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후르츠 캔디
이근미 지음 / 달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그렇게 예쁘지도 않다. 별로 이름도 없는 대학을 나왔다. 공모전에 수상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집안이 빵빵한 것도 아니다. 정말 기적적으로 광고계의 유명한 일류회사에 척 하고 붙어버렸을 때는 본인도 놀랐을 정도로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 <어쩌면 후르츠 캔디>의 여주인공 조안나는 이렇듯 전형적인 여주인공 스타일이다. 이런 그녀가 멋진 왕자님을 만나는 이야기였다면, 이 책은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벌어지는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별볼일없는 그녀가 전무와 성이 같다는, 그리고 그 회사 회장님 손녀와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공주" 대접을 받는 웃지 못할 일이 생긴 것이다. 그렇다. 웃지못할 일이다

 어느새 정정하기에는 너무도 커져버린 오해와, 그 오해를 타고 퍼져나가는 소문은 이제 바로잡기에는 너무 큰 파도가 되어버렸다. 시간이 지나면 수그러들겠지 하고 안일하게 대처하던 그녀는 이제 앙큼한 거짓말쟁이가 되어 비난받을 일만 벌벌 떨며 기다리는 가련한 신세가 되고 만다. 아무리 자신이 한 번도 그런 식으로 말한 적이 없음을 강변해도 주위 사람들에게는 그저 변명으로 들릴 뿐이니까.
 
 중간까지는 그런저런 트렌디소설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실은 조안나가 별볼일 없는, 빽도 없고 학벌고 없고 외모도 안 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게 밝혀지는 순간부터가 진짜다. 온갖 비난과 악의에 찬 괴롭힘들을 감당하는 그녀를 보면서 '참 세상이 무섭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본인이 원든 원하지 않든 마음대로 오해하고 부풀리고 상대해놓고 이제와서 사기꾼에 거짓말쟁이라며 어떻게든 분풀이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화가 나다못해 딱하기까지 했다. 쯧쯧.

 하지만 주인공 조안나라고 뭐든지 다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보기에 그녀는 충분히 오해의 소지를 제공했고, 몇 번이나 정정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 기회를 잡지 않았다. 그래서 "내 탓이 아니다. 오해한 것은 너희들이지 않느냐."는 그녀의 외침은 자기변명으로 들리기도 한다. 물론 지맘대로 상황을 해석한 사람들이 제일 문제이긴 하겠지만.

 어쨌든! <어쩌면 후르츠 캔디>가 보인 가장 큰 장점은 그저 신데렐라 스토리를 짜깁기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점이다. 물론 그녀는 회사에서 가장 멋진 남성의 사랑을 받긴 하지만, 정작 그 남자는 조안나가 진실이 밝혀진 후에 핵폭탄을 맞고 있을 때 하등의 도움도 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를 힘들게 하면 힘들게 했지.. 게다가 마지막에 조안나가 그의 프로포즈(?)를 거절한 장면은 조안나가 땅에 발붙이고 사는 현실적인 여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 번 읽어보기에 좋은 소설이다. 술술 잘 읽히고, 해피엔딩은 언제나 보는 맛이 있으니- 그저 그런 칫릭소설들 사이에서 그나마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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