 탄생시킨 단 하나의 책"이라는 찬탄을 듣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미국문학의 아버지 마크 트웨인의 대표작입니다. '톰 소여의 모험'의 후속편 형식을 취하면서 동일한 등장인물과 이전의 배경을 공유하지만 트웨인이 이 작품을 집필하는 데 장장 8년을 쏟은 만큼 문학적 깊이와 완성도는 단순한 후속편 이상의 가치를 지닙니다.

 
후속편의 형식을 띠고 있는 이 작품은 천박한 권위주의의 상징인 술주정뱅이 아버지로부터 도망쳐 나온 허크와 도망친 검둥이 노예 짐이 미시시피 강을 따라 뗏목을 타고 다니며 겪는 모험담을 그리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를 통해 흑인 노예의 존엄성을 깨닫게 되는 열네 살 소년의 도덕적 성장과 노예제도를 옹호하는 남부 사회의 위선에 대한 비판을 담아냈습니다.


자유를 위한 두 명의 탈주자, 헉과 짐이 뗏목을 타고 유유히 여행하면서 도도히 흐르는 웅장한 미시시피 강과 작디작은 강변 마을 사람들의 삶이 엮어내는 장엄한 서사시가 소설의 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싸움과 사기극에 빠져들고 톰 소여와 엮어낸 탈출극을 겪는 등 헉의 갖가지 모험이 마크 트웨인의 지칠 줄 모르는 필치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노예제, 기독교 문명, 백인들의 허위의식 등 당대 사회현실과 문명세계에 대한 폭넓고 깊은 성찰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숨 막히게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기발한 재치와 의로운 용기로 헤쳐 나가는 허크의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어느새 그의 뗏목에 함께 타고 있는 착각에 빠져듭니다. 모든 것을 가식 없이 받아들이는 순수한 소년의 시선을 통해 인간과 사회의 진실과 거짓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이 소설은 어른과 아이, 동양과 서양의 경계 없이 시공을 초월해 영원히 살아남을 걸작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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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렌'은 1999년 단편 '중독'으로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 신인상 하반기 신인공모를 통해 데뷔한 작가 오현종의 첫 창작집입니다. 데뷔 이래 줄곧 견지해온 생을 추동하는 기제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작가 특유의 속도감 있고 영상미 넘치는 문체로 문단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가 4년여에 걸쳐 발표했던 10편의 단편들을 담았습니다.


표제작인 '세이렌'을 비롯하여 신인상 당선작이었던 '중독' 등 이 책에 수록된 다수의 작품들이 '사랑과 '이별', 그리고 '죽음'이라는 낯익은 모티프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내용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에 지나지 않습니다. 낯익은 내용 요소를 통해 오현종은 인간의 정체성과 삶의 추동력, 치열한 존재증명이라는 밀도 깊은 삶의 주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저변에 기존의 서사 양식을 전복시키는 위력을 갖춘 탄탄한 서사 양식에 대한 통찰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피상적일 수 있는 장면들이 새롭게 다가오고 낯익음 속의 낯설음, 그것이야말로 오현종 작품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입니다. 그것은 곧 피상적인 모티프들의 안쪽에 변주되는 밀도 깊은 의제를 다루는 작가의 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소설은 내게 있어 나를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인지도 모른다. 나는 답장 받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이해 받고 싶은 열망에 들끓어 한달음에 편지를 써내고 만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자신이 아닌 것들을 쉽게 버릴 수 있는지, 그들이 가장 아름다웠던 백만 분의 일초는 과연 언제였는지, 나는 편지를 쓰면서 묻고 또 묻지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희망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다는 것만큼 치명적인 결점이 없으리라는 것 또한 나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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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차세대 작가로 주목 받아온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골든 슬럼버'는 그의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암살범 누명을 쓴 한 남자의 3일을 기록한 이 소설로 그는 그해 4월, 일본 서점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5월에는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하기에 이릅니다. 데뷔 초부터 여러 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나 번번히 수상에 실패했던 그가 평단과 독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게 된 것입니다.


어느 날 난데없이 암살범으로 지목된 한 남자가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3일을 그린 이 소설은 시간을 넘나드는 사건 전개와 치밀한 복선, 퍼즐식 구성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독자의 시선을 사로 잡고 있습니다. 특히 소설 초반에 흩뿌린 파편 같은 요소가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주인공의 운명을 좌우하는 카드로 작용하거나 전반부에서 나온 어떤 인물의 대수롭지 않은 말 한마디가 후반부에서 예기치 못한 실마리가 되어 사건의 양상을 바꾸는 과정이 반복되는 놀라운 플롯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골든 슬럼버'는 절묘한 시간 구성과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활약, 예상치 못한 복선 등 기교면에서 지금까지 이사카 코타로 소설을 돋보이게 했던 장점들이 한데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어느 날, 난데없이 암살범으로 지목된 한 남자가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3일 간을 기록한 이 소설은 시간을 넘나드는 사건 전개와 이야기 곳곳에 뿌려진 복선의 씨앗이 일제히 싹을 틔워 꽃을 피우는 클라이맥스가 철저하게 구현된 소설입니다. 특히 소설 초반에 흩뿌린 파편 같은 요소가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주인공의 운명을 좌우하는 카드로 작용하거나 전반부에서 나온 어떤 인물의 대수롭지 않은 말 한마디가 후반부에서 예기치 못한 실마리가 되어 사건의 양상을 바꾸는 과정이 반복되는 가히 천재적이라 할 만한 플롯의 구성력을 보여줍니다.


센다이라는 소도시의 폐쇄된 공간에서 누명을 쓰고 쫓기는 한 남자를 따라가는 이 작품은 첨단 정보사회에서 거대한 경찰국가의 음모에 휘말리는 주인공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험을 그린 작품으로 개인의 삶을 아슬아슬한 선까지 짓밟으려는 국가 규모의 악의에 필사적으로 대항하는 주인공의 모험을 통해 나약하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형태를 가슴 뭉클하게 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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