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떼가 나왔다 - 제1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안보윤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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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를 가진 엄마라면 자신의 아이가 남들보다 조금 더 특별하기를 바란다. 방바닥에 어지러운 낙서를 보고서 예술적 재능을 점지하거나 일부터 열까지 숫자를 외는 것을 보고 산술적 재능이 있다고 기뻐하는 것이 모든 엄마들의 소박한 모습일 것이다.

<악어떼가 나왔다>(문학동네)의 아이 역시 남들과는 조금 다른 외형적 특성을 지녔다. S마트에서 사라진 아이의 배꼽 옆으로는 악어모양의 점이 있다. 아이의 엄마는 평소에 그 점을 좋아했다. 잃어버린 아이의 특징을 얘기할 때도 그 점을 떠올렸다. 아이의 실종사실이 뉴스를 타고 세상에 알려지면서, 엄마들의 세계에서는 자기 l아이들만의 문신이 유행처럼 번졌다.

특별한 아이, 특별한 문신은 결국 엄마들의 욕심이다. 문신의 유행으로 문신집과 사시병자들(휴우증으로)이 즐비한 안과만이 호황을 누렸다. 아이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사건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아이는 뜻하지 않은 살인과 의도적인 자학으로 삶을 유지하는 한 가정 사에 끼어들었다. 희미해진 악어모양의 점처럼 앞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삶은 고단하기만하다.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기에도 벅찬 세상은 그들의 삶을 흔들어 놓기까지 한다. 자신의 외모를 비관해 자학을 하는 C컵꽃띠나 우연한 칼놀림으로 살인자가 되어버린 그의 아버지는 이 시대를 특별날 것 없는 살아가는 ‘문신 없는’ 사람들이다.


“<악어떼가 나왔다>는 확실히 완성도라는 측면에서 약점이 있다. 우화 구성에 여기저기 부분적인 무리가 있고 문장이 거칠며 많이 다듬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강열한 작의와 거침없는 발상, 통쾌한 추진력, 그리고 이것들을 가지고 세상과 맞서는 태도가 좋게 보였고 자기만의 가능성을 폭넓게 내장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는 문학평론가 성민엽의 말이 이 소설의 특성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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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미친 짓이다
주디스 워너 지음, 임경현 옮김 / 프리즘하우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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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요 신문의 해외특파원으로 근무하며 꾸준한 서평을 써온 작가 주디스 워너는 ‘여성과 모성’이라는 궤도 안에서 고통 받는 엄마들의 심적 고충을 다각적 측면에서 해석했다.

<엄마는 미친 짓이다>(프리즘하우스)는 ‘엄마’라는 ‘환상’이 얼마나 여성의 삶을 억압했으며, 잘못된 신념의 언론과 무관심한 정부로 인해 그들의 삶이 얼마나 침식당하고 있는지를 서술한다.


현재의 복지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급속하게 높아지는 저 출산률의 원인이 마치 젊은 엄마들에게 있다는 듯이 떠들어대는 정부나,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여성들의 교육열에는 ‘미니밴 맘(minivan mam)이나 사커 맘(soccer mam)이라는 칭호를 붙여, 엄마들의 잘못된 경쟁의식과 교육열이 어떻다는 둥의 기사를 늘어놓는 언론의 횡포는 이미 관습법이 되어 버린지 오래전의 일이다.


이 책은 그러한 엄마들에게 ‘엄마 노릇에 대한 환상’을 벗어던지라고 얘기한다. 직업여성과 전업주부들은 엄마라는 환상 또는 엄마라는 종교가 만들어 놓은 덫에 상처를 입고 있으면서도, 여성들은 정작 정부나 사회에 아무런 것도 요구하지 않고 있다고 핀잔한다.

예전보다 스스로가 쟁취한 권리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자연 분만과 모유수유의 의무화로 고민해야하며, 어느 정도의 경제 책임과 아이들 교육의 장래와 건강을 걱정하는 것은 여전히 여성들이 몫으로 남아있다.

그녀들은 이러한 것들이 엄마로써 해야 할 기본적인 모성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진정한 엄마가 되기 위해선 가정과 자기에게 향한 통제를 해체하고, 바깥세상을 바라봐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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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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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민규가 사는 세상에는 다채로운 생물들이 살아간다. 세상을 삼켜버린 냉장고와 카스테라가 되어버린 세상 위에는. 너구리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들과 오리 배를 타고 좀더 나은 세상을 찾아 떠도는 사람들이 살아간다.

대왕오징어가 지구를 습격하고, 농촌이 외계인의 침략을 당해도 전철 안으로 인류를 밀어 넣는 푸시맨의 하루는 잘도 돌아가고, 잘도 돌아가는 지구 위에서 작가는 유쾌한 몽상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냉장의 세계에서 본다면 이 세계는 얼마나 부패한 것인가”<카스테라 中>라는 주인공의 말에서, 단적으로나마 작가의 몽상이 언어적 유희와 함께 철학적 사고를 병행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냉장의 역사는 부패와의 투쟁”이었다. 냉장고의 환상적인 냉장기술은 부패된 모든 것을 냉장시켰고 그래서 세상을 정화시켰다.

