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범죄코드를 찾아라 - 세상의 모든 범죄는 영화 한 편에 다 들어 있다
이윤호 지음, 박진숙 그림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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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 범죄 코드를 찾아라>는 범죄학과 형사정책학을 연구하신 교수님께서 쓰신 책으로, 범죄영화를 보면서 그 앞에서 짚어낼 수 있는 여러 가지 범죄학적인 요소를 알려주고 있어요. 각 영화마다 제작진과 정보, 줄거리를 설명하고 그 뒤에 영화를 보면서 생각할 수 있는 포인트를 숫자를 매겨가며 나열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총 37편이나 되는 영화를 리뷰하다보니 '유명하다'거나 '이름 좀 들어봤다' 싶은 범죄영화는 거의 다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확실히 같은 범죄영화를 봐도, 범죄학자가 보는 시각과 일반인인 제가 보는 시각에는 차이점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인셉션>을 보면서 '다른 사람의 꿈을 공유하는 게 어떤 죄가 되는가?' 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건 확실히 정책적으로, 입법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내놓을 수 있는 시선이라고 생각해요. 범죄에는 구성요건이라는 게 있는데, 현행 법으로는 아무리 뜯어봐도 남의 꿈에 들어가서 아이디어를 훔치는 건 물론이고 (이건 그래도 다퉈볼 여지라도 있죠) 아이디어를 심는 건 아무리 넓게 해석해도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런데 워낙 여러 포인트를 전부 짚어내려고 하다 보니까 각 포인트마다 아주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게 된다는 점이 좀 아쉬웠습니다.


 제가 원했던 방향과는 좀 달랐어요. 저는 좀 더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느낌의 학술서를 원했는데, 그보다는 일반인을 위한 교양 강좌처럼 상당히 가벼운 느낌이었어요. 그렇다고 아예 쉽게 술술 읽히지는 않아서 타깃이 좀 애매합니다. 번역서도 아닌데 문장이 너무 이상한? 잘못된 번역 같은? 게 곳곳에 있어요. 저자가 오랜 유학생활을 해서, 번역체를 쓰게 되었나 싶은데.. 어쨌든 검수 과정에서 걸러져야 할 문장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가독성이 떨어져요ㅠ


 단기 쾌락주의를 비롯한 청소년들의 부문화가 그들의 관심의 초점이 되면서 이런 것들은 때론 중상류층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보면 그 자체가 일탈일 수도 있다는 청소년비행의 원인이라고 하는 것에 설득력이 생긴다. - p.38

 이런 식이에요. 이 문장도 [단기 쾌락주의를 비롯한 청소년들의 부문화는 청소년비행의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하지만 중상류층 기성세대의 관점으로 보면 때론 그 자체가 일탈일 수도 있다] 정도로만 정리했어도 더 쉽게 읽혔을 텐데.. 처음에 읽고 나서 곧바로 이해가 안 되서 앞뒤로 몇번이나 다시 읽어봤어요. 이런 식의 잘못된 번역투가 꽤 있습니다.


 그리고 한 영화 안에서 볼 수 있는 포인트를 전부 다 서술하시는데, 범죄영화라는 게 사실 어느 정도 비슷한 맥락이 있다보니 자꾸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하는 느낌이에요. 예를 들어 범죄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한 이론 중 하나인 '긴장이론'에 대한 설명은, 5~6번도 넘게 계속 반복됩니다. 차라리 영화를 10개 정도로 추려내서, 그 안에서 짚을 수 있는 포인트는 더 깊게 들어가 설명하고, 한 번 말한 내용은 다른 영화를 다룰 때는 그냥 넘어갔으면 어떘을까 싶어요. 범죄발생이론에 대해서 딱 정리되서 설명된 게 없어서, 영화 설명하면서 이론 이름 나올 때마다 노트에다 적어두는 식으로 체크했거든요. '긴장이론', '일상생활이론', '사회해체이론', '갈등이론' 등 여러가지가 나오는데 처음에 한번에 쫙 설명해주셨으면 훨씬 더 이해가 빨랐을 것 같아요.


 영화를 다룬 책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책에서 다루고 있는 영화를 보고 싶다는 충동이 생겨요~ 특히 제가 이전에 봤던 영화들은, 책에서 짚어준 포인트를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보면 더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어디를 중점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영화에 대한 감상과 재미가 달라지기 마련이잖아요! 범죄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특히 슬래셔 무비) 관련 포인트 생각하면서 보면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책에 나온 37편의 영화를 하나씩 찬찬히 볼 예정입니다. 영화를 보는 시야가 더 넓어진 것 같아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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