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으로 들어가 과학으로 나오기 - 사고 습관을 길러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들
리용러 지음, 정우석 옮김 / 하이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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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으로 들어가 과학으로 나오기>는 수학으로 시작해 물리 이야기를 거쳐 일상 생활 속에 스며든 과학 이야기를 하는 책입니다. 저는 '과학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입문서를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제가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조금 더 수준이 높은 내용이었어요. 고등학교 정규과정 이상은 배웠다는 전제 하에 이야기가 진행되는 듯한 느낌이 있거든요. 수식이나 공식을 아예 모르는 기초자가 개념을 잡기엔 조금 부적절합니다. 그보다는 여러분이 예전에 배웠던 수학 공식이 사실은 이런 걸 계산하기 위한 거였어요~ 하고 다시 한번 짚어주는 것에 가까운 느낌이에요! 


 예를 들어 루트라는 게 뭔지 알려주지 않고 냅다 공식에다가 루트를 집어넣는 식이랍니다. 미적분 얘기를 할 때도 아주 간단한 개념만 잡아주고는 바로 미적분 공식으로 넘어가는지라, 만약 로그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수학 공식을 봐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오히려 그런 만큼 수학-물리-과학상식에 대해 엄청 간략한 설명은 얻을 수 있어서 그런 용도로 책을 읽으시는 분들은 만족도가 높으실 것 같아요~ 저도 수학 파트에서는 공식 하나하나 이해하려고 하다보니 엄청 진도가 느리게 나갔는데, 미적분 나오면서부터는 그냥 전체적인 개념만 잡는다는 느낌으로 이해하고 넘어갔더니 책이 술술 읽히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수학] 파트에서는 페르마의 정리가, [물리] 파트에서는 블랙홀 개념이, [과학] 파트에서는 [별은 왜 흑백으로 보일까?] 하는 이론이 가장 흥미진진했습니다! 특히 페르마 같은 경우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 전문이 아닌 아마추어 수학자였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페르마의 정리를 설명해주는 책의 52~53페이지의 공식에 잘못된 점이 있었다는 겁니다. 2의 2의 n승이라고 적혀있어야 하는데 2의 2n승이라고 잘못 표기되어 있어서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아무리 읽어도 이해를 못 하겠더라구요ㅋㅋㅋ 2의 2의 5승, 즉 2의 32승이 되어야 하는 부분에서도 2의 3의 2승이라고 잘못 적혀 있어서.. 수학/과학을 다루는 책이니만큼 이런 공식상의 오류는 굉장히 치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2쇄부터는 빨리 수정이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블랙홀이라는 개념이 호킹 박사 생전에 증명된 적이 없었다니.. 이것도 처음 알았어요! 저는 너무 당연하게 '블랙홀'이라는 개념을 듣고 자라와서 당연히 우주 어딘가에 이런 구멍(?)이 있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얼마 전에 블랙홀의 존재를 관측했다고 전세계적으로 난리가 났던 게 비로소 이해가 되더라구요. 이전까지는 '빛조차도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는 절대적인 질량의 공간'이 우주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상정만 했지 증명되지 않았다는 게 정말 놀랍지 않나요? 질량이 너무나 크면 시간조차도 느리게 움직일 수 있다니, SF 단골소재가 영 틀린 헛소리는 아니었다는 거잖아요. (물론 증명되지 않은 이론들도 엄청 차용하긴 하지만요) 게다가 블랙홀 안에서는 시간은 양방향으로 흐르는지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데, 오히려 지금 현실 세계에서 자유롭게 오가는 공간은 블랙홀 안에서는 일방향으로밖에 움직일 수 없다니, 이런 모든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존재에 어떻게 매혹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최근 모든 과학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라는 게 이해가 갑니다.




 아무래도 아주아주 복잡하고 지금도 세계 과학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다루기 때문에, 엄청나게 간소화되어 있다는 게 느껴져요. 제가 보기엔 충분히 복잡한 공식을 가져다놓고 '이건 하나도 안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은 복잡한 공식을 줄인 겁니다' 하고 설명하지 뭐예요?!?? 아마도 원래 공식은 칠판 하나를 빼곡히 채울 정도로 긴데 그걸 짧게 줄였기 때문에 과학자=수학자인 저자 입장에서는 아주 간소하다고 느껴지나 봅니다ㅎㅎ


 1장 수학, 2장 물리를 넘어서 3장 우리 생활 속의 과학이야말로 제가 이 책을 펼치면서 기대했던 부분일 텐데, 다 읽고 나니까 왜 이런 구성을 취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겠더라구요. 책 전체가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A는 ~~~한 것이다> 하고는 앞장과 연관된 부분을 뒷장에서 설명하는 식이었습니다. 결국 앞부분을 소홀히 읽으면 뒷부분에서 진짜 흥미를 가진 내용이 나와도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읽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가 가장 재밌게 읽었던 '별을 왜 흑백으로 보일까?' 하는 부분에서는 블랙홀 문제에서 다루었던 <흑체복사>라는 개념이 나오거든요. 흑체복사가 뭔지 앞서 2장에서 이미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3장에서 나와도 연관해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어요. 이런 식으로 간략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많은 설명들이 순서대로 촘촘하게 깔려있어서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으시길 권합니다. 

  

 최근 들어서 이런 이야기들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지는 게, 아무래도 실생활에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긴밀히 관련이 있는 '수학'과 '과학' 특유의 매력에 빠진 것 같아요! 관련한 서적들을 좀 더 읽으면서 이 책에서 다뤄진 수많은 소재들을 하나하나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은 넓고, 과학의 세계는 아직 무궁무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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