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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부서지기 전에 ㅣ 에버모어 연대기 1
에밀리 킹 지음, 윤동준 옮김 / 에이치 / 2020년 8월
평점 :
<별이 부서지기 전에>는 우리와는 다른, 7개의 세계가 존재하는 어떤 가상의 세계에서 자기 가족을 죽인 원수를 쫓아 고군분투하는 어떤 고아 소녀의 복수극입니다. 책 뒷표지에는 분명 이렇게 적혀 있어요. '모두가 사랑하는 전설의 왕자를 죽여라!' 하지만 제가 장담하건데, 이 소설을 끝까지 다 읽은 독자라면 아무도 그 사이코패스 악마 같은 전설의 왕자를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정말 읽는 동안 몇 번이나 화가 치솟았는지 몰라요. 잠시 화를 식히기 위해 끊어 읽어야만 했답니다...ㅎ...
저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가상의 세계도 좋아하고, 한 가지 명확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복수극도 좋아하는 편인데, 생각보다 고구마 답답이 전개여서 책장이 시원하게 촥촥 넘어가지는 않더라고요. 이게 아무래도 시리즈물이다 보니 한 권 안에 복수가 완성되지 않아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주인공인 에벌리는 아직 자신의 능력(?)을 다 자각하지도 못했고 상황 파악도 덜 됐는데, 상대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꿰뚫어보고 일을 꾸미는 놈이라 번번히 계략에서 밀리는 부분도 있고요. 주인공 심장이 시계로 되어 있어서 물에 들어가서도 안 되고 조금만 무리해도 바로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해요.
하지만 무엇보다 주인공이 상황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간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게 답답함의 최고 원인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질질 끌려 다니는 것 같거든요. 초반에 섬으로 끌려가는 부분도 선택이라고 하기엔 애초에 재판에 선 것부터 계산이 어긋나서 함정에 빠진 느낌이고, 나는 복수 외에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을 거야! 해놓고 남자 때문에 이용당하고, 가족을 죽인 사람 옆에서 그를 위해 일하고 있는 오빠를 결국에는 받아들이고.. 이런 게 전체적으로 좀 제가 원하는 주인공 상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로맨스는 차라리 그냥 없는 게 더 좋았을 것 같아요. '누군가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퀸으로도 충분하지 않았을지..?
중간에 전설의 왕자 너무 싫어서 아 그냥 다 때려쳐 에벌리 없으면 너도 망한다는 거잖아? 내가 에벌리였으면 나 네 말 안 듣고 죽어버릴 테니까 너도 그냥 망해버려라! 나 없으면 네가 뭘 할 수 있어? 또 300년 기다릴거야 뭐야 할텐데 싶었는데ㅋㅋㅋㅋ 뭐 판타지 주인공이 그렇게 쉽게 자기 목숨을 포기하면 이야기 진행이 안 되겠죠ㅋㅋㅋ 근데 진짜 에벌리 죽어버리면 복수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버렸다는 점에서, 약간 저랑 이 소설은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주인공이 싫어서가 아니라 빌런 엿먹이고 싶어서 주인공이 죽었으면 하는 독자.. 음.. 좋지 않네요..
전설의 왕자가 너무 싫기 때문에, 그 자식 망하는 거 보려고 뒷 시리즈까지 계속 볼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자기만 너무 아프고 자기만 너무 불쌍해서 남들이야 죽든 말든, 불행하든 말든 신경도 안 쓰는 놈을 정말 극혐하는데 딱 이런 놈이거든요. 어떻게 망하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볼 거예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