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미스터리 사건 수첩 - 금은방 강도 사건부터 도깨비집 사건까지, 기이하고 괴상한 현대사
곽재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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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프로그램 중에 <서프라이즈>라는 장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저도 한때 무척 즐겨봤었는데, 외국에서 떠도는 갖가지 신기한 이야기나 '썰'들을 재현하면서 풀어주는 형식이었어요. <대한민국 미스터리 사건 수첩>은 마치 서프라이즈에 나올법한, 흥미로운 지점이 꽤나 많은 한국 근현대사의 사건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곽재식 작가는 이런 기묘한 사건들을 도대체 어디서 찾아냈나 몰라요!


소문이나 썰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신문이나 방송에 나올 정도로 당대에 떠들썩했던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어요. 작가는 우리나라가 얼마나 기록을 소홀히 하는지를 지적하는데, 읽다보면 그 지적에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사건이 벌어졌는데 그 후속 조치라든가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이 꽤 많아요. 사건의 범인이라고 자백한 누군가가 사형 선고를 받았는데, 재판에서 경찰의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이라고 말을 바꿨고, 그럼에도 진범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사람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이런 후속보도가 없어서 조사하는 데 꽤 애를 먹었나 보더라고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건의 잔혹성에 대해서 자극적으로 떠들다가도, 그 범인이 어떻게 되었다거나 혹은 그런 비슷한 사건을 막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 법과 제도가 정비되었다든가 하고 정리된 후속 보도는 잘 없잖아요.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할 부분입니다.


1940년대에서 1960년대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사실 1940년대라고 하면 멀게 느껴지는데, 1960년대라고 하면 그래도 뭔가 '현대'라는 느낌이 팍팍 들거든요? 그런데 사건 당시에는 1959년이 아니라 단기 4292년이라는 표현을 써서 갑자기 거리감이 확 생겼습니다. 우리나라가 어느 시점까지는 단기를 썼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게 1960년대까지일 줄 몰랐어요. 해방 직후 정도까지일 줄 알았는데... 정말 빠르게 확확 변하는 나라에 살고 있구나, 하는 실감이 들어 새삼 좀 신기했습니다.


사건을 꼼꼼하게 조사하고 여러 가설을 상상력으로 덧붙인 것도 좋았지만, 그보다 현대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면서 환기해야 할 지점을 짚어주는 면이 참 좋았습니다.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는 언론의 행태라든가, 몇백 년 전에는 환상의 보물로 여겨진 금속을 지금은 아주 간단하고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든가 하는 부분이요. 그저 흥미 위주로 사건을 다루는 게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렇게나 기묘한 사건들이 많았는데, 이 중에서는 아직까지도 영영 미제로 남은 사건도 있는데, 대부분의 대중이 모른다는 것도 생각해볼만한 지점이고요.


역사, 그 중에서도 소소한 일상사에 관심 있는 분이나 미스터리에 관심 있는 분들이 보시면 재밌으실 거예요. 곽재식 작가님의 잡학력은 언제 봐도 존경스럽네요. 저도 이렇게 잡학다식한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정진 또 정진하겠습니다!ㅋㅋㅋ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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