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엣과 줄리엣 - 희곡집 에세이
한송희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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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재해석한 작품은 많잖아요~ 그래서 전 오히려 고전을 가지고 이리저리 2차 창작한 극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원작을 나는 이렇게 비틀었어요' 아무리 외쳐봤자 남이 만들어놓은 세계와 캐릭터에 기댄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줄리엣과 줄리엣>은 제목부터 딱! 컨셉이 와 닿으면서 와 너무 좋다 기대된다 했던 작품이었어요. 실제로 보니 기대만큼 좋아서 정말 연극 보는 맛을 느끼게 해준 공연이었습니다.



처음에 이 책이 나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 대본집이 새롭게 나온다는 줄 알았어요. 그동안 나온 <줄리엣과 줄리엣> 희곡집의 경우, 공연장에서 파는 자체 엠디였다면 이건 출판사를 끼고 정식으로 나온 그런 MD인가보다 했죠. 그런데 책에 대한 소개를 보니 희곡집에 더해 이 연극을 만들면서 생각한 이런저런 얘기들까지 덧붙인 에세이가 아니겠어요? 와, 정말 궁금하고 재밌겠다 싶었습니다.


젠더퀴어 승려 캐릭터가 무척 흥미로웠는데, 그에 대한 캐스팅 얘기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는 사실 첨부터 의도하고 쓴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작가는 엄청 고민을 많이 했더라고요. 한 캐릭터에 너무 많은 소수자성을 부여한 게 아닐까? 너무 생뚱맞은 캐릭터를 끼워넣은 것은 아닐까? 작품 뚜껑이 열리기 전 창작자의 마음으로 상황을 보니까 제가 관객일 때와 또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약간만 삐끗했어도 비판받을 여지가 있었다 싶어요. 다행히 잘 풀렸지만요! 게다가 지혜 배우의 젠더퀴어 승려 너무 멋있고 매력적이었거든요. 배우 본연의 매력과 캐릭터의 매력이 합쳐져서 완전 대만족이었어요~



제가 좋아하고 잘 아는 작품과, 배우와, 창작진들의 뒷이야기를 듣는 건 연극을 보는 것과 또 다른 즐거움을 줘요. 창작자의 의도와 고군분투가 작품 내에도 그대로 녹아있어서 제가 느낀 그대로일 때, 정말 괜찮은 작품을 만났다는 만족감이 있습니다. 반면에 제가 눈치채지 못했거나 몰랐던 얘기를 하면, 와 이렇게 보면 작품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구나! 하고 작품을 보는 마음의 해상도를 높이는 기분이라 좋아요. 셰익스피어의 수많은 작품을 뜯어보며 '셰익스피어처럼 쓰려고' 노력한 대사들을 음미하다 보면, 작품 내의 그 고풍스럽고 우아한 말맛이 더 살아나는 기분이랄까요?



연극 <줄리엣과 줄리엣>을 재밌게 보셨던 관객분이라면, 혹은 연극을 보지 않으셨다 하더라도 이 유명한 고전이 사실은 두 유명한 퀴어의 러브스토리였다는 데 흥미를 느끼시는 독자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세요. 대본집 겸 에세이라니! 이런 기회 흔치 않다고요!ㅋㅋㅋ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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