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백 년의 시간'은 20세기 종교학을 이끈 선두주자로 꼽히는 대학자 엘리아데의 소설입니다. 이 책에는 벼락을 맞고 30세로 회춘하여 100년을 산 언어학자 노교수의 신기루 같은 삶을 이야기한 '백 년의 시간'과 한쪽 눈을 다쳐 검은 안대를 하고 다니던 젊은 수학 천재가 '방랑하는 유대인 아하스베루스'라는 신비한 노인과 만나 세상의 멸망과 구원에 대해 얘기 나누는 몇 시간 동안의 기묘한 이야기를 그린 '다얀', 두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현대 지성계를 대표하는 사상가답게 엘리아데는 이들 작품을 통해 일상에서 의미를 찾는 데 초자연적인 것과 신화의 중요성을 암시합니다. '백 년의 시간'은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기 1년 전인 1938년 부활절 밤, 자살을 결심한 한 70세의 노인이 벼락을 맞아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며 시작합니다. 피부가 100퍼센트나 탄 채로 병원에 실려 간 그는 현대 의술과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살아남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억력과 초능력에 가까운 지적 능력을 갖게 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죽음을 목도에 두었던 노인이 하루하루 예전의 젊음을 되찾더니 서른 살로 회춘해 버립니다.


이 책에 실린 또 하나의 이야기 '다얀'은 한쪽을 다쳐 검은 안대를 하고 다녀서 이스라엘의 애꾸눈 장군 이름을 따 '다얀'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한 젊은 수학 천재는 어느 날 "방랑하는 유대인" 아하스베루스라는 묘한 노인과 마주칩니다. '아하스베루스'는 예수가 골고다 언덕으로 십자가를 지고 갈 때, 잠시 쉬어가려 하자 쫓아낸 인물로 세상의 종말이 도래해 최후의 심판이 있는 날까지 죽지 않고 세상을 떠돌아야 하는 운명을 짊어지게 된 기독교 성전에 등장하는 신비의 인물입니다. 그 유대인 노인과 만난 후, 다얀의 멀쩡했던 눈과 다친 눈이 서로 뒤바뀌며 안대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차고 다니자 주변 사람들로부터 의심을 받고 정부 기관마저 비밀리에 그의 뒤를 밟습니다.


이렇듯 엘리아데의 소설 속에 나오는 환상적인 이야기들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 위치를 바꾸어주며 우리가 현실로 인식하는 사실들이 거짓일 수 있으며 오히려 비현실 속에 진리가 숨어 있다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이전에는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의미의 세계를 발견하게 도와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영화 '검은 집'의 원작소설이자 제4회 일본 호러소설대상장편 대상 수상작 '검은 집'의 작가 기시 유스케가 연작 단편이라는 형식으로 선보이는 본격 미스테리 작품집 '도깨비불의 집'을 출간했습니다. 항상 가해자의 심리에서 인간 드라마와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그려온 기시 유스케이지만 이번에는 '밀실'이라는 가장 단순한 형태로 독자에게 수수께끼를 제시하며 사건 본질에 접근해갑니다. 일반인이 쉽사리 상상할 수 없는 곳을 침입 장소로 생각해내는 도둑과 밀실 사건을 전문적으로 해결하는 변호사라는 이질적 존재를 통해 다양한 추리와 정확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이 연작 단편집에는 변호사 아오토 준코와 전·현직 도둑 에노모토 케이 콤비가 등장하는 네 편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고즈넉한 도깨비불 마을에 집 안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 소녀의 사건을 다룬 표제작 '도깨비불의 집', '검은 이빨'이라는 단서 외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애완동물과 사라진 남자 사이의 범죄 이야기를 추적하는 '검은 이빨', 도쿄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뉴반탄호텔에서 시체로 발견된 일본장기연맹 기사의 사건을 추적하는 '장기판의 미궁', 그리고 미모의 여배우가 법률 사무소를 찾아와 한밤중에 일어난 자택 살인사건의 해결을 의뢰하는 내용을 다루는 '개는 알고 있다'까지 작가는 기발한 소재와 스토리로 다양한 트릭의 밀실 미스테리를 선사합니다.


