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가든 - 초판본 비밀의 화원 - 1911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박혜원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비밀의 화원>은 굉장히 유명한 고전 아동문학이긴 하지만, 한국에는 상대적으로 <소공자>와 <소공녀>에 비해 덜 알려진 편인 것 같아요.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이라는 작가 이름도 안데르센이나 여타 다른 세계적인 아동문학 작가에 비해 좀 덜 익숙하고요. 하지만 덜 알려졌다고 해서 그 작품이 덜 좋다는 뜻은 아니죠! 지금 읽어보면 다소 부적절한 인종차별적 내용이 조금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당시 시대상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작가가 담고자 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재미있게 잘 전달되는 작품입니다.


 메리 레녹스는 인도에 살던 영국 부잣집 아가씨로, 아~~~~주 버릇이 없고 제멋대로에 무뚝뚝하고 심술궂은 10살짜리 꼬맹이입니다. 보통 아동문학 주인공은 어른의 눈으로 봤을 때 좀 이상해보여도 어린이들 세계에선 정말 선하고 매력적이기 마련인데, 메리는 아예 대놓고 성격이 나빠서 주변 아이들이 따돌리고 놀려먹는 것으로 나와요. 그리고 묘사를 봐도 전형적으로 '부모에게 방치되어 오냐오냐 키워진' 상류층 소황제입니다. 아무도 메리를 신경쓰지 않고, 메리 역시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아요. 이런 메리가 부모를 잃고 낯선 고모부네로 보내져, 서서히 변화한다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메리는 처음에 영국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누가 옷을 입혀주고 신발을 신겨주는 게 너무 당연해서 '마치 손발이 없는 사람처럼' 가만히 서서 누군가 시중을 들긴 기다리는 아이였지만, 하녀 마사의 솔직하면서도 능청스런 반응("즈 옷붙이도 혼차서 못 두르나요!")에 힘입어 점점 자기만의 세계를 깨고 나오게 돼요.


 동화다운 매력이 곳곳에 살아있습니다. 특히 식물을 키우시거나 정원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책 속에 펼쳐지는 생명력 넘치는 자연의 묘사가 마음에 쏙 드실 거예요! 메리는 아무 것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였는데, 혼자 방치된 채로 정원을 거닐면서 점점 이 신비한 세계 속으로 빠져들거든요. 그 와중에 정원을 돌보는 노인 벤 웨더스태프를 만나 이 무뚝뚝한 노인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점을 발견하고 친근함을 느끼기도 하고, 자연의 마법사나 마찬가지인 마사의 동생 디콘을 만나 동물과 식물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가기도 합니다. 인도에서는 늘 집 안에 처박혀 있기만 했는데 영국에서는 밖에 나와서 걷고 뛰고 놀고 먹으니 점점 더 건강해질 수 밖에요! 게다가 이 비밀 많은 집에서 '비밀의 화원'과 '비밀의 주인공', 그리고 '비밀의 방'을 탐구하면서 '비밀'을 쌓아가기고 하고요ㅋㅋㅋ


 마음이 병들어있던 크레이븐 백작가 부자(父子)가 정원을 가꾸고 자연을 거닐면서 점점 치유되고 덩달아 몸도 건강해지는 그 과정이 잘 그려져있어요. 다만 아들인 콜린이 치유되는 과정은 매우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메리와 디콘과 벤 노인과 함께 서서히 일어난다는 느낌인데 반해 아버지인 크레이븐 백작은 그렇게 어둠 속을 헤매다 어느 날 갑자기 문득 스스로 치유되어 돌아온다는 묘사가 좀 뜬금없긴 했어요. 저는 당연히 돌아와서 되살아난 콜린과 정원을 보고서 마음을 돌릴 줄 알았는데, 이미 그 전에 하루아침에 변한 채로 돌아온 거잖아요. '아내의 꿈을 꿨는데 그날 아침에 편지가 왔더라' 해서 돌아온 건 있을 법한 일 같긴 한데 말이에요. 그래도 봄의 물결 속에서 마침내 서로를 끌어안은 부모자식의 이야기는 여전히 참 달콤합니다.


 글을 읽다 보면 곳곳에 아주 인종차별적이고 계급주의적인 언사들이 녹아있어서, 만약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시는 부모님이라면 주의하셔야 할 것 같아요. '아주 오래전에는 이렇게 나쁜 생각이 당연하다고 사람들이 믿었던 때가 있었다'는 것을 충분히 납득시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예 대놓고 인도인을 노예로 부리는 영국인이 나오고, 흑인은 다 이상하니까 아가씨도 흑인인 줄 알았다는 차별적인 얘기를 하고, 거기에 또 발끈해서 화를 내는 주인공에, 곧 죽을 거라는 이유로 거의 집안에서 폭군으로 군림하던 도련님도 등장하거든요. 아동문학을 읽을 때 보통 아이가 주인공에 이입하는 걸 생각해보면, 이런 문제적인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게 주의를 기울이는 게 보호자가 해야할 일 같아요!


 꽃과, 새와, 정원과, 녹음과, 바람과, 햇살과, 초록과, 정원으로 가득차 있는 이야기입니다. 읽다보면 저도 녹음을 거닐면서 꽃향기를 맡고 싶어지는데, 저에게는 거닐만한 정원이 없다는 게 애석할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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