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의 세계
고요한 외 지음 / &(앤드)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엔솔로지 작품이 재미있는 건, 같은 키워드를 던져도 모든 창작자들이 저마다 다른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점입니다. 각기 다른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을 읽고 있노라면, 나였다면 이 키워드에 어떤 이야기를 떠올렸을까 궁금해지기도 해요. <2의 세계>는 '2'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7명의 작가들이 만들어낸 7개의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어떤 작품들은 현실적이고, 어떤 작품들은 판타지스러워요. 어떤 작품은 상쾌하고, 또 어떤 작품은 가슴이 저릿해지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코너스툴>입니다. 이야기가 정말 예측이 안 되어서 신기하더라고요. 2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것도 독특했어요. '너'에게 말을 건네는 2인칭 시점의 소설은 거의 없잖아요. 게다가 화자와의 관계가 짐작이 안 되게 만든 점도 재밌었어요. 화자가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 무슨 상황이었지? 화자는 도대체 이 편지 아닌 편지를 왜 쓰고 있을까? 그래서 과거에서 누가 잘못한 거야? 등등. 그리고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게 되는 순간 '아...' 하고 먹먹해지게 만든 점도 좋았습니다. 저는 한국이 로맨스-멜로에 과도하게 미쳐있는 나라라고 생각하는데, 그 폐해를 극단적으로 마주하는 기분이었어요. 누군가에게는 로맨스가 아닌 사랑, 연애감정이 아닌 인간관계도 있다는 게 이다지도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분위기라니. 씁쓸합니다.


 <다음이 있다면> 같은 경우는 작가의 말이 본문과 이어지면서 작품을 완성시키는 것 같았어요. '이때를 지나면 이 시간은 끝이고 다시 오지 않는다는 말. 인생의 스무 살, 서른 살은 한 번 뿐이라는 말. 맞는 말들의 무게와 압박감에 대해 생각한다'는 구절이 확 와 닿았다고나 할까요? 적어도 몇 살까지는 뭘 해야 하고, 남들처럼 안정적으로 인생의 트랙을 착착 밟아야 한다는 압박이 심한 사회에서는 미진처럼 얼마간 방황할 시간조차도 '걱정을 빙자한 비난'을 피할 수가 없잖아요. 물론 인생에서 지금 이 순간은 한 번밖에 없겠죠. 하지만 그 지금을 놓쳤다고 해서 인생 전체를 망친 것처럼 구는 시선은 또 얼마나 폭력적이고 오만한가요. 부디 미진도, 그리고 미진처럼 방황하는 다른 모두도 다시 한 번 기회를 얻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2차 세계의 최애>도 재밌었습니다. 저는 특정 인물을 덕질한 적은 없지만, 어떤 특정한 장르 혹은 작품은 꾸준히 덕질하고 있는 사람이라 그 일방적이고 내 맘대로 퍼부을 수 있는 애정에 대해 엄청 공감이 가더라고요ㅋㅋㅋ 언제든 내가 원하는 만큼만 좋아하고, 내가 원할 때 그만둘 수 있는, 상대에게서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애정. 진짜가 아니어도, 순간에 불과해도, 찰나의 덧없는 감정인 걸 알면서도, 아니 오히려 그래서 그 순간에 인생을 버틸 수 있게 힘을 주는 것들이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 야금야금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걸 잡아야죠. 안 그래요?


 단편소설은 짧은 와중에 세계관을 다 드러내고, 인물을 소개하고, 상황을 이해시키고, 독자들이 공감하도록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난이도가 높다고 생각해요. 7명이나 되는 작가들이 차려놓은 만찬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뭐, 7개 중에서 취향인 이야기가 하나쯤은 있겠죠! 그게 또 엔솔로지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니겠습니까!ㅋㅋㅋ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