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의 공식 - 욕하면서 끌리는 마성의 악당 만들기 어차피 작품은 캐릭터다 1
사샤 블랙 지음, 정지현 옮김 / 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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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블이 흥하면서 어느샌가 '히어로'나 '빌런' 같은 용어가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어요. 이제는 모두들 '악당'이라는 말보다 '빌런'이라는 말에 더 익숙해진 것 같아요. 일상 생활에서도 나를 괴롭히는 직장 내의 이상한 사람을 빌런이라고들 많이 칭하더라고요. 현실의 빌런은 굉장히 사랑하기 어려운 존재지만, 적어도 이야기에서는 다릅니다. 잘 만들어진 빌런 하나는 열 명의 히어로도 못한 일을 손쉽게 해낼 수 있거든요. 서사를 생각하지도 못한 방향으로 굴러가게 하는 일 말이에요!!


 빌런과 히어로라는 용어가 아무래도 장르 소설에 자주 등장하다 보니 <빌런의 공식>에 등장하는 많은 예시 역시 장르 소설에서 가져왔더라고요. 그런데 조금씩 다른 모습과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지, 모든 이야기에는 당연히 빌런이 등장합니다. 갈등이 등장하니 당연한 거겠지만요.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자주, 가장 많이 떠올렸던 빌런은 <오만과 편견>의 미세스 베넷과 리디아 베넷이었답니다. 소설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저 경박스럽고 생각 없는 두 사람을 싫어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 두 사람이 없었다면? 어떻게 리지가 다아시와 맺어질 수 있었겠어요? 그들에게 두 번째 기회가 오도록 사건을 일으킨 게 저 두 사람인걸요! 그런 걸 생각해보면 빌런은 정말 너무너무 싫어서 치가 떨릴 때조차 그 역할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빌런을 '제대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꼼꼼하게 알려줍니다. 


 저자가 굉장히 신경써서 항목을 선정했다는 게 느껴져서 정말 좋았습니다. 빌런의 정신적인 상처나 문제를 만들어내는 챕터에서 특히 그랬어요. 그 전까지는 관점의 제시에 가까웠다면, 빌런의 정신 질환에 대해서는 굉장히 단호하게 목소리를 내는 게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이제까지 미디어가 그려왔던 방식 그대로 정신질환을 써먹는 걸 굉장히 경계하더라고요. 미디어는 나쁜 방식으로 차별에 대한 근거를 퍼뜨리잖아요.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보고 들었던 '가상의 이야기'에서의 악당을 현실에도 대입합니다. 그래서 조현증에 걸린 누군가를 닥치는대로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로 설정하면, 누군가는 그걸 보고 조현병 환자들에 대해 잘못된 고정관념을 품게 돼요. 당연하죠. 그러니 빌런에게 정신적인 문제를 주고 싶을 때는 신중히, 제대로 된 정보를 통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완전 100프로 동의해요!


 각 챕터의 마지막마다 그 챕터에서 했던 핵심 내용들을 요약해놔서 다시 복습하기 딱 좋았습니다. 나중에 급할 때는 요약본만 봐도 될 것 같아요. 이미 읽어봤으니 뭘 뜻하는지 알잖아요~ 그리고 생각해볼 문제를 던져놔서 이 책에서 제시하지 않는, 지금 내 머릿속에 떠오른 장르와 이야기를 가져다 대입할 수 있게 한 것도 좋았어요. 아까 말씀드렸듯, 제가 가장 많이 떠올린 건 <오만과 편견>이었답니다. 요즘 그 고전을 다룬 연극에 빠져있거든요ㅋㅋㅋ 이미 알던 이야기를 이렇게 빌런이라는 요소 하나를 뽑아서 새롭게 해제해서 뜯어보는 건 또 다른 재미를 줘요. 여러분도 그냥 슥 넘기지 말고 꼭 해보시기 바랍니다!


 윌북에서 나온 작법 시리즈는 대체로 만족도가 높네요. 예전에 OO의 힘 시리즈도 좋았었는데, OO의 공식 시리즈도 좋아요. 시리즈를 쭉 다 읽고 같은 소설을 각 시리즈의 내용대로 요리조리 뜯어서 보면 그것도 무척 재밌을 것 같아요. 연달아 히어로의 공식과 사이드킥의 공식이 나온다고 알고 있는데, 나머지도 얼른 읽어보고 싶네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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