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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마녀 ㅣ 길벗어린이 문학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지음, 위니 겝하르트 가일러 그림, 백경학 옮김 / 길벗어린이 / 2005년 7월
평점 :
중학교 1학년때.
우리반에 왔던 교생 선생님께 선물을 드린 책이었다. 새책이 아니라, 내 손때가 묻은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깝다. 왜냐하면-그것은 무척이나 소중한 책이었고, 그때 당시 좋아했던 교생선생님이었지만, 좀 더 가치적으로 따지면 내가 소장하는게 책을 좀더 소중히 보관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결혼한 언니는 이 책을 잊었다.
하지만 난, 한번도 잊은적이 없다. 그것은 내가 결혼하지 않아서가 아니라-초등학교 시절, 책이 닳고 닳도록 읽은 책이었기에 그렇다.
우리의 막내 이모가 어린시절 언니와 내게해준 선물은 2개였다. 최초의 것은 인형, 두번째는 이 책. 무엇이 마음에 들었는지 어린 나는 이 책을 끼고 살았다. 꼬마마녀도 좋았고, 까마귀-아..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대단히 유명한 이름인데..-는 더 좋았다. 그 덤덤한 필체로 연달아 일어나는 사건들과, 감정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요철이 있는 이야기의 전개는, 감정기복이 무척이나 심한 어린 내가 흥분하지 않고도 상당히 즐거운 기분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너무 기분을 많이 건드리는 그런 책들은 싫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 건드리는 것이 아닌, 내가 사람이기에 느끼는 여러가지 정황적인 감정을 공식처럼 끄집어 내는 기성품 같은 책은 싫다. 지금 생각해도, 약간 마른 나무같은 이 꼬마 마녀의 이야기 서술은 내게 너무나 들뜨지 않은, 그러나 아주 즐거운 독서를 알려 주었다.
표지 그림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변하진 않은 듯 하다.
난, 꼬마 마녀가 중성이라고 믿었다. 왜냐하면, 여성스럽지도 남성스럽지도 않은데-아마도 그것은 "꼬마"라서 그렇지 않았을까 깊다.
그림으로 치면, 선명한 원색이지만 눈을 자극하는 원색은 거의 없다. 선명하고 지극히 투명한 윤곽을 가진 책이다. 미래의 나의 아이가 3학년이 되면, 연말 선물로 사주고 싶다. 거실을 아늑한 쿠션으로 채워주고, 맛있는 과자를 구워서 놓아주고, 따뜻하게 덮혀진 공기속에서 생글 생글 웃으며 이 책을 읽는, 그런 즐거운 독서를 느끼게 해 주고 싶다.
아마도 그날 밤엔 꼬마 마녀의 빗자루와 모자를 사달라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