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온다 리쿠의 소설은 <삼월의 붉은 구렁을><밤의 피크닉>에 이어 이 책이 세 번째이다. 그런데 세 소설 모두의 공통점이 바로 배다른 형제자매가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그들 사이의 미묘한 심리와 그 변화는 이 소설들의 백미 중 하나였다. 

 흔히들 온다 리쿠를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라고 한다. 확실히 그녀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나도 경험한 듯한, 아련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묘사가 눈에 띈다. 그러나 제목부터 매우 서정적인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는 내가 읽어본 그녀의 전작들에 비해 그런 섬세한 부분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소설에서 자주 비치는, 별 것 아닌 것을 엄청난 비밀인 양 숨기는 서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을 미스터리적인 측면이라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은데, 나는 대단한 반전이나 트릭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자꾸 "뭔가를 숨기고 있어. 이건 비밀이야. 알아내야만 해" 하며 독자들을 억지로 궁금하게 만들려는 것이 싫다. 알고보면 별 대단한 것도 아니라서 더 싫고.

 <나뭇잎 사이..>를 읽다보면, 조금 눈치빠른 독자들은 어떻게 전개가 될지 훤히 보인다. '아, 그렇구나. 이게 반전인건가.'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면, 그것이 들어맞을 것이다. <삼월의 붉은 구렁을> 덕분에 계속 그녀의 작품을 찾아보고는 있지만, 왠지 앞으로도 내가 좋아할 만한 소설은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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