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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을 걷다 ㅣ 순정만화 X SF 소설 시리즈 3
전혜진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4년 10월
평점 :
저는 권교정 작가님의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를 너무너무 좋아했어요. 그 작품 때문에 권교정 작가님의 팬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전부터 '먹고사는 일과 아무 상관 없는 순수한 탐구의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 늘 신기하고, 대단하고, 멋지게 느껴졌거든요. 저에게는 없는 열정이니까요. 우리가 하늘을, 우주를, 물리를 이해한다고 해서 당장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그럼에도 알고 싶다고 끝없이 몰두하는 누군가가 있어 과학이 이만큼 발전한 거겠죠?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의 디오티마처럼 말이에요! 그래서 이 작품이 미완결로 멈추고 말았을 때 너무 아쉬웠어요. 그러니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의 뒷이야기가 SF 소설로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어떻게 흥분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이건 읽어봐야 해!!!
<달의 뒷면을 걷다>는 만화와 등장인물이 달라요. 디오티마와 딱 한번 스쳐지나간 인연이 있는 할아버지를 둔, 달에서 태어난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약간 과도기적인 시대를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인류가 달에 발을 딛고 살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자유롭게 생활 가능한 것은 아닌 상태거든요. 소수의 엘리트가 달에 와서 살면서 연구하고, 그러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딱 그 정도의 시기인 거죠. 그래서 초반의 평화롭던 시절을 보면 거의 유토피아적인 형태를 띄고 있어요. 워낙 작은 공동체이다 보니 모두가 서로를 알고, 어린 여자아이가 혼자 밖에서 길을 잃고 헤매도 (사람으로부터는) 결코 위험하지 않은 그런 곳입니다. 하지만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월에서 태어난 아이는 지구에 가면 죽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미래는 암울해지죠.
초반에는 너무 꿈도 희망도 없어보여서 사실 읽기가 좀 힘들었어요. 도착하자마자 죽어버리니까 달에서 지구로 갈 수도 없는데, 지구에서 온 사람들은 달에 오래 머물면 우주암으로 죽어버리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교류를 할 수도 없고, 교육을 받아도 딱히 '진로'라는 게 없는 상황에 남겨진 5명의 아이들을 보면서 제가 다 막막하더라고요. 다이의 표현에 의하면 월인은 "예정된 소멸을 향해 수렴하는" 중이거든요. 도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갈까, 원작과의 연결고리는 어떻게 될까 궁금했는데... 스포가 될 만한 이야기는 하지 않을게요~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근사하게 마무리가 되었다는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원작 팬이 아니시라도 추천드립니다:)
+) 마지막에 원작의 인물들이 잠깐 나와서 그것도 반가웠어요! 게다가 책 뒤편에는 권교정 작가님의 친필 인사 메시지와 축전이 함께 들어있더라고요! 흑흑 오랜만에 보니까 더 반가운 거 있죠?! 거짓말처럼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가 재연재되고 <달의 뒷면을 걷다>의 뒷이야기와 함께 크로스 짬뽕이 되면 좋겠어요.. 아 너무 보고싶어요.. 후속 주세요 후속..!!!!!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