기시 유스케는 인간의 욕망과 광기를 세밀하게 그려내는 작가입니다. 하지만 이번 신작 '도깨비불의 집'은 작가 특유의 인간 드라마나 배경을 배제한 채 스토리만 전개되는데 이는 독자들이 '본격 미스테리'의 트릭 그 자체만을 즐길 수 있도록 기시 유스케가 연작 단편이라는 형식을 의도적으로 취한 것과 맞물립니다. 밀실을 테마로 한 '도깨비불의 집'은 이런 이유로 기시 유스케의 첫 단편집이 되었습니다.


"본격 미스테리를 쓰고 싶었다. 본격 미스테리는 수수께끼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로 불가능 범죄가 대상이어야만 한다. 그리고 불가능 범죄를 밀실을 통해 구현한다면 아무리 복잡한 트릭이라도 밀실의 침입·탈출 여부에 초점이 모이게 된다. 단순한 형태로 독자에게 수수께끼를 제시할 수 있으니 가장 좋지 않은가!"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을 발하며 서서히 목을 조여오는 도깨비불과 검은 빛 이빨을 드러내며 다가오는 정체불명의 생물,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미궁에 빠져버린 장기판의 말, 그리고 밤의 정적을 뚫고 날아든 맹견의 숨겨진 진실까지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유리망치'에 이어지는 신간 '도깨비불의 집'을 통해 기시 유스케는 다양한 트릭의 밀실 미스테리를 선사할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파란 동그라미의 사나이'는 프랑스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프레드 바르가스의 대표작으로 2009년 영국 추리소설작가협회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바르가스가 창조한 인물 중 큰 사랑을 받는 캐릭터인 아담스베르그 형사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예고 없이 날아드는 우아하고 섬뜩한 동그라미가 전하는 메시지, 그리고 "파란 동그라미의 사나이"를 다각적으로 쫓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어느 날부터 파리의 거리에는 새벽마다 파란 동그라미가 출몰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맥주 깡통, 바구니 등 평범한 소품들이 들어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고양이와 사람의 시체가 파란 동그라미 안에서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안에는 우아한 필체로 "빅토르, 고약한 운명 같으니, 너는 밖에서 무얼 하고 있느냐?"라는 문장이 적혀 있습니다. 엘리트 수사관 '장 바티스트 아담스베르그'는 관록과 직감을 바탕으로 파란 동그라미의 사나이를 밝히기 위해 수사망을 좁혀갑니다.


"내일 아침 일찍, 오늘 밤에 또 새로운 동그라미가 그려졌는지 반드시 확인하게나. 있다면 열심히 연구하게. 자네만 믿네. 아까 그 여자에게도 조심하라고 말했네. 두고 보게나. 이건 반드시 커질 걸세. 한 달 전부터 동그라미가 갑자기 많아졌네. 가속도가 붙었단 말일세. 여기엔 분명히 아주 끔찍한 뭔가가 있어. 자넨, 그런 냄새 안 나나?"
당글라르는 잠시 생각하더니 머뭇거리면서 대답했다.
"글쎄요, 퇴폐적인 뭔가가 있다면 있을까…… 어쩌면 누군가가 대대적으로 벌이는 장난일지도 모르죠……."
"아닐세, 당글라르. 절대로 그렇지 않네. 파란 동그라미에서는 잔인함의 고름이 배어 나온다네."


