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퀴엠 - CJK - 죽은자를 위한 미사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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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못 쓴건 아니고, 원래 마구 글쓰는 저자도 아니고-

하지만 화가 나는건 참을 수 없었다. 책속에 빼곡히 써 있는 내용들은 책으로 나올만한(하질이라던가 글이 유치하다던가라는 말이 절대로 아닌!) 종류가 아니었다. 잡지나 신문의 한 면적에 놓여져 있으면 그토록 재미있고 감칠맛 날 글이었는데, 이들을 책으로 한가득 묶어 내 놓았으니 화가 날 밖에.

국수 고명을 돈까스 고기위에 수 놓은 격이랄까? 아니면 돈까스의 소스를 국수고명위에 뿌려놓았던지.

더욱 싫은 것은 책의 가격. 요즘 책을 사면서 느낀것은, 책값이 일종의 "저자"브랜드나 책이 좀더 질적으로 상위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일종의 행위같이 보인다. 그것도 독자를 향해 고문하는 "가혹행위"말이다.

편집도, 저자도 다양해 지고 있는 요즘이기에 손이 가는 책도, 마음이 가는 책도, 소장하고 싶은 책도 무척이나 많아졌다. 하지만 난 고문당하고 산다. 동의할 수 없는 책의 가격과 출판사의 안목, 그리고 짙게 배여있는 "상술"의 흔적들 때문에.

내게, 독자에게 순수한 출판사가 절실하다. 이렇게 학대받는 독자문화는 싫다.

물론-아닌 곳도, 아닌 책도 있기는 있다. 너무나 보기 드물어 그렇지. 사고싶은 책을 집어 들고 가격을 확인할때마다 배어나오는 한숨이 내 마음을 절절절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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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주스토리 2
낸시 헤더웨이 / 세종(세종서적)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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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가 아프고 머리가 아프다. 이런날 책을 읽는다는 건 거의 고문에 가까운 일이다.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고, 그 무엇도 나의 의욕을 보존해주지 못한다. 하지만, 그래도 하는 일이 있기에 참고서적은 오늘 내로, 혹은 내일까지 읽어야 하고자 하는 것의 진도를 마칠수 있다.

이렇게 이도 아프고 머리가 아프면, 깊고 전문적인 참고서적은 피해줘야한다. 아...목도 아프기 시작하네. 몸이 아프면 아플수록, 하지만 의무방어적인 독서를 해야한다면 약간은 가볍고 재미있는 책으로. 결국 손에 잡은것은 오래되었던 낸시 헤더웨이의 "아름다운 우주스토리"로군....

첫 표지의 작가 사진은- 마치 로맨스 소설에 등장하는 여 주인공 같다.

뾰족하게 빠진 턱과 한껏 웃는 미소. 그리고 풍부한 곱슬머리-파마인가? 인상 좋은 이 아가씨..아마추어 천문가라고 한다. 원래 직업은 소설가이고. 이럴땐 천문학이 소설가의 덕을 본다고 해야할까? 많은 문헌자료와 많은 이야기들의 조합은 피자위에 지금 막 녹기 시작하는 모짜렐라 치즈같이 쫀득하고 뜨겁다. 그리고 아마추어 천문가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굳이 대학의 전공을 하지 않았다는 말일뿐-이정도라면 우리나라에서 학부 졸업한셈 쳐도 상관없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4개인 탓은 번역이 걸리기 때문이다.

전문번역가가 아닌듯도 하고-. 읽는데 마치 오래된 나무 등걸처럼 푸석푸석하게 문맥이 떨어져 나가는 부자연스러운 기분이다. 

내용만으로는 정말 별 다섯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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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팀 버튼 지음, 윤태영 옮김 / 새터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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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슬리피 할로우를 봤다. 흙냄새까지 실제 나는 듯한 그 분위기의 연출과, 악한것에 대한 덤덤한 이야기-너무 투쟁적이지 않고 너무 절망적이지도 않은 그 음산하고 으스스한, 그러나 결코 공포스럽지 않은 영화의 그 모든 것들은 내게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어떤 친구커플에게 권했더니 다음날 여자친구쪽이 눈에 다크써클이 생긴채 학교를 등장해 나를 몹시 갈궜던 영화다. "난 너무 재미있었는데...?"라는 나의 마지막 말에 할 말을 잃었던 나의 친구는 결국 그런 나를 보며 웃고 말았다.

물론 그 전에 비틀쥬스를 이미 두번 이상 봤고, 크리스마스 악몽을 죽어라 웃으며 즐겼다. 화성침공은 그 간단하고 묘한 결말에 박수를 쳤다.

팀 버튼의 매니아라던가, 그런 기괴한 작품들을 선호하는 경향은 아니다. 단지 기억에 남는-아주 명쾌한 작품이었기에 그런 내 반응이 나왔을 뿐이다.

단지 영화 감독이라 알고 있었기에, 책을 냈다는 것은 약간 의외였다. "왜?"가 아니라 "어떤?"의 종류가 강했던 호기심.

서슴없이 살 수 있었다. 그간 팀 버튼의 행적을 봤을땐 산다는 것 자체가 후회되는 행동은 아닐거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읽으면서-때때로 책이란 사람의 생각을 정말 X-선처럼 보여줄수도 있구나 하는걸 알았다. 아무생각없이 읽으니 정말 "이야기"가 "이야기"로 끝나버렸다. 생각하면서 읽으려하니 이건 "책"이 아니고 무슨 "중금속"같은 기분이었다. 쇠맛이 난다고나 할까. 여하튼 몹시도 고약하고 즐겁지 않은 그런 맛.

가끔 화장실 갈때 끼고 간다.

