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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여성을 위한 심리학 - 똑똑한 여자로 그치지 않을 심리적 무기
모니크 드 케르마데크 지음, 이정은 옮김 / 생각의길 / 2023년 3월
평점 :
사실 어릴 적에는 여자로 태어났다는 사실이 크게 불만스럽지 않았습니다. 성적지상주의 사회에서 성적이 괜찮은 '범생이'로 산다는 것은, 여자로서 받는 차별을 상당히 상쇄시켜 주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리고 남자들은 이런 불편함을 겪지 않는다, 하는 것을 잘 모르니까 오히려 남들도 다 이렇게 사나보다 하고 그냥 참고 견디면서 사는 면도 있고요. 개인적인 성향이 무던한 것도 한 몫 했죠. 제 주변을 보면 보통 대학 때까지는 남녀차별을 잘 인지하지 못하다가 취업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확 깨닫게 되더라고요. 저도 그렇고요. 그래서 이 책의 제목에 절로 눈이 갔어요ㅎㅎ
여성 영재들은 남성 영재들에 비해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더 많이 느끼고,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고독감보다도 상대의 요구를 만족시키고 싶어하다보니 스스로를 지나치게 통제하다 우울과 좌절을 겪는 경우가 많대요. 거기에 물론 당연하게도 사회의 고정 관념 때문에 겪는 차별도 있고요. 비슷하게 능력을 발휘하고 비슷한 특질을 보여도, 여성 영재는 훨씬 더 비난에 가까운 평가를 받게 되니까요. 통계보다도 실제 자신이 상담했던 사례에 비춰 영재 여성의 심리학적 문제를 진단하는 책이었습니다.
사실 제목을 보고는 유리천장 같은 개념을 이야기할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비교군을 남성으로 두고, 남성과 비슷하거나 더 뛰어난데도 제대로 자기 몫을 챙기지 못하는 여성을 위한 심리학 책이 아닐까 싶었거든요. 그런 내용도 물론 있지만 전반적으로 여러 가지 분야에서 타고난 영재인데 여성인 경우, 그 특수성 때문에 이중 삼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솔직히 읽는 내내 '난 이 정도 영재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약간 주눅이 들 정도였다니까요!
저는 이 책에서 말하는 흰개미- 예시로 들어보자면 한꺼번에 스무 가지 생각을 하고 일을 처리하는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이 책에서 말하는 몇몇 조언들은 제 삶에도 적용해보면 좋을 것 같은 부분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같은 기업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지지하는 모임을 만들라든가, 고통과 나쁜 경험을 구분해야 한다든가 하는 조언은 유용할 것 같아요. 요즘 갑자기 성비가 굉장히 불균형해진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여성 직원들끼리 모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솔직히 남들보다 내가 훨씬 더 잘하는 것 같은데, 그래서 오히려 내가 뭘 다 해버린다든가 다른 사람들이랑 잘 못 지낸다든가 하는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데, 주변에 이런 말을 하면 잘난 척 하는 것 같아서 어쩐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해서 끙끙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일독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