이처럼 '파란 동그라미의 사나이'는 프레드 바르가스의 탁월한 서사 전개와 긴장감, 독특하고 정감이 가는 인물들의 등장, 예측하지 못한 반전에 반전을 보여 줍니다. 한여름에 '파란 동그라미의 사나이'를 만나면 입맛 잃기 쉬운 계절에 자꾸 들여다보고 싶은 독서의 즐거움을, 한겨울에 프레드 바르가스의 "롱폴" 시리즈를 만나면 추위를 이겨낼 유쾌한 기운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854년에 출간된 '월든'은 초절주의 사상가이자 시인인 친구 에머슨 소유의 월든 호숫가 숲 속에 소로가 손수 방 한 칸짜리 오두막집을 짓고, 2년 2개월 2일간 자연 속에서의 자급자족하는 독립적인 무소유의 삶을 경험한 뒤 그에 대한 내면 성찰을 담아 출간한 에세이집입니다. 사회로부터 고립된 숲 속 삶의 시작일이 1845년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이라는 점은 참으로 의미심장한데 고독과 명상, 자연 친화를 강조하는 '월든'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필사적인인생살이로부터의 정신적 독립운동을 그린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는 작품입니다.


'월든'은 자연과 유리된 채 이를 파괴해 온 근대 서구 물질문명에 대한 사회 비판서이나 단순히 비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안적 삶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바쁜 현대인들의 소유의 삶에서 벗어난 자연 속에서의 소박하고 담백한 무소유의 삶을 되새기는 것입니다. 자발적 고립의 삶 속에도 지역 공동체와의 결속과 교제 또한 잊지 않음으로써 인간에 대하여 따뜻한 시선을 보냅니다. 뿐만 아니라 물 흐르는 듯 유려한 문체 속에 고전 문학에의 고급 취향이 어우러져 고급 문학 에세이로서 제시되고 있습니다.


소로는 월든 호숫가 숲 속에서의 삶을 일종의 실험으로 생각했습니다. 복잡다단하고 탈인간화하는 산업 혁명기 사회로부터 벗어나 농경친화적인 단순한 생활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극도로 단순하고 검소한 삶을 영위함으로써 산책하고 사색하며 글을 쓰는 여가 생활을 늘렸으며 이를 통해 후회가 남지 않는 깨어 있는 삶을 살고자 했습니다. 이는 당시 같은 생각을 공유하던 초절주의자들의 믿음을 실천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개인의 영혼과 자연 속에서 보편적인 영적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쟁 속에서 부지런히 일해 이겨야만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이라고 여겨지는 이 시대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보여준 삶의 모습은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이 될 것입니다. 모든 면에서 세속적 잣대를 철저히 거부하고 오로지 자기만의 방식으로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았던 그였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자급자족하는 생태주의적 삶의 지침서로 꾸준히 읽혀온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간소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랑'과 '호감'이라는 주제를 전면적으로 다뤄온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일레인 N. 아론은 20년 동안의 심리 상담을 통해 우울증, 수치심, 질투, 열등감, 불안 등 다양한 문제 속에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프레임이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못난 나'라는 심리기제였습니다. '못난 나'란 우리의 내면 깊숙이 숨어 있는 그것은 스스로가 가치 없다고 느끼는 또 다른 자신으로 '못난 나'가 바로 우리의 사랑받을 권리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못난 나'는 쉽게 말해 실제보다 자신을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특히, 이 개념은 '낮은 자존감'이라는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저자는 이 '낮은 자존감'의 문제를 '못난 나'라는 프레임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저자는 이 '못난 나'를 파악함으로써 긍정적 마인드만으로 극복할 수 없었던 마음의 상처의 근원적인 원인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가볍고 일시적인 해결책이 아닌 '못난 나'를 발생시키는 심리 프레임을 바꾸라는 근본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사랑받을 권리'는 스스로도 몰랐던 '못난 나'를 발견하게 하여 내면으로부터 나를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줍니다. 무엇보다 당당하고 아름답게 타인과 관계 맺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동시 진단표, 설문조사, 풍부한 사례 등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파악하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어떠한 자극에도 흔들림 없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주는 대로 받는 것이 뭐 어렵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내면의 '못난 나'에 사로잡혀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내리며 살아온 사람들은 타인의 상냥하고 따뜻한 관심을 오히려 불편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그런 배려를 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순위 매기기’를 강조하는 문화에 길들여진 사람은 도움과 호의를 받아들이는 행위를 ‘어린아이처럼 의존적으로 구는 태도’라고 여겨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