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서점 조목조목 들여다보기 첫번째...
내게 있어 인터넷의 역사는 내 개인 홈피의 역사와 일정하게 겹친다. 인터넷을 시작한지 4개월여만에 개인 홈피를 만들었기 때문이기보다는 개인 홈피를 운영하기 위한 용도로 인터넷을 사용했다고 봐야 할 정도로 나는 개인 홈피를 어떻게 하면 더 잘 만들고, 남들에게 잘 보이도록 활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인터넷을 이용해 왔다.
지금부터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그런 나만의 체험에 국한한 것이 될 것이다. 내가 처음 개인홈피를 만든 것은 메일 서비스에 가입만하면 일정한 용량을 제공해주는 포털 사이트에 가입하면서부터였다. 개인홈피를 만들기 위해선 이들 포털 사이트들이 제공해주는 공간을 이용하거나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고 서버 공간을 임대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HTML식 문법이나 제로보드를 비롯한 몇몇 기능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어려움 탓인지 개인홈피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공된 새로운 형식이 바로 싸이월드 미니홈피, 블로그의 출현이었다. 이로써 누구라도 개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후 여러 형태로 진화해간다. 최근 이런 블로그 서비스는 언론사는 물론 그간 쇼핑몰로서만 인식되어 오던 사이트들에까지 확산되었고, 어떤 점에서 보자면 알라딘 서재는 그런 형태의 선구자 구실을 한 것도 사실이다.
어째서 쇼핑몰까지 나서 블로그 서비스를 구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일까?
이를 알라딘에만 국한시켜서 생각해 본다면, 인터넷 서점 "알라딘(www.aladin.co.kr)"은 "실제의 서점은 단 한 곳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 이들이 주로 취급하는 물품이 책이란 자본주의의 상품 유통에 있어 다소 "특이한 문화상품"이라는데 있다. 무슨무슨 마트와 같이 대형할인점들이 지역의 구멍가게를 파산시키는 것처럼 오늘날 인터넷 서점 혹은 서울에 밀집한 대형서점의 지방분점 개업은 지역의 영세 서점들을 파산시켰다.
다시 나의 체험에 빗대어 보자면 나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이르는 기간동안 늘 나의 생활권 인접한 곳에 단골 서점이 있었다. 나는 이들을 통해 원하는 책을 구할 수 있었고, 나를 포함한 다른 단골들은 서점 주인과의 대화를 통해 더 많은 책 이야기, 더 많은 문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괜찮은 서점 주인은 괜찮은 도서평론가이기도 했던 시절, 괜찮은 음반 가게 주인은 역시 아마추어 수준을 상회하는 괜찮은 음반평론가이자 심지어 음악인이었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대형할인점의 종업원과 물건값을 흥정하지 않는 것처럼, 대형 혹은 인터넷 서점은 그런 주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 역시 고용주에게 고용된 종업원에 불과하다는 한계를 지니기에 우리는 지나치게 아날로그적인 상품인 서적의 소비자로서 인간미의 결여를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갑자기 지역의 영세서점들을 기술의 흐름, 시대의 대세를 역행해 부활시킬 힘은 누구에게도 없다. 문제는 기존의 영세서점들이 지녔던 아날로그적 소통, 소박한 커뮤니티의 기능들을 알라딘이 나름대로 부활시켰다는 것이다.
조유식 알라딘사장은 "고객들이 만드는 커뮤니티가 사이트 활성화는 물론 단골고객을 유치하고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는 추세"라며 "커뮤니티 기능이 잘된 사이트로 고객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같은 서비스 도입이 포털은 물론 쇼핑몰에도 화두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종합 쇼핑몰이 아닌 인터넷 서점 가운데는 비교적 거대자본에 대한 종속도가 약한 알라딘이기에 할 수 있었던 사업으로 판단된다. 예전에도 누누이 강조해왔던 부분이지만 대한민국 출판시장이 맞이한 불황은 단기적인 상황이 결코 아니다.(우리 출판시장에 대한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통계자료에서 지난 10년간 발행부수의 총계를 보면 발행부수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97년 212,313,3부에서 지난 2003년엔 111,450,224부로 격감한다. IMF사태 이후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뒤에 전혀 회복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2003년 분야별 출판 시장 규모(추정액) 를 보면 1위가 학습참고서 분야, 2위가 아동물, 3위가 문학 분야이다. 이중 1위를 차지한 학습참고서 분야와 아동물 분야를 합치면 전체 시장 규모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즉, 이 둘 분야에 진출할 만한 자본력을 갖추지 못한 고만고만한 출판사들이 나머지 시장을 나누어 먹고 있다.)
랭키닷컴에 의한 인터넷 서점의 순위(2004/11/10 적용 랭키순위)에 따르면
1위는 "예스24"로 전체 34.03%의 이 분야 점유율을, 2위는 알라딘으로 18.67%, 3위는 교보문고로 14.37%, 4위 리브로 13.28%, 5위 모닝365 11 6.77%, 6위 영풍문고 3.03%의 순위로 나타난다. 이건 좀 예상 밖이다. 알라딘이 2위를 하다니... 비록 1위인 예스24에 비해 거의 두 배의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예상 외의 선전이다. 그 이유가 서재덕이라고 볼만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서재가 있기에 이런 노력을 기울여가며 알라딘 서점을 들여다보는 서재지인이 있다는 건 확실히 근거가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그 짓을 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 점에서 알라딘이 서재 만들기에 나선 건 확실히 잘 한 일이다.
여기까지가 칭찬이다.
문제는 그런 알라딘의 서재 개편이 과연 그런 서재지인들 혹은 알라디너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을까? 하는 것인데, 나는 알라딘이 개인 홈피에도 있는 의견조사 시스템을 도입해서라도 이에 대한 반응을 조사해볼 필요를 느낀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엔 알라딘 서재의 기능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도록 하겠다.>
* 추신 : 여러분들이 이 글에 대해 의견을 주신다기 보다는 알라디너들과 알라딘의 원활한 의사 소통을 위한다는 점을 두고 의견과 경험담들을 리플로 달아주시면 앞으로 쓰려는 글에 적극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