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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초콜릿 공장 (양장) - 로알드 달 베스트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내가 싫어하는 초콜렛.
쌉싸름한 맛 없이 오직 달콤한 맛만 먹고 싶고, 더울때 그냥 먹어도 녹아 내리지 않았으면 하는 귀찮음이 있고, 한번에 왕창 먹기엔 너무 자극적인 그 견제력이 짜증나기 때문에.
아이들은 - 좋으면 그것 뿐이다.
귀찮은 것도 없고, 그 중 어떤 맛만 바라는 것도 없고, 자극적인 것이라 생각할 여력도 없다. 좋으면 단지 그뿐.
계산적인 것도, 길들여진 것도 없는 입맛과, 건강을 생각해야한다는 강박관념도 없기 때문이다. 좋으면 단지 그뿐. 이것을 "순수"라고 부른다한들 무슨 문제가 있을까.
너무 똑똑해서 어른을 따라잡으려는 영악함, 돈이 많은 것을 이미 즐기며 그것으로 신분의 차이를 두려는 편견, 착하게 먹을 수 없는 - 자제력이 결여된 포악한 식욕. 결코 아이들에게서 자생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이런 모습들은 부모의 모습을 떠오르게도 한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에게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 사랑이 가득한 무관심을 갖추지 못하고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친다. 자신들 속에서 어린시절의 마음을 찾아 아이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노력을 한다는 건, 기실,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린 사람들이다. 아이들은 투명해서 부모들의 그런 태도를 충분히 거르지 못한다. 그리고 그대로 받아들여 부모와 같은 모습을 하기 시작하면, 이미 어린 시절의 착한 순수는 없어지고 아이의 모습만으로도 사랑받기 어려워진다.
이 아이들이 무제한적으로 주어진 "아이들의 황금" 초코릿 앞에 풀어놓으면 어떻게 행동할까?
끊임없이 샘솟는 이 황금앞에서 아이들은 벌써 부모들의 탐욕과 욕심을 배워 자신들의 이기심을 충족시킨다. 아이들의 잘못이라 단정짓기에 그 부분이 부모보다 작지만, 적어도 어린이의 기본값, 즉 타인에 대한 착한 배려가 어느정도 남아있으면 좋으련만 그것마저도 무자비하게 파괴되어 버린 모습은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인격이 되어 버린것 아닐까....
웡카는 그런 극심한 이기심과 욕심들 속에서 마지막 남은 하나의 착한 아이를 구출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남에게 나쁜 상처를 주지 않는, 마지막 남은 하나의 순수한 동심을 활짝 웃게 해 주는 것으로 자신의 초콜릿의 가치를 높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지금보다 훨씬 전에 - 책으로, 영화로 보았던 찰리와 초콜릿 공장, 그리고 웡카씨.
나의 기억에 꿈같은 세상으로 남아있던 한 부분이 다시 우리 아이의 꿈세상으로 남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가슴 두근거리는 일인지. 내 아이에게도 그때 그 초콜릿맛이 똑같이 느껴질지 모르겠지만...그맛이 여전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