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니와 마고의 백 년
매리언 크로닌 지음, 조경실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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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만난 시한부 소녀와 할머니의 우정 이야기. <레니와 마고의 백 년>을 한 줄로 요약하면 아마 이런 이야기가 될 겁니다. 그래서 결말이 어떻게 될지 뻔히 알고 있었는데도, 읽다보면 우리의 주인공 레니를 사랑하게 되면서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흐르고 마는.. 그런 소설이었어요.


초반에는 레니의 눈으로, 레니의 시선으로 보다보니 사실 레니가 그렇게 특별한 아이라는 느낌은 없었어요. 그래서 중간에 간호사 재키가 "니가 말하기만 하면 뭐든 다 들어주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나는 아니다. 너는 그냥 관종일 뿐이다" 하는 식으로 말했을 때는 너무 놀라버렸지 뭐예요! 아니 레니가 뭘 그렇게까지 관종처럼 굴었다고??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레니가 또래가 아니라 80대 이상의 노인반에 들어가 미술 수업을 받는 것도 원래는 안 되는 거였잖아요? 병원에서 (쓸데없는 규칙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 규칙에 예외로 삼아준 건 맞으니, 못마땅하게 보는 사람이 있을 법도 해요.


중간중간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레니를 볼수록 레니가 더 특별한 아이처럼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엄마나 아빠가 병원에 오지 않는 이유만 해도 그래요. 떠나가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렇게 단호하게 가족을 쳐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17살이 아니라 37살이어도 못 하는 일인데... 가끔 너무 일찍 어른이 된 아이를 보면 괜히 애틋해지곤 하는데, 레니가 자신의 엄마나 아빠에 대해 말할 때도 꼭 그랬습니다. 안아주고 싶었어요.


중간에 몇 번 멈춰서서 마음을 추슬러야 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아서 신부님의 마지막 미사 때라든지, 마고와 험프리가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눌 때라든가, 마고가 혼자 설거지를 하다가 험프리에 대한 진실을 깨닫게 되는 장면이라든가 하는 그 모든 부분에서 잠깐씩 멈춰야 했답니다. 사실 초중반에도 죽음과 이별이 있는데, 후반부가 왜 더 찡한가 생각해봤어요. 그건 제가 초중반에 헤어진 인물들을 주인공들만큼 사랑하지는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더 몰입하게 되면서 레니와 마고만큼 그들을 사랑하게 되어서 더 힘들어진 듯 해요.


완벽한 수미상관은 아니에요. 하지만 첫 부분에, 아직 주인공을 사랑하지 않던 시절에 말했던 내용과 일어났던 사건이 마지막에 다시금 펼쳐집니다. 그 부분을 다시 만나게 되니까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몇 배는 더 감동적이었어요. 특히 마고가 도대체 쓰레기통에서 어떤 편지를 뒤지고 있었나 하는 부분이요. 마고에게 일어난 모든 일, 마고에게 그 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후에 다시금 첫 장면으로 넘어가면 정말 레니가 너무 고맙게 느껴진다니까요! 마고의 눈으로 본 레니는 얼마나 특별한지!


모든 책이 그렇지만, 모르고 봐야 좋은 부분이 있어요.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부분이 많아지기 때문에 저를 울렸던 많은 부분을 자세히 얘기할 수가 없어서 아쉬워요ㅠ 그치만 모르고 봐야 좋으니까.. 아서 신부님과 마고에 대한 묘사가 정말 좋았거든요. 방금 전까지는 아서 신부님과 마고였는데, 그 다음 순간에는 아니었다는 그 부분이 정말 세상 모든 관계에 대한 정의가 아닐까 싶어요.


정말 좋은 작품이었어요. 영상화된다고 하던데, 꼭 보고 싶어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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