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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 2022년 뉴베리상 100주년 대상 수상작 ㅣ 오늘의 클래식
도나 바르바 이게라 지음, 김선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평점 :
스포가 있습니다! 스포 없이 쓰려고 했더니 정작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을 뭉뚱그려 써야 해서 후기가 너무 애매해져 버리더라고요. 최대한 직접적이지 않게 쓰려고 노력했으나, 눈치가 빠른 독자분들이라면 이 정도의 힌트만으로도 '흠 그렇게 되겠군' 하고 짐작해버릴 게 너무 확실합니다. 스포 없이 읽고 싶으시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십쇼!!
아.. 무서웠습니다. 정말 무서웠어요! 제가 읽었던 그 어떤 SF보다 끔찍했습니다. SF라는 게 결국에는 그 모든 과학기술의 눈부심 뒤에서 '무엇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가' 혹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우리 신체를 조금씩 로봇으로 대체하기 시작한다면, 어디서부터 인간이고 어디서부터 로봇인가? 혹은 감정을 가진 로봇을 그저 로봇이라고 보아야 하는가? 등등의 이야기를 하는 장르잖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을 좀.. 극한 상황으로 내모는 경우가 많고요. 인류가 멸망했다거나,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가 인간을 지배한다거나, 나만이 온전한 진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거나...
그래서 어느 날 주인공이 어떤 재앙으로 인해 지구도 잃고, 가족도 잃고, 심지어 인류도 거의 다 잃고 혼자가 되고 말았다- 여기까지는 꽤 익숙한 전개였습니다. 우리가 꿈꾸던 모든 미래는 산산조각 나 있고, 인류는 계획할 당시에 존재하지 않았던 변수로 인해 멸망 일보직전이고, 주인공은 홀로 거대한 시스템과 싸워야 하고... 하지만 그 와중에 서로를 위한 사랑이나 희생을 묘사하는 방식이 너무 슬펐어요. 침대맡에 두고 자기 전에 읽다가 눈물이 너무 계속 나서 결국 멈춰야 했을 정도로요. 주인공 페트라를 아꼈던 사람 혹은 페트라가 아꼈던 사람이 서로를 위해 어떤 것까지 감수했는가를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납니다.
벤 같은 사람만 해도 그래요. 사실 거의 모르는 낯선 이에 불과했는데, 페트라를 위해 헌신했잖아요. 자신이 보살펴야 하는 어린 아이를 지켜주겠다는 의지로 죽는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그의 다정한 선의를 생각나면 자꾸 울컥하게 됩니다. 나는 여기서 죽을 테지만, 그래도 너를 위해 최선을 다할게. 너를 지켜줄게. 하는 그 마음이 절절히 느껴져서요. 심지어 벤 입장에서는 자신이 뭘 포기하고 어떤 희생을 감내했는지 아무도 몰라줄 것이 100% 확실한 상황이었잖아요. 보답받지 못할 걸 알면서 자신의 모든 걸 바치는 숭고함. 저는 이런 서사에 약해요.. 이런 사람들이 언제나 인류를 한 발짝씩 더 위쪽으로 끌어올렸다고 생각합니다ㅠ
이야기에 과몰입하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사실 소설은 과몰입하는 맛으로 읽는 거 아니겠습니까? 책의 끝자락쯤 되니까 그때부터는 거의 휴지를 옆에 두고 눈물을 닦아가며 읽어내려갔던 것 같아요. 이야기의 힘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소설 읽을 시간에 자기계발서를 읽으라는 사람이 여전히 많죠) 언제나 목적과, 효율과, 정답만 있는 사회가 얼마나 끔찍한지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합니다. 소설 속 유령새우들이 그런 것처럼요. 하지만 아무리 세뇌와 교육으로 억눌러놔도, 모든 생명체에게는 각자의 개성과 의지와 생각과 신념이 있고 그건 막을 수가 없어요. 바로 그 덕분에 인류가 절멸하지 않고 굴러가는 거겠지요.
아 정말 재밌었는데 제가 맛있는 부분을 다 망쳐버리면 안되니까 꾹 참겠습니다. 한 번 읽어봐주십쇼.. 정말 재밌습니다.. 인간의 선의와 다정함의 힘을 믿는 사람이라면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꼭 봐.. 두 번 봐..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