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 물욕 먼슬리에세이 1
신예희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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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제목부터 강렬합니다. 얼마 전 SNS에서 화제가 되었던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을 패러디한 제목이겠죠? 강렬한 제목에 어울리는 유쾌한 내용의 에세이입니다. 일상에서 느끼는 개인의 경험을 담은 공감성 에세이인 만큼 원래 좀 쉽게 읽히는 편인데, 그걸 감안해도 너무 술술 읽혀서 좀 놀랐습니다ㅋㅋ 아마 책을 어려워하시는 분도 쉽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요? 얇고 가벼운데다 상당히 세련된 디자인의 책인데, 쉽게 읽히기까지 하니 금상첨화입니다ㅎㅎ


 아무래도 요즘은 돈을 아끼는 게 능사가 아닌 시대인 만큼, 어떻게 하면 돈을 잘 쓰면서 살 수 있는지에 다들 관심이 높은 것 같아요. 작가도 그렇고, 저도 마찬가지구요. 우리는 항상 뭔가를 소비하면서 살잖아요. 게다가 한 푼 두 푼 아낀다고 해도 미래를 도모할 만큼 큰 종잣돈으로 불리기에는, 지금 현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10년 벌어서 혹은 20년 벌어서 집을 살 수 있다고 하면 다들 허리띠를 졸라매겠죠. 하지만 평생 모아도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에서 아득바득 아끼기만 하는 건 너무 어리석은 일이에요. 사실 지금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소비는 그런 시대에서 탄생한 거나 마찬가지죠.


 어쨌든! 이왕 소비를 하려고 마음을 먹었어도 사실 K국에서 금수저 아닌 집안에서 태어난 보통 사람들이 갑자기 뚝딱 흥청망청하는 소비자가 되기도 어렵습니다. 신예희 작가는 자신의 취향과 우선순위가 분명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나름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그리고 그가 겪은 실패를 독자들도 모두 크든 작든 겪기 때문에 이 글이 웃기고 공감가고 재밌어지는 거겠죠? 특히 1장 소비의 죄책감 - 내가 벌어 내가 쓴다는데! 꼭지는 구절구절이 명대사로 가득합니다. 마음에 드는 것이 두고두고 아끼다가 똥이 되거나, 1+1이나 무료배송 문구에 혹해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지르거나, 대용량 물건을 잔뜩 사서 쟁여놓고 후회하는 경험은 누구한테나 있을 테니까요.


 단지 공감하면서 '맞아, 맞아' 하고 박수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왜 이런 소비 스타일을 가지게 되었고, 어떤 생각과 가치관으로 이렇게 소비를 하는지 또 만족스러운 돈지랄에는 뭐가 필요한지 일러주는 책입니다. 특히 작가가 강조하는 건 업데이트에요. 그냥 무작정 예전부터 이렇게 했으니까~ 하면서 뭔가를 하지 않고, 지금 현재 나의 상태와 감정을 잘 관찰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돈을 쓰라는 거죠. 20대와 30대, 40대의 자신에게는 우선순위가 분명 달라졌을 테니까요. 이건 바꿔 말하면 때로는 모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것, 좋은 것, 핫한 것, 인기있는 것! 부지런히 보고 듣고 써보고 해야 자신에게 딱 맞는 물건을 고를 수 있게 되니까요. 


 우선순위의 가장 맨 위엔 언제나 내가 있다. 무엇도 내 위에 있지 않다. 누가 뭐래도 그건 지킨다. 음식을 만들어 제일 맛있는 부위를 나에게 준다. 내 그릇엔 가 지은 새 밥을 담는다. 함께 식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좋은 걸 몰아주지 않고 공평평하게 나누어 먹는다. 영 손이 가지 않을 땐 아깝다는 생각을 저접고 음식물쓰레기로 처리한다. 난 이거면 된다며 복숭아 갈비뼈를 앞니로 닥닥 긁어 먹는 짓은 하지 않는다. 내 몸뚱이와 내 멘탈의 쾌적함이 가장 중요하다. 그걸 지키기 위해 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p.167)

 정말 멋진 선언문이에요! 특히 '난 이거면 된다며 복숭아 갈비뼈를 앞니로 닥닥 긁어 먹는 짓'은 하지 않겠다는 부분이요. 작가님에게는 그게 복숭아 갈비뼈겠지만, 저한테는 누가 다 발라먹고 남은 생선 꼬다리 부분이거든요. 아마 책을 보시는 다른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어떤 것이겠지요. 이건 단순히 나에게 좋은 걸 준다, 내 기분이 좋은 걸 한다는 걸 넘어서서 자신을 궁상맞고 비참하게 만들지 않겠다고 스스로 약속하는 거예요. 돈을 마구 쓰겠다는 것과는 다른 거죠. 스스로를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대접해주는 겁니다. 저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런 선언을 하고 그걸 지킬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진심으로요.


 원제는 <물욕>이었다는데, 드렁큰에디터에서 나올 두번째 에세이 가제가 <출세욕>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아예 '욕' 시리즈로 가도 괜찮았을 것 같아요. 물론 지금 제목도 시의적절하고 매력적이지만요~ 끝에 미리보기 형식으로 <출세욕>의 몇몇 글이 앞부분만 조금 실려 있는데, 첫번째 책만큼이나 솔직하고 공감가는 글이 될 것 같더라고요! 시리즈로 10권이 나올 것 같던데, 다음 책도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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