그리고 결국 카스테라로 다시 태어났다. 결국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건 ‘빵’일지도 모를 일이다.

너구리, 대왕오징어, 개복치, 기린 등 <카스테라>(문학동네)에 등장하는 많은 동물들은 인간이 지닌 결점을 보안하는 장치로 등장한다.


다카하타 이사오감독의 ‘헤이세이 너구리 전쟁 폼포코’의 너구리들이 숲의 도시화로 인해 인간으로 변신해 살아가야했다면,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에서는 제도 속에 맞춰 살아가야 하는 고달픈 현대인들을 명랑하고 익살맞은 너구리로 변신시켜 놓았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에서 역시, 지하철이라는 밀실 안으로 출근하는 인류를 밀어 넣는 푸시맨의 삶을, 가는 목을 처들의 먼 곳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고고한 귀족의 기린과 대립시켰다.

고시원(관), 고장 난 두더지, 헤드락, 농촌 지하철 등이 삶의 밀실을 의미하고 있다면, 조연으로 등장하는 동물들은 그 밀실을 벗어난 자유의 상징이다.

박민규라는 작가의 몽상 속에 빠져있다 보면 소설을 다 읽었음에도 다른 소설을 읽지 못하는 깊은 휴우증에 시달려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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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꼬마의 마루밑 이야기
토마스 리베라 지음, 이익태 그림, 임성현 옮김 / 정음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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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고 무거운 기억을 가진 한 남자가 있다. 좋은 것만을 저장하려는 기억의 편리성도 남자의 무거웠던 과거를 지우지 못했다. 학교에서 멕시코계열의 인종이라는 이유로 따돌림 받던 소년 시절, 그는 백인아이를 폭행한 죄로 퇴학을 당했다. 하지만 소년은 전화 교환수가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바람을 잘 알기에 퇴학 사실을 말할 수가 없다.

“아니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만일 제가 녀석을 퇴학시킨다고 해도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멕시코 사람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보다는 들에서 일을 시키고 싶어 하니까요”

교장의 말대로 당시 남미 계열인 치카노들, 즉 그들의 아버지는 대부분 노동자들이었으며 아이들은 농장에서 어른들 몫의 일을 하는 경우가 허다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아버지는 아이가 학교를 무사히 졸업해서 훌륭한 사회인이 되는 꿈을 꿨다. 마치 7~80년대 우리의 자화상과도 같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어느 꼬마의 마루 밑 이야기>(정음) 는 이 처럼 마른 갈증과 인종에 대한 편견을 견디며 자라야 하는 아이들의 무거운 기억을 이야기하고 있다. 토마스 리베라는 멕시코계 미국인 2세로써 치카노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시인이었다. 1984년 4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는 단 두 편의 소설과 몇 편의 시만을 남겼음에도 치카노 문학에서 뿐만 아니라 미국문학에 충격과 파장을 일으켰다.

“야, 맥작(멕시코사람을 가리키는 속어). 난 멕시코 놈들이 싫어. 왜냐면 너희는 맨날 도독질만 하니까” “빌어먹을 멕시코 연놈들은 왜 이렇게 맨날 도둑질만 하는 거야. 훔치는 게 아예 인생 자첸지”

소설 속 백인들의 말은 현재 우리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던지는 편견의 시선과 닮아 있다. 편견은 죄의 성립 여부를 떠나 여전히 사람의 피부색과 겉모양을 따라다니는 모양이다.

“평범한 일상의 장면들은 쉽게 기억에서 멀어지고 감당하기 어려웠던 힘든 기억은 떼어지지 않은 채 운명을 뒤흔들기도 한다.”는 그의 고백처럼 소설 곳곳에는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아픈 기억의 파편들이 쓰라리게 박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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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이름은 유괴 - g@m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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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하면 황금 알을 낳기 위해 온 몸이 빨게 지는 거위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의 작품 중 14편은 드라마로 만들어 졌으며 세 편은 영화화 되었고 두 편은 만화로 제작되는 등 발표되는 작품마다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많은 알들이 모두 황금으로 순산되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황금 알을 낳기 위해 그가 겪었을 산고의 고통은 꾀나 컸을 것이다.

그의 소설이 제임스 패터슨, 린지 데이비스 등의 추리 소설과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드라마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게임의 이름은 유괴>(노블하우스) 역시 추리 소설이라기보다는 한편의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보는 기분 이었다.

우연한 동기가 만들어준 유괴 과정이나 범죄의 내용적 흐름은, 처음부터 추리 소설이라는 타이틀이 없었으면 ‘이 책이 과연 범죄를 다룬 추리소설인가’라고 의아해 할 정도로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했다.

유괴범이면서도 가해자가 아닌 샐러리맨과 유괴됐으면서도 피해자가 아닌 여자로 구성된 플롯은 몸값을 요구 당하는 아버지마저 범죄자의 일부로 만들어 놓았다. 토머스 해리스의 <한니발>에서 느껴지던 서스펜스(suspense)와는 또 다른 긴장감을 히가시노의 작품에서는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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