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이런 글을 쓰는 심리적 배경
마감은 끝도 없이 늘어지고, 덩달아 내 글 마감도 한없이 늘어지고 있다. 다음 주부터는 글을 써야 하는데, 아직까지 다음 글의 주제도 정하지 못했다.
2. 투덜대는 이유
요즘 알라딘은 하나도 재미없다. 리뷰 쓰는 것도 재미없고, 페이퍼도 심심하다. 무엇보다 요즘 내 눈이 썩은 건지, 그만큼 게을러져서인지 내 시선을 상큼하게 달궈줄 만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다. 예전만큼 상큼발랄한(?) 글쟁이들은 눈에 잘 띄지 않고, 그 나물에 그 밥만 보인다.(이렇게 된 데에는 내가 의도했던 그렇지 않았건 간에 분명 고인 물에 목까지 잠긴 채 '파워블로거'인 양 행세하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의 문제가 크다.)
그러나 이런 나의 개인적인 이유들을 제외하고라도 알라딘 서재질이 점점 더 재미없어지는 이유엔 서재 시스템을 만든 알라딘 서점 자체의 문제도 있다. 나는 알라딘이 과거에 비해 점점더 '우향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에게 알라딘이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책이 다른 서점에 비해 싸거나, 배송이 신속정확해서가 아니다. 첫째는 이 서점이 다른 인터넷 서점에 비해 아날로그 냄새가 났다는 것이고, 둘째는 인터넷 서점 1등이 아니란 점이었다. 다시 말해 내가 알라딘의 고객이 된 까닭은 그나마 알라딘이 '마이너'한 내 취향에 맞았다는 것이다.
3. 너무 들이대는 알라딘
그런데 요즘 나는 알라딘이 내 취향에 점점 더 맞지 않는 느낌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요즘 관심 가는 책이 있어서 어떤 책인가 궁금해 리뷰를 읽어보려고 했다. 남들에겐 제법 인기있는 책이었는지 리뷰가 상당히 많다. 그런데 내가 그 많은 리뷰가 모두 내게 도움이 될리 없다.
찾아서 읽어보고 싶은데, 예전엔 '추천순, 인기순, 날짜순' 같은 방식으로라도 좀더 주목해볼 만한 리뷰를 찾아서 읽을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리뷰를 구분하는 방법은 단 두 가지이다. (하이드님 댓글을 읽고 확인해보니 이 기능은 그대로 살아있었다. 이건 웬 뻘짓? 흐흐, 어쨌든 난 짜증난다구)
1) 리뷰어는 '구매자와 비구매자'로 구별된다
물론 구매자의 리뷰가 비구매자의 리뷰보다 좀더 신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비구매자의 리뷰는 책을 읽지 않고 쓴 리뷰란 전제가 될 뿐이다. 도서관에서 읽은 책의 리뷰는 당연히 구매자 리뷰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런 구분법은 고객은 물론 서점에게도 거의 전혀 의미 없는 구분법이란 생각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구분되어 있는 이유가 뭘까? 딱 한 가지다! '이 분은 저희 알라딘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셨습니다'란 뜻뿐이다. 나는 이런 발상이 중간에서 걸러지지 않고 실현되는 곳이 알라딘이란 사실이 안타깝다.
2) 기존 고객은 신규고객보다 찬밥이다
기업에게 있어 '성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장이란 곧바로 수익률의 증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알라딘 역시 조금이라도 많은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알라딘 서재를 만들었고, 해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도입하고 있다. 알라딘 서재 자체도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별로 이의 제기를 할 입장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문호를 개방한 것인지 웹2.0에 충실한 건지 몰라도 땡스투 리뷰를 외부로까지 빼낸 건 그렇다쳐도, 창작 블로그인지, 연재 블로그인지 해서 뭔가 잡다구리하게 많은 것들이 생겨났다. 문제는 알라딘 서재 커뮤니티가 외부 미디어들에 어떻게 비춰지는지 몰라도 초창기 멤버 중 한 사람인 내 입장에서 보면 이곳이 그리 대단한 공간이 아니란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알라딘 내부에서 알라딘 서재 공간의 친숙함이니 진입장벽이니 하며 벌어지는 논쟁에 대해선 별로 흥미가 없었다. '커뮤니티'치고 알라딘이나 알라딘 구성원들의 활동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라딘이 주목받는 까닭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책이란 문화상품을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되었다는 것이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알라딘 블로거들이 가끔씩 제 돈 들여 신문에 자발적인 광고(촛불 정국을 비롯해 각종 사안이 있을 때마다)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슈메이커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그런 일 가운데 하나는 <시사저널>의 편집권 사태로 독립한 <시사인>을 사랑하는 알라딘 리뷰어들과 반대로 이들을 사랑하는 미디어로서 <시사인>의 궁합도 영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알라딘 서점은 괜히 더 괜찮은 인터넷 서점으로 이미지 메이킹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나는 이 지점에서 알라딘 혹은 알라딘 서재가 본래의 크기보다 과대 포장되었단 생각이다.