한번씩 그렇게 읽을때마다, 어떤땐 깊이도 느껴지고, 어떤땐 쓰레기 같기도 하고-

그 다양한 팀 버튼의 이야기 모습이 웃기고도, 우울하고도, 슬프고도, 어이없고도....결국 책 덮고 나면 마음속에 앙금이 남지 않는 간결함때문에 그냥 가끔 한번씩 화장실에 끼고 간다.

시간도 딱 맞는다. 무엇보다 넉넉한 책의 여백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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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마녀 길벗어린이 문학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지음, 위니 겝하르트 가일러 그림, 백경학 옮김 / 길벗어린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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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때.

우리반에 왔던 교생 선생님께 선물을 드린 책이었다. 새책이 아니라, 내 손때가 묻은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깝다. 왜냐하면-그것은 무척이나 소중한 책이었고, 그때 당시 좋아했던 교생선생님이었지만, 좀 더 가치적으로 따지면 내가 소장하는게 책을 좀더 소중히 보관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결혼한 언니는 이 책을 잊었다.

하지만 난, 한번도 잊은적이 없다. 그것은 내가 결혼하지 않아서가 아니라-초등학교 시절, 책이 닳고 닳도록 읽은 책이었기에 그렇다.

우리의 막내 이모가 어린시절 언니와 내게해준 선물은 2개였다. 최초의 것은 인형, 두번째는 이 책. 무엇이 마음에 들었는지 어린 나는 이 책을 끼고 살았다. 꼬마마녀도 좋았고, 까마귀-아..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대단히 유명한 이름인데..-는 더 좋았다. 그 덤덤한 필체로 연달아 일어나는 사건들과, 감정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요철이 있는 이야기의 전개는, 감정기복이 무척이나 심한 어린 내가 흥분하지 않고도 상당히 즐거운 기분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너무 기분을 많이 건드리는 그런 책들은 싫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 건드리는 것이 아닌, 내가 사람이기에 느끼는 여러가지 정황적인 감정을 공식처럼 끄집어 내는 기성품 같은 책은 싫다. 지금 생각해도, 약간 마른 나무같은 이 꼬마 마녀의 이야기 서술은 내게 너무나 들뜨지 않은, 그러나 아주 즐거운 독서를 알려 주었다.

표지 그림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변하진 않은 듯 하다.

난, 꼬마 마녀가 중성이라고 믿었다. 왜냐하면, 여성스럽지도 남성스럽지도 않은데-아마도 그것은 "꼬마"라서 그렇지 않았을까 깊다.

그림으로 치면, 선명한 원색이지만 눈을 자극하는 원색은 거의 없다. 선명하고 지극히 투명한 윤곽을 가진 책이다. 미래의 나의 아이가 3학년이 되면, 연말 선물로 사주고 싶다. 거실을 아늑한 쿠션으로 채워주고, 맛있는 과자를 구워서 놓아주고, 따뜻하게 덮혀진 공기속에서 생글 생글 웃으며 이 책을 읽는, 그런 즐거운 독서를 느끼게 해 주고 싶다.

아마도 그날 밤엔 꼬마 마녀의 빗자루와 모자를 사달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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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역을 하지 않기 위한 영어번역사전
고노 이치로 지음, 엔터스 코리아 옮김 / 클레오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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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전, 책 한권을 들고 이불속으로 꼬물 꼬물 들어간다.

너무 크지 않은 크기, 적당히 도톰한 두께, 꽤 힘있는 커버, 반질 반질한 속지, 부드럽게 쓰여진 번역문으로 충만한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책을 읽는다는 만족감이 정말 풍부하게 느껴진다.

처음, 사지 않으려 했다. 영어에 대한것을 일본어로 쓴 책이었고, 그것을 또다시 한국어로 번역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다. 아니, 솔직히 못미더운 것이었지. 영어를 일본인 관점에서, 그것을 또 한국인이 번역했으니 완벽한 이해보다는 중간에 벌어진 어떤 틈이 더 크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였다.

생각은 생각이었고, 사고 싶은 욕심은 계속 나고. 왠지 걱정은 되지만, 괜찮을거라는 자기위안(?)이 더 컸기에 그냥 사 버렸다. 가끔씩 실리적인 것과는 달리 유달리 갖고 싶은 책들이 있기 때문이다. 표지에서 풍기는 어떤 "매력"때문이라고 할까?

처음 받고 손으로 쥐었을때의 이 책의 그 당찬 느낌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손으로 집었을때, 이 책이주는 꽉!찬 기분이란 실로 맛있는 음식을 한입 먹었을때의 기분과 비등했다. 책장을 넘기고 처음부터 읽어 나가기 시작하자 기분은 점점 더 좋아졌다. 그리고 그 좋은 기분을 좀 더 확신하기 위해-이 책은 그렇게 끝까지 나를 기분좋게 할 거란 확신을 위해 계속 읽었다.

A,B부분이 끝나자, 난 비로소 이 책을 매일 조금씩 읽기로 했다. 더이상 책을 잘 선택했다는 확신을 위해서나, 혹은 어디 결점이 있지나 않을까라는 조바심이 필요 없어져서였다.

가장 기분 좋은 순간.

하루가 다 끝나고 긴장도 다 풀린 한밤, 자기 전의 마지막 친구로 이 책을 읽는다. 지식을 얻는것만이 이 책을 사용하는 목적이라면 잘 모르겠지만, 책 전체가 주는 풍부한 만족감을 원하는 사람이라면-그러나 영어는 별로 안 좋아한다면, 서점에 가서 단지 한번 만져라도 보라고 권유하고 싶어진다. 작지만 조잡하지 않은 크기, 딱 좋은 두께...정말 기분 좋은 책이다.

내용? 실은-내용도 그 느낌만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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