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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영혼 - 류팅의 기묘한 이야기
류팅 지음, 동덕한중문화번역학회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3월
평점 :
미국이나 유럽, 일본 문학은 꽤 많이 읽은 편인데 이상하게 중국 문학은 아직도 낯설게 느껴집니다. 최근 SF 분야에서 중국 작가들이 눈이 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듣긴 했지만, 이상하게 선뜻 손이 가지 않더라고요. 아무래도 아직까지 저에게 역사책 속의 중국이 아닌, 현재 진행형의 중국은 전혀 모르는 나라인가봐요. 이름도, 사회 분위기도, 문화도, 제가 잘 모른다는 게 곳곳에서 티가 났어요. '중국의 일반 서민의 일상이 정말 이런가? 이건 특별히 하층민의 삶인가?' 하고 고민하게 되는 식이랄까요.
총 12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 중에서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당장 돈이 없어 똥냄새가 진동하는 뒷골목에서 아이를 낳아 키워야 하는 시인이 있는가 하면, 지금 이 시대가 싫으니 전쟁이 난무하고 모두가 고생하는 당나라 시절로 타임워프를 하겠다는 교수나, 작가가 자신의 연인을 뼈앗아간 것에 분노하는 소설 속 주인공도 있습니다. 다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만 나오는 건 아니고, 평생을 버스 운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 노동자나 가족 모두를 부양했으나 그들 모두에게 배신당한 여성 가장도 있습니다. 누구라도 (이 중국 사회에서는) 불행합니다. 심지어 인간이 아닌 존재조차도요.
소설 곳곳에 이상하달까, 어색한 묘사나 문장이 있습니다. 이게 번역 문제 같지는 않아요. 아마 작가가 일부러 그렇게 쓴 것일 텐데, 아무리 봐도 말이 안 되는 구석이 있거든요. 그런 작품이 몇 편 있는데, 그 중에서도 <아버지의 감옥>이 특히 심해요. 거기서 화자는 1인칭 시점으로, 감옥에 갇혀 있어서 소리를 들을 수만 있고 아무것도 볼 수는 없거든요? 그런데 계속해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에 대한 묘사가 등장합니다.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든가, 편지를 꺼냈는데 모두 서른 통은 되어보였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보면서 계속 혼란스러웠는데, 문제는 작가가 이걸 의도한 건지 아닌지 모르겠어요. 의도했다 해도 개인적으로는 불호 포인트였습니다. 자꾸 시점을 왔다갔다 하니까 읽다가 턱턱 막히더라고요.
책 홍보 문구로도 쓰이고, 띠지에도 적혀 있는 "누군가의 기괴한 언어로 시를 읽는 것 같았다"라는 문장은 이 소설에 대한 평이 아니라 소설 속에 등장하는 시인의 글에 대한 평가입니다. 그 시인은 사랑하는 여성을 쫄쫄 굶기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고, 이 소설의 모든 인물이 그렇듯이 불행해집니다. 작가가 남자라 그런지 화자가 전부 남자인데, 여성 독자로서는 상당히 냉담하게 볼 수밖에 없는 발언을 계속해서 등장인물이 불행해지는 게 힘들진 않았어요. 어쩌라고? 혼자 죽든가? 싶은 생각이 계속 들거든요, 특히 당나라로 넘어갔던 그 인간은 왜 안 죽어서 저런 헛소리를 늘어놓나 싶었다니까요. 그만 죽지 그래.
중국에서 요즘 엄청 핫한 작가래요. 요즘 중국 문단 분위기는 이렇구나 하고 보심 될 것 같아요. 우리랑 비슷하기도 한 것 같고~ 다르기도 한 것 같은~ 그런 오묘한 느낌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