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 1 -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 1900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손인혜 옮김,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우 그림 / 더스토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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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즈의 마법사>는 아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함께 현대 환상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명작일 겁니다. 평범한 소녀가 낯선 세계로 떨어져 모험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온다는, 단순하면서도 이입하기 쉬운 구도로 되어 있어요. 출판 당시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영화로, 애니로, 뮤지컬로, 드라마로 다양하게 만들어지면서 대중문화에 어마어마한 족적을 남겼죠! 지금도 '도로시'나 '토토'라는 이름뿐만 아니라 '하늘로 떠오르는 집'이나 '은 구두', '노란 벽돌 길' 같은 요소가 영미 작품에 나온다면 거의 100%의 확률로 <오즈의 마법사>에 대한 오마쥬라고 보시면 돼요.


 <오즈의 마법사>는 14권이나 될 정도로 긴 시리즈인데, 우리가 대부분 알고 있는 '도로시가 토네이도에 휘말려 오즈의 나라에 떨어지고, 집으로 가기 위해 허수아비-양철 나무꾼-겁쟁이 사자와 함께 오즈의 마법사를 만난다' 하는 줄거리는 1권 내용입니다. 사실 작가는 처음에 장편 시리즈로 만들 계획이 아니었던지라 뒤로 갈수록 설정에 모순되는 점이 보인다고 해요. 당연하게도 1권만 놓고 보면 그런 설정충돌 없이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지만요. 짧은 내용인데도 도로시가 몇 번이나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정말 좋아요. 그냥 단순히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기만 하면 모든 게 다 잘 되는 식이 아니잖아요.


 <오즈의 마법사>가 1900년에 출간되었는데, 그 후 한참이 지나도록 여기에 담긴 상징이나 은유를 시대와 연관지어 생각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용기를 원하는 겁쟁이 사자는 그저 용기가 필요한 우리네 보통 사람을 의미한다고 받아들여진 거죠. 그러다 1964년 고등학교 선생님이던 헨리 리틀필드라는 사람이 1900년대 당시 시대와 엮여서 <오즈의 마법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노란 벽돌 길은 '금본위제도', 은 구두는 '은본위제도', 에메랄드 시티는 '워싱턴 D.C.', 허수아비는 '농민', 양철 나무꾼은 '공장 노동자', 겁쟁이 사자는 '민주당', 도로시는 '평범한 미국의 중산층 서민' 이런 식으로 바꿔서 보면 딱 맞아떨어진다는 거죠. 작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지만 워낙에 딱 맞아떨어지는 비유라 지금은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해요. 


 물론 저 해석을 지지하지 않으셔도 OK입니다. 환상문학의 매력이 뭐겠어요? 시대적 배경을 읽어내도 재밌지만 그냥 이야기 그 자체로 봐도 재밌다는 거 아니겠어요? 모든 훌륭한 작품이 그렇듯, 그냥 인간 본성에 대한 우화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예를 들어 각각 뇌-심장-용기가 없어서 불행하던 허수아비-양철 나무꾼-겁쟁이 사자에게 오즈가 약간의 사기를 쳐서(?) 각자 원하던 것을 가졌다고 믿게 하는 장면을 볼까요. 각자 자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스스로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사실은 네 속에 이미 네가 원하는 미덕이 있다고, 너는 충분히 멋진 존재고 네가 그걸 믿기만 하면 된다고 일러주는 내용으로 볼 수도 있잖아요. 주인공 4인방이 모두 알고보니 자기가 이미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 어린이를 위한 동화로서 정말 멋진 메세지 아닙니까?!ㅎㅎ


 <오즈의 마법사> 같은 유명한 작품은 읽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다른 장르로 접했을 뿐 정작 원본 책을 읽어본 사람은 의외로 적다고 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환상문학을 너무너무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환상문학을 좀 더 많이 읽고 좀 더 많이 이야기하고 좀 더 많이 만들어내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이 만들어낸 환상의 세계를 구경하는 것도, 그리고 거기서 은유나 상징을 읽어내는 것도, 그리고 지금 현재의 모습을 겹쳐보는 것도 무척 재밌고 근사한 경험이니까요. 혹시 아직까지 <오즈의 마법사>를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오늘이 바로 기회입니다. 저랑 같이 오즈의 세계로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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