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점의 힘 - 독자는 모르는 작가의 비밀 도구 내 글이 작품이 되는 법
샌드라 거스 지음, 지여울 옮김 / 윌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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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점의 힘>은 얼마 전 발간했던 <묘사의 힘>의 후속작입니다. 워낙 호평을 받았던 책이었어서 언젠간 꼭 읽어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그 후속작을 먼저 읽게 됐네요. 확실히 글을 잘 쓰는 사람 특유의 간결함이 있습니다. 게다가 이건 소설이 아니라 실용서잖아요? 어떤 식으로 써야 하는지 예시도 알기 쉽게 써놓고,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연습 과제도 내줍니다. 만약 작가 지망생이거나 작가라면 확실히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글을 잘 쓰고 싶다, 하는 작가로서의 욕망이 아니더라도 재미있는 책입니다. 서사를 많이 접하다보면 자기 나름대로의 법칙 같은 게 쌓이게 되는데, 작법서를 보면 다른 사람들이 내가 생각한 규칙에 대해서 꼼꼼하게 정리해서 보여주니까 그게 좋더라고요. 이거 나도 생각했는데! 아, 그걸 이론화시키면 이런 식으로 되는구나! 하는 부분이 많아서 책 진도도 엄청 쑥쑥 잘 나갑니다. 물론 진짜로 내가 글을 쓰려고 덤벼드는 상태에서 이 책을 읽으면 하나하나 읽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좀 소요될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그 정도의 욕심은 없기 때문에(ㅋㅋ) 가볍게 쓱 읽으면서 요즘 제가 읽었던 작품들은 어디에 속할지 가늠해보고 있었어요.


 여기서 지적하는 사항이 몇 가지 있는데, 많은 작가들이 실수한다는 '머리 넘나들기'가 인상깊었습니다. 여러 시점을 작품 속에서 의도적으로 녹여낼 때는, 독자들이 혼란스럽지 않게 해주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장이 바뀔 때, 아무리 빨라도 최소한 장면이 바뀔 때 시점을 바꿔줘야 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전지적 작가 시점'과 '머리 넘나들기'를 구분하지 못하고 마구 섞어서 쓴다는 거예요. 전지적작가 시점은 등장인물들의 속마음을 모두 알 수 있지만, 대신 등장인물 본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서술하지는 않거든요. 외부에 아주 분명한 화자가 있는 거죠. 그런데 머리 넘나들기에 사용하는 시점은 등장인물 본인이 되어서 속마음을 생각하는 게 독자에게 그대로 문장으로 노출되는 거예요. 그게 A였다 B였다 하면 독자들은 도대체 누구에 이입을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죠!


 의외였던 게, 책 속에서는 로맨스 소설은 1인칭 시점으로 쓰는 걸 별로 추천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체감상 요즘 웹소설에서 로맨스 장르는 대개 1인칭 시점으로 많이 쓰이는 것 같아서, 그 부분이 좀 신기했습니다. 사실 1인칭 시점이야말로 주인공 몰입의 최강자이니까,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어하는 판타지나 로맨스 장르에서 많이들 선호하잖아요. 그런데 정보량의 제한 때문에 오히려 3인칭 깊은 시점을 더 추천하더라고요. 같은 장면이나 서사를 여러 시점으로 써 보는 연습도 작가들에게 엄청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책이 맘에 쏙 들어서, 시리즈인 <묘사의 힘>과 <첫문장의 힘>도 사려고요! 셋 다 나란히 놓고 읽으면 넘넘 재밌을 것 같아요ㅎㅎ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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