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렌'은 1999년 단편 '중독'으로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 신인상 하반기 신인공모를 통해 데뷔한 작가 오현종의 첫 창작집입니다. 데뷔 이래 줄곧 견지해온 생을 추동하는 기제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작가 특유의 속도감 있고 영상미 넘치는 문체로 문단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가 4년여에 걸쳐 발표했던 10편의 단편들을 담았습니다.


표제작인 '세이렌'을 비롯하여 신인상 당선작이었던 '중독' 등 이 책에 수록된 다수의 작품들이 '사랑과 '이별', 그리고 '죽음'이라는 낯익은 모티프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내용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에 지나지 않습니다. 낯익은 내용 요소를 통해 오현종은 인간의 정체성과 삶의 추동력, 치열한 존재증명이라는 밀도 깊은 삶의 주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저변에 기존의 서사 양식을 전복시키는 위력을 갖춘 탄탄한 서사 양식에 대한 통찰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피상적일 수 있는 장면들이 새롭게 다가오고 낯익음 속의 낯설음, 그것이야말로 오현종 작품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입니다. 그것은 곧 피상적인 모티프들의 안쪽에 변주되는 밀도 깊은 의제를 다루는 작가의 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소설은 내게 있어 나를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인지도 모른다. 나는 답장 받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이해 받고 싶은 열망에 들끓어 한달음에 편지를 써내고 만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자신이 아닌 것들을 쉽게 버릴 수 있는지, 그들이 가장 아름다웠던 백만 분의 일초는 과연 언제였는지, 나는 편지를 쓰면서 묻고 또 묻지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희망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다는 것만큼 치명적인 결점이 없으리라는 것 또한 나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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