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 아는 비밀
소피 킨셀라 지음, 장원희 옮김 / 신영미디어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이제까지 수많은 로맨스소설을 읽었어도, 이런 여주인공은 처음이다.

물론 이렇게 정신없는 주인공이 처음이라는 것은 아니다. 내가 처음이라는 것은 이렇게 미화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그냥 평범한 여자. 흔히 로맨스소설에서 나오는 여주인공은 언제나 가냘프고 야리야리한, 그리고 괜히 빼는 여자, 거의 대부분이 성경험이 별로 없는 여자, 아니면 내적인 상처를 가지고 있거나 등등 이런 종류였는데, 이 소설에서의 엠마는 그 중에 어디에서도 해당사항이 없다.

얼굴은 그저 그렇고, 몸무게는 60킬로그램, 거기에다 능력은 별로이고 자기의 능력을 키우고자 치열한 노력도 없으면서 승진은 죽어라고 바란다. 멋진 남친은 있지만, 어쩐지 그 남친을 그다지 사랑하지 않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나으니 그냥 미적미적미적미적 사귀며 보낸다. 승진할 수 있는 절호의 출장의 기회를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완전히 놓쳐버리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비행기 공포증있는 그녀가 탄 비행기가 잠깐 기류에 휘말린다. 완전 패닉상태의 그녀는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한 남자에게 자기의 모든 비밀을 말하게 되고, 회사에 돌아온 그녀는 그 남자가 바로 자기 회사의 회장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너무나 유쾌하다! 너무나 즐겁다! 읽는 내내 하도 웃어대서 배가 아파올 지경이다! 이렇게 재밌고도 유쾌한 로맨스소설은 처음이다. 그리고 출생의 비밀이라든지 괜히 이야기를 꼬아대는 심각한 내용은 나오지 않고 그냥 일상적이고도 비일상적인 일들이 엠마의 입장에서 소소하게 이어져 나간다. 로맨스소설이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해준 것은, 회사의 회장이 그녀에게 반한다는 설정 때문이지만, 그것도 또한 그렇게 어색하지 않다.

로맨스이면서도 남자주인공의 외모에 대한 극찬이 흘러나오지 않고, 남주보다도 여주의 내면을 열거하는 데 더 공을 들인다. 남주는 돈많고 그리고 좋은 남자이고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을 한 매력적인 남자라는 정도이고, 그 이상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재밌다.

내가 이제까지 본 소설 중에서 단연 으뜸에 속하는 재밌는 소설이다. 단, 기대는 금물이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나가다 보면 진정한 재미를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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