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가출 에놀라 홈즈 시리즈 8
낸시 스프링어 지음, 김진희 옮김 / 북레시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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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놀라 홈즈>를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먼저 접했는데, 상당히 재밌더라고요. 아직 미성년자인 만큼, 실수도 하고 엉엉 울면서 오빠에게 끌려가기도 하고 헛다리 짚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생기발랄하게 빛나는 소녀 탐정이었어요! 원작이 있는 건 나중에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벌써 8편이나 나온 시리즈물이지 뭡니까? 마침 8편이 나왔길래 영화 2편을 보기 전에 먼저 읽어보기로 했어요. 이미 영상화된 모습을 보고 난 후라 읽는 내내 배우들 얼굴이 자동으로 재생되는 건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습니다. 손쉽게 상상할 수 있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동시에 제 상상력을 딱 고정시켜 버리니까 아쉽기도 하네요.


 벌써 8편까지 이어온 시리즈물이라 그런지, 곳곳에서 '이전 작품에서 등장했어요' 하는 식으로 묘사가 되는 인물이나 사건이 꽤 자주 나옵니다. 이게 약간 애매한데, 설명을 주구장창 반복해줘서 그만 좀 말해줘 싶은 건이 있는가 하면, 또 한편으로는 설명이 안 된 것 같은데 이전에 있었던 사건 때문에 이렇게 진행되는 거겠지? 싶은 건도 있어서 약간 뒤죽박죽이에요.


 예를 들자면 8편 사건의 주인공인 세실리에 대해서는 자꾸만 왼손 인격과 오른손 인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사실 너무 강조하니까 흠 이렇게까지 딱 나눠진다고? 싶어서 약간 삐딱해지는 마음이 없잖아 있을 정도에요ㅋㅋㅋㅋ 세실리는 왼손을 쓰면 똑똑하고, 사회의 고정관념에 굴하지 않고, 아버지로부터 탈출하려고 하는 독립적인 인격이 되고 반대로 오른손을 쓰면 순종적이고, 얌전하고, 아버지 말에 복종하는 온실 속 화초 같은 인격이 되는데.. 아니 이중인격이라는 병이 실존한다는 걸 감안해도 너무 작위적이라는 느낌이에요. 왼손잡이가 가지는 고정관념이나 상징성을 생각하면 더 그렇고요ㅋㅋㅋ


 그렇지만 좌충우돌 몸으로 부딪혀가며 사건을 냅다 들이받아버리는(!) 에놀라 홈즈 덕에 뭔가가 굴러가는 게 시원시원한 속도감이 느껴져서 페이지가 휙휙 넘어가는 맛이 있습니다. 셜록 홈즈만큼 대단한 논리와 추리력으로 무장하진 않았지만 (에놀라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을 딱 보고 추리를 완벽하게 해내진 않죠) 가끔 셜록 홈즈를 핀잔 주고 가르쳐가며 (이 부분 때문에 셜록 원작 팬들에게서 원성을 꽤 듣는 모양이더라고요) '당시 시대상 기득권자 귀족 남성'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하고요. 전반적으로 에놀라 홈즈 시리즈에는 쭉 변화하는 시대라는 키워드가 반드시 들어가는 것 같아요. 언제까지 그런 후진 생각을 하면서 살거야? 이제 시대가 변했다고!


 8편의 주인공인 세실리가 2편과 4편에서 각각 등장했다고 하던데, 어떤 식으로 사건이 마무리되었나 궁금해서라도 꼭 그 두 편은 봐야겠어요. 특히 2편의 경우 영화로 나와있으니 훨씬 더 접하기가 쉽네요. 극 중 1편부터 8편까지의 시간이 1년 반 정도밖에 되지 않던데, 영화로 8편까지 그렇게 단숨에 찍기는 어렵겠죠? 몇 편까지나 이어질지 궁금하네요. 원작도, 영화도, 계속 쭉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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