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4년에 출간된 '월든'은 초절주의 사상가이자 시인인 친구 에머슨 소유의 월든 호숫가 숲 속에 소로가 손수 방 한 칸짜리 오두막집을 짓고, 2년 2개월 2일간 자연 속에서의 자급자족하는 독립적인 무소유의 삶을 경험한 뒤 그에 대한 내면 성찰을 담아 출간한 에세이집입니다. 사회로부터 고립된 숲 속 삶의 시작일이 1845년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이라는 점은 참으로 의미심장한데 고독과 명상, 자연 친화를 강조하는 '월든'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필사적인인생살이로부터의 정신적 독립운동을 그린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는 작품입니다.


'월든'은 자연과 유리된 채 이를 파괴해 온 근대 서구 물질문명에 대한 사회 비판서이나 단순히 비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안적 삶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바쁜 현대인들의 소유의 삶에서 벗어난 자연 속에서의 소박하고 담백한 무소유의 삶을 되새기는 것입니다. 자발적 고립의 삶 속에도 지역 공동체와의 결속과 교제 또한 잊지 않음으로써 인간에 대하여 따뜻한 시선을 보냅니다. 뿐만 아니라 물 흐르는 듯 유려한 문체 속에 고전 문학에의 고급 취향이 어우러져 고급 문학 에세이로서 제시되고 있습니다.


소로는 월든 호숫가 숲 속에서의 삶을 일종의 실험으로 생각했습니다. 복잡다단하고 탈인간화하는 산업 혁명기 사회로부터 벗어나 농경친화적인 단순한 생활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극도로 단순하고 검소한 삶을 영위함으로써 산책하고 사색하며 글을 쓰는 여가 생활을 늘렸으며 이를 통해 후회가 남지 않는 깨어 있는 삶을 살고자 했습니다. 이는 당시 같은 생각을 공유하던 초절주의자들의 믿음을 실천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개인의 영혼과 자연 속에서 보편적인 영적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쟁 속에서 부지런히 일해 이겨야만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이라고 여겨지는 이 시대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보여준 삶의 모습은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이 될 것입니다. 모든 면에서 세속적 잣대를 철저히 거부하고 오로지 자기만의 방식으로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았던 그였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자급자족하는 생태주의적 삶의 지침서로 꾸준히 읽혀온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간소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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