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남자와 결혼하는 법 - 단편
윤정 지음 / 청어람 / 2004년 9월
절판


키가 180cm가 넘는다는 그런 단순한 말로는 형용이 안 되는 남자였다. 쭈욱 –—은 키는 180cm가 아니라 190cm는 되는 것 같았다. 게다가 딱 벌어진 어깨 하며 요즘 젊은 사람답지 않게 짧게 손질된 머리카락, 무엇보다도 주변에 앉은 유한 마담들의 시선을 온통 사로잡을 듯 잘생긴 얼굴은 이 회장마저도 압도될 정도였다.

솔직히 말해 이 회장은 이렇게 잘생긴 놈은 처음 보았다. 텔레비젼에나 나올 법한 이목구비는 박력이 넘쳐흘렀다. 걸친 검은 양복은 회계사가 아니라 모델들이 무대에 설 때나 입을 법한 것들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는 모델로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미남자라는 말도 무색하다.

" ......."
무섭기 때문이다. 아니, 이건 진짜 무서운 인상이다.

무섭다는 그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차갑고 사나운 눈빛. 온갖 종류의 인간들을 다루어보았던 이 회장으로서도 섬뜩해질 정도로 살벌한 남자였다. 말 그대로 눈동자가 번적번쩍했다. 어둠 속이나 으슥한 골목에서 이 남자를 만난다면 마음 약한 사람은 심장마비를 일으킬지도 모른다. 꼭 공포 영화에 나오는 살인마나 흡혈귀 같은 인상이다. 아니, 그건 좀 강도가 약하다. 마왕. 그 중에서도 대마왕 같은 인상. 이 살벌함 때문에 차마 이 남자에게 미남자란 호칭을 붙여주기가 민망했다.

이 남자가 회계사라니. 말도 안된다고 이 회장은 중얼거렸다. 회계사가 아니라 야쿠자 두목이나 마피아 두목을 한다면 어울릴 지도 모른다. 갑자기 그는 이 눈앞의 사내가 해병대였다는 것을 떠올리고 대한민국 국군에게 경의를 표했다.-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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