그런데 알라딘이 주목을 받는 만큼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 나는 좀 회의적이다. 무엇보다 알라딘이 최초로 도입한 리뷰어 시스템이 커뮤니티로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알라딘이 거둔 성과에 도취되어 이런 성과들을 스스로 반감시키는 지나치게 다양한 콘텐츠 도입 과정에서 알라딘의 기존 리뷰어들은 배제되거나 커뮤니티 특유의 자발성을 많이 훼손시키고 있다는 인상이다.(미안하다, 구체적인 데이타 없이 인상 뿐이라서...)
3) 알라딘의 파워 리뷰어들은 신규 리뷰어들의 진입장벽인가?
잘 알려진 것처럼 최근엔 블로그를 통해 수익을 내는 블로그들이 꽤 많아졌다. 물론 이들이 벌어들이는 돈의 대부분 우리가 흔히 연상하기 쉬운 블로그 광고 수익이 아니라 업체와 연결하여 돈 받고 리뷰를 쓰거나(이걸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리뷰만 공정하게 쓰는 거라면 미디어의 청탁을 받아 서평을 쓰는 행위와 본질적으로는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다만, 잡지나 신문 같이 리뷰를 청탁하는 매체들은 상품 생산자와 직접 연관이 없는데 반해 이들의 경우엔 생산자가 리뷰를 직접 청탁하고, 그들에게 원고료를 받기 때문에 문제 발생의 소지가 구조적으로는 좀더 많다), 학원을 차리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블로그는 그 자체로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블로그를 하기 때문에 그로인해 '매체 파워'가 발생하고, 그것을 높이 평가하는 미디어에 의해 새로운 필자 내지는 저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PR' 내지 '낚시성 제목 뽑기'는 파워블로거가 되기 위한 재능 가운데 하나다. 다만 이 지점에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이곳 알라딘이 되었든, 다른 외부의 파워블로거들이 되었건 진짜 파워블로거가 된다는 건, 단순히 자기PR을 잘해서도, 낚시성 제목 뽑기에 능해서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나름의 '진정성'과 '실력'이 겸비되어 있어야만 한다. 파워블로거가 한두 시간만에 되는 것이 아니라 몇 해에 걸쳐 꾸준히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내가 문제 삼고 싶은 것은 알라딘의 구조 자체가 신규 리뷰어들이 다른 이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통로가 구조적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알라딘의 파워블로거들이 인기있는 것은 제각각 자기 노력이나 능력 덕도 있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알라딘 광장'에 닉네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사람들은, 나를 포함해서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솔직히 어떤 이들은 여전히 날 매료시키지만 뭐, 어떤 이들은 진부하다. 여기엔 물론 나도 포함된다.) 어쨌든 알라딘 커뮤니티가 좀더 활성화되려면 신규 진입자들이 많아져야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이들이 이곳에서 안착할 수 있게 구조적인 배려가 좀더 필요하다는 것이다(기존 알라디너들이 만든 분위기만 탓하면 변하긴 점점 더 어려워진다).
4. 내가 갑자기 왜 이런 삘을 받았지?
