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두 번 죽이기 - 반민주주의자에 대한 민주주의 재판
박홍규 지음 / 필맥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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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4백년 전 한 철학자가 아테네 민주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 이름 소크라테스. 우매한 대중에 의해 억울하게 사형선고를 받았음에도 ‘악법도 법’이라며 최후의 순간까지 법을 지키면서 죽었다는 이 늙은 철학자는 오늘날 ‘철학의 아버지’, ‘인류의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와는 반대의 주장을 한다.

사실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소크라테스가 한 적 없는 이 말이 마치 그가 한 것처럼 한동안 우리의 교과서에 실리며 전 국민의 상식으로 자리잡은 이유로 저자는 소크라테스가 전체주의, 권위주의 국가론을 지지했기 때문이며, 이 말은 과거 우리의 군사정권이 한 철학자의 힘을 빌어 악법을 합법화하는 길을 터주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를 ‘철학의 아버지’는 커녕 인류 역사 속에 등장한 '반민주주의, 수많은 사상검열관들의 아버지'로, 그의 죽음을 ‘반민주주의자에 대한 민주주의 재판’으로 규정하면서 그를 사형에 처한 아테네의 민주정을 변론하고 있다.


저자는 그리스적 의미의 아마추어리즘을 ‘우리가 흔히 르네상스적 인간이라고 부르는 전인적 인간, 즉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갖고 그 모든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조화롭게 갖추어져 자주적 인간으로 완숙한 상태에 이른 교양인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바로 이런 아마추어리즘이 민주주의 핵심이며 이런 교양인이 소크라테스가 살았던 시대의 고대 그리스적 이상적인 인간상이었으나 소크라테스는 그런 교양인이 되기를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그는 모든 사람이 전문가가 되고, 특히 전문가 중에서도 철학전문가인 철인이 독재자가 되어 정치를 하는 이상국가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한다.


사실 소크라테스는 단 한권의 저서도 남기지 않았기에 플라톤을 비롯한 다른 이들의 저서를 통해서만 그의 사상이나 철학 등을 짐작할 뿐 어느 것도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이 책의 저자는 플라톤과 크세노폰의 저서와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곡을 중심으로 지금껏 플라톤과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구분지었던 것과 달리 둘의 사상을 크게 구분하지 않고 플라톤의 저서에 남아있는 소크라테스의 발언을 그의 사상으로 보고 논의했다고 한다.

그러기에 이 책에 쓰여진 저자의 주장이 모두 옳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나 그가 제시한 여러 증거들과 해설 그리고 소크라테스의 재판과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서술된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소크라테스는 왜 변론에 성공하지 못했는가? 저자는 폴리스 시민의 아마추어리즘이 소크라테스의 프로페셔널리즘에 의해 부정됐고 그래서 그가 처형당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처형은 ‘민주주의의 오점’이라고 지적한다. 비록 민주주의에 반대했다 하더라도 민주주의는 그 마저도 허용돼야 하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민중을 멸시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했던 소크라테스...결국 민주정에 의해 소크라테스는 처형당했지만 그 후 아테네의 민주정은 사라졌고 2,000년 이상의 시간이 흘러서야 민주주의는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여전히 민주주의는 중우정이고 우리 사회는 또 다른 모습의 소크라테스들이 곳곳에서 여전히 프로페셔널리즘을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이제는 민주주의가 중우정에 불과하다는 식의 편견을 버려야하며 경제적 이윤추구의 상징인 배부른 돼지도 아닌, 그렇다고 해서 전문가주의로 말라비틀어진 소크라테스도 아닌,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으로서 모든 분야와 모든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자주적으로 발언하며, 자기 사회의 자치에 대해 책임을 지는 아마추어리즘의 시민이 되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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