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어제 나는 ‘정외인의 밤’에 갔다. 졸업한지 꽤 되어서 경험을 공유한 사람(후배)이 적을 것 같아 망설이기도 했다. 가보니 99학번 동기들과 동갑내기 친구A가 있어 한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셨다. A가 과거를 회고하며 나에 대해 평가하기를 “넌 너무 진지해” “좀 4차원이다.” 이런 말을 한다. 물론 우스개 소리로 하는 것이다. 평소 이러한 평가를 받아 오기도 했지만 익숙해지진 않는다. 이러한 규정엔 ‘정상성’에서 벗어난 사람이란 이야기가 숨어있기도 하니까...

생각해보면 이러한 규정을 받을 때 나의 반응은 대체로 방어적이 되는 것 같다. “나 또한 정상적인 면이 있어...”라는 식으로 말한다. 여러 가지 논리로 나의 정상적인 면들을 강조하곤 하는데... 어제는 그게 좀 역효과가 난 것 같다.
어저께 내 이야기는 대체로

“나도 다른 사람과 말이 잘 안 통한다는 것은 느끼고 있어. 그런데 예전에는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내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지금은 그러한 모습을 알고 있거든. ‘자기가 잘 소통하지 못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은 큰 차이가 있는 것 아니니?”
이랬다.

음... 근데 분위기 좀 이상... 거의 모든 사람이 가벼운 술자리에서 이런식으론 이야기하지 않으니까...ㅎ~ 4차원이 아님을 주장하는 말 자체가 4차원스러운/4차원임을 확증하는 그러한 말이 돼버린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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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1-14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그러니까 푸하님......4차원이신 거에요? ( '')

푸하 2009-11-14 20:41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좀 그런듯...ㅠㅠ
현실을 인정해야 마음도 편할 것 같아요.ㅎ~
4차원은 합리적 틀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들에 대해서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도 한거 같아요.

Forgettable. 2009-11-15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 따옴표 푸하님 목소리로 들려요 ㅋㅋ. 환청이;;;
전 푸하님의 그런 진지한 엉뚱면모가 매력인 것 같은데요?!! 자부심을 가져요 ㅎ

푸하 2009-11-15 01:25   좋아요 0 | URL
우왕~ 넘 좋은 말씀감사해요.^^;
짧은 글에서 제 목소리를 들으셨다니 제 캐릭터가 독특하다는 것이겠죠.ㅎ~
주변에 몇 몇 사람이 다름을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저도 영향을 받았어요. 앞으로는 좀 더 자신감을 가져야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09-11-16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도 가벼운 물음에 저런 식으로 답해서 상대방 말문을 막아놓곤 해요 --;;
동병상련의..

푸하 2009-11-16 15:15   좋아요 0 | URL
헤~
말씀 들어보니 소통의 방식이 여러 가지인 것 같아요. 어느 게 딱히 옳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겠어요. 여튼 생긴대로 살 되 닫히지는 않게 노력하며 사는 게 좋을 듯해요.

2010-06-03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힉.. 알고보니 엄청난 선배님이시군요.. ㅎㅎ 99학번이시면 홍봉용을 아시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