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의 짧은 역사 - 만화로 보는 토마 피케티의 탐 그래픽노블 11
세바스티앙 바상 그림, 스테판 데스베르크 글, 장한라 옮김, 토마 피케티 원작 / 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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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토마 피케티의 <평등의 짧은 역사>는 2021년에 프랑스에서 출간된 책으로, 원작은 만화가 아니라 경제학에 바탕을 둔 인문서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만화로 보는 토마 피케티의 평등의 짧은 역사>가 새롭게 출간되면서 원작을 만화로도 접할 수 있게 되었어요. 만화로 풀어내면 훨씬 더 접근이나 이해가 쉽지 않을까? 싶었는데, 결론적으로 반반이라는 느낌이에요. 전반적으로는 더 술술 잘 읽히지만, 만화로 짧게 압축하다보니 사전지식을 원래 가지고 있어야만 이해가 될 것 같은 부분이 꽤 있더라고요.


이 책은 인류의 계급의 역사를 주로 경제적인 불평등 관점에서 다룹니다. 그런데 재산에 관한 제도는 언제나 정치적이고 사회적일 수밖에 없어서, 경제적인 평등/불평등은 언제나 사회적 계급의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책에서는 바로 초기부터 이 부분을 지적하죠. 노동 조건의 개선을 요구하는 농노에게 지주가 이렇게 말합니다.


"자네들은 나를 딜레마에 빠뜨리는군. 내가 어쩔 수 없이 자네들을 모두 없애 버린다면, 내 들판에서 일할 일손이 부족해지겠지. 그러면 나는 이웃 성을 공격해서 그곳 농민들을 빼앗아 올 수밖에 없을 거야. 그러면 저기 살고 있는 자네들 이웃이 훨씬 더 많은 일을 하게 되겠지. 그러니 어떤 노동 조건이 자네들 이웃을 돕는 길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만화로 보는 토마 피케티의 평등의 짧은 역사> 중


마치 착취하는 쪽이 아니라 착취당하는 쪽이 나쁜 것처럼 말을 하는 거예요! 만화는 거의 이런 식으로 진행됩니다. 실제로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고 직접적으로 말한 지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가면 품위와 명예를 찾게 되잖아요?) 그 당시 지배 계급의 사고방식을 대놓고 보여주는 거죠. 좀 설명적이고 기능적이긴 한데, 전개가 빠르고 풍자가 넘쳐서 재밌긴 해요!


상당히 흥미로웠던 지점이, 어느 시점까지는 분명 유럽과 거의 비슷거나 혹은 앞서 있던 아시아가 왜 뒤처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분석이었어요. 저자는 이를 '국민총소득의 몇 %를 세금으로 부과했느냐?'를 가지고 판단했더라고요. 아무래도 세금을 많이 거두게 되면, 그 돈으로 국가가 여러 가지를 할 수 있게 되잖아요? 유럽은 그 돈을 군사력에 몰빵했고, 그래서 어느 순간 아시아보다 막강한 군사력으로 치고 나갈 수 있었다고 판단했더라고요. 원작에서는 꽤 정교한 데이터로 주장을 뒷받침했다고 들었는데, 여긴 아무래도 만화다 보니까 데이터는 거의 다 날리고 주요한 내용만 있긴 합니다. 만약 꼼꼼하게 데이터까지 체크해보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원작까지 함께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일어나고 있는 많은 불평등 이슈가 전세계적인 규모의 착취 시스템에 기반한 만큼, 그걸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전세계적인 규모에서 '민족주의적인 지금의 태도'를 버리고 훨씬 더 폭넓은 시야를 가질 것을 주문합니다. 전 조금 놀랐던 게, 원 저자가 프랑스인이어서 그런지 제국주의 비판하는 것도 프랑스 위주로 조목조목 깠더라고요. 아이티에 대한 국가적인 착취 시스템을 어떻게 생성했고,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 같은 요소를 예시로 들면서요. 자국 이야기인 만큼 더 잘 알 수 있지만, 또 자국 이야기라서 쓰기 망설여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 작가 본인부터가 그런 민족주의적인 태도를 벗어나려고 솔선수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금의 계급주의를 벗어난 더 평등한 세상에 대한 고민을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일독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확실히 원작보다 훨씬 더 쉽고, 읽기 좋은 것 같아요. 다만 전반적으로 압축하면서 설명 톤으로 말하는 부분이 많아서 완전히 '만화'같은 서사를 기대하고 읽으시는 것보다는 요약본? 정도로 가볍게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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