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자 효과 - 당신이 침묵의 방관자가 되었을 때 일어나는 나비 효과
캐서린 샌더슨 지음, 박준형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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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관자'라는 말에는 항상의 죄책감과 비난이 따라다닙니다. 무언가를 방관한다는 말은, 그것이 잘못인 줄 알면서도 내버려둔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으니까요. 누군가의 선행이나 배려를 방관한다는 말은 없잖아요. 누군가의 악행이나 차별, 잘못을 방관한다는 말은 있어도 말이에요. 살다보면 크고 작은 일에 목격자가 되기 마련입니다. 그때 방관자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내가 행동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방관자 효과>는 그 고민을 하시는 분들에게 딱 맞는 책이에요.


 저는 심리학 실험을 볼 때마다 '우리가 뻔히 다 아는 걸 사회적인 실험으로 증명한다'는 느낌을 종종 받곤 했습니다. 뻔히 보이는 결과를 데이터로 증명하기 위해 실험을 한다는 느낌이랄까요? 종종 연구자들의 예측과 정반대되는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마찬가지였어요. 이미 결과를 알고 있으니 더 뻔하게 느껴지는 거겠죠. 그리고 그런 심리가 있더라~ 하는 걸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무고한 타인을 해치라는 권위자의 명령에 저항하지 못한다' 하는 명제가 있고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걸 어떻게 요리조리 분석해서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 같은 사람이 많아서일까요? 이 책은 아주 친절하게 마지막 장에 '내가 지금까지 증명한 것처럼 인간이 이따위로 생겨먹었으니까!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행동하는 양심이 될 수 있는지 알려줄게!' 하고 ABC부터 알려줍니다. 나는 데이터나 숫자나 아무튼 증명 같은 건 됐고 그래서 뭘 할지 방향이나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분들은 마지막 장부터 읽어보셔도 무방할 정도에요. Part.1과 Part.2는 주로 왜 평범한 사람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침묵하는지, 왜 아무도 행동하지 않는지를 사회심리학적으로, 그리고 생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거든요. 인간은 침묵하는 방관자가 되기 쉽게끔 뇌가 설계되어 있다는 거죠. 그런 본성에도 불구하고,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점이 다를까? 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자존감이 높을수록,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이 높을수록, 군중의 압박에 순응하려는 욕구가 적을수록,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어른을 보고 자랄수록 '도덕 저항가'가 되어 목소리를 낼 확률이 높아집니다. 실험과 뇌파를 통해 관찰한 이런 특성은 어느 정도 타고나는 측면이 있지만, 반대로 교육이나 계발을 통해 기를 수 있기도 합니다. 자존감이나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도 일종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걸 생각해보면, 사실 우리 모두는 도덕 저항가가 될 가능성을 이미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단지 아직까지는 훈련이 좀 더 필요할 뿐인 거예요.


 개인적으로 행동하는 양심을 보고 자란 사람들이 행동하는 양심이 될 확률이 높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가 정말 뭉클하고 좋았습니다. 르완다 학살이나 홀로코스트 사건에서 자기 목숨을 걸고 살해당하는 사람들을 숨겨주고 도왔던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부모나 조부모가 과거에 비슷한 처지의 사람을 도운 걸 보고 자랐다는 거, 정말 멋지지 않아요? 세상은 이런 평범하지만 위대한 영웅들 덕분에 어떻게든 꾸역꾸역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이런 사람이 되고 싶고, 제 다음 세대가 그런 모습을 많이 보고 자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내가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지만, 누군가가 정돈된 언어와 정확한 데이터로 짚어줬으면 하는 주제를 쉽고 명료하게 담고 있는 책입니다. 방관자 효과라는 제목에 끌리신 분들이라면, 이 책이 분명히 도움이 될 거예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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