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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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민규가 사는 세상에는 다채로운 생물들이 살아간다. 세상을 삼켜버린 냉장고와 카스테라가 되어버린 세상 위에는. 너구리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들과 오리 배를 타고 좀더 나은 세상을 찾아 떠도는 사람들이 살아간다.

대왕오징어가 지구를 습격하고, 농촌이 외계인의 침략을 당해도 전철 안으로 인류를 밀어 넣는 푸시맨의 하루는 잘도 돌아가고, 잘도 돌아가는 지구 위에서 작가는 유쾌한 몽상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냉장의 세계에서 본다면 이 세계는 얼마나 부패한 것인가”<카스테라 中>라는 주인공의 말에서, 단적으로나마 작가의 몽상이 언어적 유희와 함께 철학적 사고를 병행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냉장의 역사는 부패와의 투쟁”이었다. 냉장고의 환상적인 냉장기술은 부패된 모든 것을 냉장시켰고 그래서 세상을 정화시켰다.

그리고 결국 카스테라로 다시 태어났다. 결국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건 ‘빵’일지도 모를 일이다.

너구리, 대왕오징어, 개복치, 기린 등 <카스테라>(문학동네)에 등장하는 많은 동물들은 인간이 지닌 결점을 보안하는 장치로 등장한다.


다카하타 이사오감독의 ‘헤이세이 너구리 전쟁 폼포코’의 너구리들이 숲의 도시화로 인해 인간으로 변신해 살아가야했다면,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에서는 제도 속에 맞춰 살아가야 하는 고달픈 현대인들을 명랑하고 익살맞은 너구리로 변신시켜 놓았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에서 역시, 지하철이라는 밀실 안으로 출근하는 인류를 밀어 넣는 푸시맨의 삶을, 가는 목을 처들의 먼 곳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고고한 귀족의 기린과 대립시켰다.

고시원(관), 고장 난 두더지, 헤드락, 농촌 지하철 등이 삶의 밀실을 의미하고 있다면, 조연으로 등장하는 동물들은 그 밀실을 벗어난 자유의 상징이다.

박민규라는 작가의 몽상 속에 빠져있다 보면 소설을 다 읽었음에도 다른 소설을 읽지 못하는 깊은 휴우증에 시달려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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