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와 함께 빵을 에프 그래픽 컬렉션
톰 골드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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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는 동안에는 즐거웠는데, 리뷰를 하려고 보니까 막막해지는 책이었어요. 저는 주로 서사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편인데, 카툰 형식이다 보니 특정한 주인공도 없고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줄거리도 없거든요. 한 컷 한 컷이 전부 독립적이에요. 물론 '책'이나 '독서가' 혹은 '문학'에 대한 전반적인 풍자와 농담이 많긴 했지만, 모든 카툰이 다 그런 건 아니라서 그 주제로 하나로 엮기도 애매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어쩔 수 없이.. 제 맘에 들었던 몇몇 컷을 가져와서 보여드리면서 왜 좋았는지 설명하는 방식을 써야 할 것 같아요. 



  아 저 해맑은, 어떻게든 (예비) 독자를 좋게 평가해주려는 책의 노력이 눈물나지 않나요?ㅠ 책에 대한 내용을 공부하고 레포트를 쓰려면 당연히 책을 읽어야 할 텐데, 인터넷과 각색된 영화&드라마라는 무기가 있으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정작 그 원작은 읽지 않는 것 같아요. 심지어 그러면서 읽은 척 하고요;;; 이건 특히 소위 '고전'이라는 작품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기 마련입니다. 아마 저 책도 굉장히 유명한 고전이지 싶어요. 언젠간.. 저 독자가 저 책을 읽어줬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이 카툰을 보는 우리 모두 알고 있죠. 저 독자가 절대 저 책을 집어들지 않으리라는 것을ㅠ 어린 시절 아동용/청소년용으로 각색된 것만을 읽고 원작은 보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커서 성인용으로 다시 보면 내용이 상당히 많이 다르기 마련이니까, 한번쯤 다시 접해 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경험담이에요!


 이건 꼭 책에만 한정되는 내용은 아닌 게, 모든 서사에는 갈등 구조라는 게 존재하잖아요? 영화도, 음악도, 소설도, 뮤지컬도, 연극도.. 이런 식으로 어느 순간 구조나 장면을 뜯어서 보다보면 '이야기' 그 자체에 푹 빠지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겨요. 예전에 인상깊게 들었던 영화 관계자 인터뷰 중 하나가, 자기는 이제 영화를 보면 카메라 어디를 어떻게 잡아서 어떻게 찍어야 하고 이 장면은 어디서 어떤 식으로 붙여서 착시효과를 줬겠다 하는 식으로 영화 바깥이 자꾸 보여서 아쉽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면 순수하게 즐기는 게 훨씬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이 책이 오로지 '문학'과 '독서'에 한정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컷 중 하나입니다. 은근히 사회변혁이나 혁명, 운동과 같은 주제도 꽤 나와요. 물론 굉장히 시니컬한 시선으로요. 저는 특히 이 컷 마지막에 청원서에 서명 받는 모습이 꼭 우리나라 청와대 청원 같이 느겨져서 엄청 공감됐습니다. 서명을 한 것만으로도 나는 사회 변혁에 뭔가 기여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지만, 정작 진짜 행동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런 행태를 지금 한국 사회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각자 생활이 있으니 모두가 다 혁명! 운동! 변화! 이런 물결에 동참할 수 없는 건 당연하지만, 조금 씁쓸한 부분이죠.



 이건 얼마 전에 봤던 연극 <마우스피스>가 생각나서 꼽아봤습니다. '자서전적 소설'이라는 건 도대체 어디까지 현실을 가져오고, 어디서부터 허구여야 가능할까요? 모티브가 된 인물이 읽고 그게 자신을 왜곡하거나 혹은 자신의 치부? 비밀? 같은 걸 세상에 까발린다고 생각한다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런데 문제는, 충분히 각색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같다고 혹은 다르다고 화내는 주변인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실제 현실을 가져오는 건 그래서 언제나 문제가 되기 마련인 듯 해요. 창작의 자유와 창작의 윤리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는 게 우리 시대의 과제가 아닐까 합니다.

 위의 자서전 관련 컷도 그렇지만, 이 컷도 그렇고 중간중간 검은 잉크가 번짐이 좀 있더라고요;; 아무튼 그런 외부적인 요소를 제외하면, 이 컷도 '작가'에 대한 요즘 세태를 풍자하는 컷이라 재밌었습니다. 요즘 시대에 작가는 그저 글을 쓰기만 해서는 충분하지 않고, 꼭 외부적인 다양한 활동을 해야 유명세를 얻고 돈도 벌 수 있기 마련입니다. 홍보를 위해서 발로 뛰기도 하고요. 하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은 외부활동 없이 글 쓰는 것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다면, 아마 그 길을 택하지 않을까요? 그게 훨씬 더 글의 퀄리티에도 도움이 될 거구요. 하지만 그게 안되니까 출판사에서도 자꾸 압박을 주는 거겠죠? 현대 사회에서 책을 판다는 건, 참 녹록지 않은 일 같아요..



 꽤 재미있는 컷이 많아서, 5개 정도 추린다고 애를 먹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컷이 더 많았거든요ㅋㅋㅋ 신문 만평을 보는 것 같았어요! 다른 게 있다면 주제가 정치가 아니라 '책' 관련이라는 것 정도? 아무래도 외국 문화권이다 보니 패러디나 풍자 자체가 해외 작가들이나 해외 고전을 잘 알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몰라도 크게 상관은 없는 것 같아요. 워낙 유명한 작품들 위주로 흘러가거든요. 매번 이렇게 한 페이지로 유머와 풍자를 뽑아내려면 상당히 난이도가 높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번씩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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