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잘 놀다 가는 70가지 방법 - 가끔 바보 같아도 행복하게
로버트 풀검 지음, 최정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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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유머감각이 없는 편입니다. 제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지구에서 잘 놀다 가는 70가지 방법> 속에 나오는 '놀 줄 모르는 사람' 같아요.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그 반짝거리는 재치가 너무 부러워서 질투가 날 지경이에요. 저도 그렇게 반짝거리는 순간을 상대에게 선물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대부분은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서 머뭇거리다 지나가 버리거든요. 이 책의 저자 로버트 풀검은 열심히 그런 순간을 상대에게 선물하는 사람이더라고요. 작가의 유머감각을 시샘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미워하고, 절망하고... 암튼 그랬습니다ㅋㅋㅋㅋ


 가끔 미국인 저자의 책을 읽으면, 미국 특유의 '아이와 약자에게 다정한 문화'가 너무 사무치게 와닿을 때가 있어요. 특히 한국은 요즘 '노키즈존'이니 '잼민이'니 뭐니 하면서 아이들을 경멸하거나 배척하는 문화잖아요? 그러다가 미국의 상식적인 어른, 그것도 유머감각 있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다정하게 어울려줄 줄 아는 어른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집니다. 미래의 남편이 트럭에 치일까봐 걱정하는 손녀딸에 맞장구쳐주는 에피소드와, 침대 밑의 괴물이 무서워서 겁을 먹은 아이의 고민을 진지하게 듣고 해결(?)해주는 에피소드가 정말 좋았어요. 저도 이런 어른이 되고 싶다- 그런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책 구성도 독특했어요. 거의 일기 같은 느낌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씌여있다는 느낌? 한 단락에서 소개한 내용이 바로 뒷 단락으로 이어지는 게 많았습니다. 바로 앞에서 소개한 인물이나 장소, 사건이 뒤에서 자연스럽게 나오기도 하고요. 그 중에서 크레타 섬에서 저자의 집을 청소하던 일을 하던 가정부에 대한 글이 참 좋았습니다. 작가가 얼마나 이 사람을 (이성적으로 말고 인간적으로!) 사랑하는지 느껴지고, 본인의 일을 성실히 함으로써 타인을 감동시키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그리고 그 누군가를 글로 남기는 사람이 있다는 게 왠지 감동적이었어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이오아눌라라는 여성분을 저도 같이 사랑하게 되는 그런 기분이었어요.


 

 일기 같은 에피소드가 많은데, 읽으면서 작가는 역시 다르구나 했습니다. 제가 똑같은 일을 겪었다 해도,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이렇게 그때의 감정이나 상황을 생생하게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까 영 자신이 없더라고요. 그리고 나이가 꽤 있으신 양반인지라(ㅋㅋ) 삶에 대한 통찰력 같은 게 글에서 묻어나는 것도 좋았습니다. 돈 있고 여유 있고 글도 잘 쓰면, 이렇게 몇 개의 나라를 돌아다니며 곳곳에 뿌리내리고 살아도 참 좋겠다 싶어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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