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클리벤의 금화 1
신서로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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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요즘 가장 사랑하는 브릿G의 연재소설 <피어클리벤의 금화>가 드디어 종이책으로 정식 출간되었습니다!! 께이!!

 브릿G에서 온라인으로 읽는 것도 좋았지만, 저는 역시나 e북보다는 종이책 파라서, 아무래도 밤에 이불 속에서 손에 쥐고 넘겨가며 읽을 수 있는 종이책 쪽이 훨씬 더 좋네요. 그동안 한 편 한 편 외따로 볼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들을 한 호흡으로 쭉 읽어내릴 수 있다는 것도 너무나 마음에 듭니다. 이왕이면 4권까지 왕창 나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은 2권으로도 만족할게요ㅎㅎ


 <피어클리벤의 금화>는 정통 판타지 소설입니다. 온라인 연재처가 이토록 활발해지기 전의 판타지 소설 같아요. 이 말인즉슨, 최근 들어 판타지/모험/로맨스 등의 장르에서 자주 보이는 '반칙'이 없다는 겁니다. 요즘은 어떤 소설을 읽어도 대개 시작이 회귀나 환생 혹은 읽었거나 알고 있던 소설 속으로 어쩌다 주인공이 떨어지면서 시작되잖아요? 그건 곧 주인공에게만 정보가 주어진 세계라는 겁니다. 이런 성향이 유행하는 자체가 주인공들이 빨리 뭔가를 성취하고 장애물을 치우길 바라는 '사이다 서사'를 원하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관련되어 있지 싶지만.. 어쨌거나 이건 치트키이고, 기만이고, 반칙이죠. 주인공에 의해 미래가 조금씩 변한다고 해도, 정보를 알고 있는 주인공은 엄청나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합니다. 이걸 부정할 순 없죠. 솔직히 작가들이 게으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천편일률적으로 난무하는 설정입니다. 이제 그만 좀 나와줬으면 싶어요;;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피어클리벤의 금화>는 꽤나 매력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도 반칙을 하지 않는 세계거든요. 주인공인 울리케는 그저 가난한 영주 남작의 13자식 중 여덟번째 딸일 뿐이고, 그가 가진 배포와 담력과 용기와 언변은 결코 외부에서 아무 노력 없이 거저 주어진 정보에 기인한 게 아닙니다. 울리케는 소설 속 등장하는 다른 모든 인간들과 마찬가지의 정보만 가지고 있을 뿐이에요. 용의 환심을 살 만한 다른 어떤 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을 먹으려고 납치한 용으로부터 협상을 이끌어내고 집으로 돌아간 겁니다! 어떻게 그에게 감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1권 내내 울리케가 보여주는 담대한 모습은 도대체 어떻게 지금까지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는 인생을 살았나 싶을 정도로 놀라움의 연속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울리케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절대적인~ 모두의 사랑을 받는~ 이런 식으로 그리지 않는 것도 이 작품의 강점입니다. 세상에 어떻게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겠어요?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호의를 가진 사람이 있으면 악의를 가진 사람이 있는 게 세상 이치인데 말이에요. 특히 1권 후반부에서 울리케가 아무리 가난하고 거칠게 자랐다 해도 어쩔 수 없는 귀족 영애로서 가지는 태도의 한계가 잘 드러납니다. '아니 왜 이렇게 쓸데없이 입바른 소리를 해서 일을 망치나' 한탄스럽게 대처하는 바람에 일행들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해요. 하지만 독자들이 답답함을 느낄 수 있는 이런 부분에서도 작품의 가장 큰 절대자인 용 빌러디저드의 입을 빌어 이렇게 일러주죠.


 "......제가 이 사달을 일으켰다고 어찌 아십니까?" (중략)

 "내가 너를 모르겠느냐? 하지만 혼은 충분히 나되, 너무 스스로를 비하하지는 말아라. 잘 다루기만 하면 그것은 분명 둘도 없는 너의 장점이 될 것이다."


 결국 울리케의 퇴보(?)는 앞으로의 전진을 위한 떡밥에 지나지 않는다 이 말씀! 사실 주인공이라고 말을 하고 있고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울리케는 등장하는 많은 인물 가운데 한 명일 뿐이고 다른 인물들도 모두 매력적입니다. 우선 지고한 빌러디저드는 물론이고 말이 통하는 고블린 대장 아우케트, 일당백을 해내는 사연많은 모험가 4인 파티에 당돌한 류그나 소녀 시야프리테, 자신의 본분과 의무를 잊지 않는 피어클리벤 남작가의 사람들, 뭔가 모종의 음모를 꾸미고 있는 암흑 속의 반란자들, 그 사이에 끼어든 불행하고 조금은 멍청한 범죄자들, 그리고 1권 말미에 드디어 등장한 울리케의 맞수(ㅋㅋ) 크누드 서리엇까지! 인물들 하나하나가 그 세계에 정말 딱 그대로 있을 법하면서도 각자의 입장이 어지러히 얽혀있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모두가 주인공 킹왕짱의 세계를 만들어주기 위해 급조된 느낌이 나지 않는 게 가장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1권보다는 2권이, 2권보다는 그 뒷내용이 더 흥미진진한 소설이라 얼른 뒷권이 발간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습니다! 낯설고, 우아하고, 정치적이고, 그러면서도 흥미진진한 판타지 세계의 모험기를 원하신다면 지금 당장 <피어클리벤의 금화>를 손에 잡으시길 추천합니다. 피어클리벤의 금화! 재미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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