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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석 기차 여행 ㅣ 당신을 위한 그림책, You
다니 토랑 지음, 엄지영 옮김 / 요요 / 2022년 10월
평점 :
저는 가끔 동화책에 나오는 일러스트가 너무 좋아서, 권장나이와는 상관없이(ㅋㅋ) 동화를 소장하곤 합니다. 어른용으로 나오는 책은 대부분 일러스트가 많지 않잖아요. 표지 정도? 그런데 워낙 잘 그리시는 작가도 많고, 보는 순간 '꽂히는' 그림도 많아서 가끔 북페어 같은 곳에 가면 동화책 세션에서 실컷 구경하게 된다니까요! 다채로운 색감, 따뜻하고 다정한 이야기, 작가의 개성이 한껏 담긴 그림체가 어우러져서 너무 멋진 작품들이 많아요. <일등석 기차 여행>도 표지를 보고 반해서 당장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책이었습니다.
전 정말 이 책의 표지가 대단히 멋지다고 생각해요. 겉표지가 하나의 창처럼 기능하면서, 마치 주인공이 기차 여행을 하면서 창 밖을 내다보는 구도가 됐잖아요? 책 속에서 은근 주인공의 정면 얼굴을 보기 힘들다는 사실까지 합쳐저서 대단히 매력적인 표지가 됐어요. 클레멘티나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도 잘 드러난 것 같고요. 책을 읽다보면 주인공인 클리멘티나를 계속 쫓아가지만, 대놓고 그 속마음이 나오지는 않거든요. 우리는 클레멘티나의 행적을 통해서 그 속마음을 유추해볼 수 있을 뿐이죠. 또, 멋진 일러스트가 암시하는 다양한 상황과 은유를 통해서도요!
주인공인 클레멘타니는 굉장히 아름답다고 묘사되고, 아버지가 있는 힘을 다해 상류층의 삶으로 올려주려고 애쓴 덕분에 우아하기까지 하다고 해요. 실제 그림으로 봐도 조용하고, 정적이고, 단아하고, 속을 알 수 없는 신비함이 느껴지는 인물입니다. 재밌는 건 앞서 언급했드듯, 클레멘타니는 상당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게 그려져 있어요. 고개를 숙이거나, 모자를 쓰거나, 풍경 속에 묻혀 있습니다. 그녀가 정면으로 생생하게 표정을 드러내는 건 후반부 딱 한 장면 뿐이에요. 그 대비가 무척 근사했습니다.
'전쟁'이라는 시대적 상황 때문이기도, 지금 막다른 처지에 몰려 있는 클레멘타니의 개인적 상황 떄문이기도 할 텐데 전반적으로 어둡고 스산한 느낌의 배경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 안에서 주인공은 가족도, 집도, 목적지도 없는 여행을 하며 방랑 중인 처지죠. 거대한 배경 속에서 클레멘타니는 작고 사소한 존재 같은 느낌으로 묘사된 컷도 제법 있어요. 이 부분 역시 뒤로 가면서 클레멘타니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무엇일까'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면서 점점 달라지죠. 대비되는 부분이긴 한데, 전 앞부분의 그 압도적인 느낌도 좋았어요. 사실 가족이 있고, 집이 있고, 직업이 있어도.. 우리 개개인은 작은 존재들일 뿐이잖아요.
세 번의 계절을 지나고, 세 명의 남자들을 스쳐지나가면서, 클레멘타니가 자기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을 찾게 되는 과정은 굉장히 전형적인 스토리지만 아름답고 풍요로운 일러스트와 함께 하다보니 지루하지 않아요. 동화를 읽으면서 '모든 게 다 망하는 시궁창' 같은 결말을 기대하는 이도 없을 테니 장르적으로도 기대를 훌륭히 충족시키는 작품입니다! 행복을 찾아 떠났으나 행복이 내가 찾는 모양이나 형태는 아니더라~ 그럴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또 금세 익숙한 형태의 행복을 찾는 게 어른이 된 후의 슬픈 점이네요ㅠㅋㅋㅋ 아직 그런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조카랑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