얼마 전에 신지님이 제기한 글을 읽었는데 '알라딘 광장'을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제안 자체의 효용성 유무보다는, 일단 문제의식만큼은 동의할 수 있었는데, 알라딘 자체의 구조적인 배려가 없다면 신지님이 지적한 것처럼 이런 걸 서재 이용자들의 문제, 서재 이용자들의 주례사식 비평, 논쟁을 회피하고 애매하게 화복함을 추구하는 분위기 탓으로 돌릴 수 없고, 그런 문제제기는 결국 평소 그런 인식을 별로 하지 않았던 서재 사람들마저 그런 분위기의 동조자로 돌려버리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알라딘에도 분명 그런 문제가 있긴 하지만 사적이고 소소한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그런 문제제기가 실질적으론 아무런 힘도 갖기 어렵다는 걸 생각해보면 분명히 한계가 있다. (다만, 이런 내부 관계가 가끔씩 공적 관계까지 틈입해 들어오는 것은 문제다)
알라딘은 '서재2.0'의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점점 더 '알라딘 서점'과 '알라딘 서재'란 공간이 시큰둥해지고 있다. 내가 그렇게 된 가장 큰 탓은 우선 만사 귀찮은 탓이지만, 두 번째 이유쯤 되는 것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딱 집어말하긴 뭣하지만 알라딘 서재 정책의 근저에 깔린 상업성 강화가 점점 더 두드러져 보인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구글이든, 아마존이든 가장 중요한 건 본질이다. 알라딘이 인터넷 서점이라면 인터넷 서점이란 본질에 가장 우선해서 충실했으면 한다. 거기에 작가들의 연재 블로그니 온갖 잡다한 광고에, 정신없고 원칙없는 이벤트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 그것이다. 거기에 알라딘엔 어느 날 갑자기 도입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어느날 갑자기 '태그' 갯수에 순위가 매겨지기 시작하고, 또 어느 날 보면 리뷰 분류 방식이 달라진다.
그런 변화들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내가 알라딘 서점의 고객이 아니라 장기판의 '졸(卒)'쯤 되는 기분이 든다. 정책이 바뀌었으니 알아서 적응하라는 건 MB정부나 알라딘이나 흡사해보인다. 문제는 그럴 때마다 난 그간 정들고, 애착을 두었던 모든 것들이 죄다 귀찮아지면서, 내가 이곳에 보이는 애착마저 장기판 위의 '졸'처럼 버리고 싶어진다. 경제적 논리로 따지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알라딘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알라딘에서 그간 내가 쓴 돈들로 만들어진 플래티넘 혜택(물론 다른 서점에서 이 정도 돈을 쓴다면 단 시간내에 이와 흡사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겠지만)과 사람들과의 관계, 내가 이곳에서 축적한 '서재의 달인'이란 알량한 명성이 주는 흐뭇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나 같이 드런 승질머리의 고객은 한 번 등 돌리면 알라딘쯤 접어버리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란 거다. 극단적으로 접는 것까진 몰라도 어쨌든 이렇게 주는 것 없이 피곤하고, 게다가 재미까지 없어서야 자주 오겠나? 나는 재미없음의 원인 중 하나가 서점 주인이 자꾸만 거리로 나가 나레이터 모델들이랑 호객 행위를 하는 통에 내가 찬밥 대접 받는 기분이 든다는 거다. 예전엔 이것저것 좋은 책도 잘 추천해주고 그러더니(리뷰 분류 방식 변화를 말하는 거다) 이젠 와도 잘 쳐다보지도 않는다. 거기에 더해 내가 심각해진 이유 중 하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그런 식으로 잘라놓고도, 기껏 한다는 응답은 앞으론 파견직 근로자를 관리하는 업체에 사전에 잘 통보해서 관리하여 불똥이 알라딘으로 튀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도의 답변을 하는 업체였다는 실망감 때문이다.
* 음, 써놓고 다시 읽어보니 이건 뭐 전혀 '하찮지 않아, 귀찮지 않아'라고 힘을 쏟은 글처럼 되었네요. 지워버릴까 생각했다가 그새 댓글 다신 분들도 계시고, 가끔 이런 뻘짓도 하는 거지 뭐, 란 생각에 지우거나 안 보이게 하는 대신 그냥 살려둡니다. 쩝, 내일 출근하면 치울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