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81
제인 오스틴 지음, 박용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오만과 편견>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영문학 중 하나입니다. 어릴 때보다 오히려 성인이 된 이후에 더 좋아하게 된 작품 같아요. 어릴 때는 그냥 신데렐라 이야기 아니야? 같은 느낌으로 좀 뻔하게 봤었거든요. 주인공 다아시도 그다지 멋지게 생각되지 않았구요. 그런데 크고 나서 영국 사회와 문화를 더 자세히 알게 되면서, 그리고 어떤 피해자도 없는 해피엔딩이 얼마나 귀한지 알게 되면서, 그리고 결정적으로 다아시의 어떤 면이 신사적인지 깨닫게 되면서 점점 더 좋아졌답니다. 지금은 온갖 출판사 버전별로 하나씩 하나씩 수집하는 중이에요!ㅎㅎ


 문예출판사 버전은 표지가 특히 마음에 듭니다. 제가 상상한 리지의 모습과 엄청나게 비슷하거든요! 남들 눈에 괜찮은 외모로 칭송될 만 하면서도, 제인처럼 한눈에 완벽하게 눈에 띄는 미인은 아니어야 하고, 영민하고 반짝거리는 눈을 가지고 있는, 지적이고 우아하고 교양 있는 여성! <오만과 편견>을 읽고 리지와 사랑에 빠지지 않는 독자가 있을까요? 주인공 버프를 빼고 봐도, 정말이지 괜찮은 사람이잖아요. 특히 자기 자신의 결점을 깨닫고 부끄러워하고 반성하는 부분이 그렇죠. 도대체 어떻게 베넷 가에서 제인과 리지 같은 딸이 나왔는지, 정말 미스터리입니다.


 저는 그래도 베넷 여사와 리디아를 좀 좋게 봐주는 편인데, 아무리 작품 바깥에서 애써서 '맞아 베넷 여사가 없었으면 혹은 리디아가 사고치지 않았으면 리지는 절대 다아시와 연결될 수 없었을 거야' 하고 스스로를 설득하고 가도 작품을 읽다 보면 이 둘이 점점 싫어집니다ㅋㅋㅋㅋ 휴.. 어쩔 수가 없어요. 스스로가 얼마나 피해를 끼치는지 모르고 안하무인으로 날뛰는 사람을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어요? 심지어 리디아는 마지막까지도 자기 인생이 방금 얼마나 엉망진창으로 망가질 뻔 했는지, 그로 인해 집안 전체가 얼마나 수렁에 빠질 뻔 했는지 전혀 모르고 있잖아요. 앞으로도 내내 그렇게 해맑고 징그럽게 살 것을 생각하면 아득해집니다. 리지한테 빈대만 붙지 마로라...


 문예출판사 버전은 좀 더 고풍스러운 느낌이 강한 번역입니다. 번역체 어투가 강해요. '~라는 것이었다.' 같은 식의 문장이 아주 많이 나옵니다. 그 나름의 말맛이 있어요. 그렇지만 다아시를 '다씨'라고 번역한 건 끝까지 적응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이게 워낙에 많은 매체에서 '다아시'라고 부르다보니 그게 너무 눈에 익어버렸거든요. 제 안에서 이미 대명사가 되어 버렸기 때문에.. 그리고 한국 사람으로서 ~씨 같은 표현은 이름이 아니라 무슨 경칭 같기 때문에.. 자꾸 다아시로 자동 번역되어 읽혔습니다. 이 부분만 빼면 괜찮았어요!


 영화나 드라마로도 몇 번이나 만들어진 적이 있고, 연극으로도 만들어져서 공연을 했기 때문에 아마 그런 2차 창작을 통해 <오만과 편견>을 접하신 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것들도 재미있었지만, 그래도 역시 원작은 원작입니다. 원작을 아직 안 읽으셨다면 꼭 한 번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다른 매체로 각색하다 보면 아무래도 모든 문장, 모든 장면을 다 넣을 수는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되거나 혹은 옮기기 어려워서 빠지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런 소소한 부분들이야말로 재밌는 지점 중 하나거든요. 예를 들어 베넷 부인이 계속해서 "우리 집 아이들은 부엌일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부분이 그래요. 영화나 연극을 보면 베넷 부인이 너무 결혼에 목을 메다보니 엄청 가난할 것 같은 느낌인데, 정작 보면 가정부도 있고 하인도 있고 말도 있고 농장도 있고 있을 건 다 있습니다. 심지어 베넷 부인이 가져온 지참금(재산)도 꽤 돼요. 다만 재산의 핵심인 부동산은 아들만 상속 가능한데 이 집은 아들이 없고, 물려줄 수 있는 재산은 5분할하면 너무 작아져서 문제인 거죠. 이런 식으로 자세히 그려지지는 않지만 스쳐지나가는 힌트(?) 같은 것들로 배경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추론하는 거, 엄청 재밌지 않나요? 각색물만 보다 보면 이런 매력을 놓치게 돼요.


 많은 분들이 이 멋진 명작을 꾸준히 만나주시면 좋겠네요. <오만과 편견>, 재미있습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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