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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가 한국에서 개봉하였을 당시 미국에서 보지도 못하고

보고 싶은 마음에 여기저기 뒤지다 대충  내가 짐작으로 써본 글을 다시 퍼왔다..

최근에 씨디로 직접 보게 되었는데..

오히려 내글이 무색하게 이상하면 어쩌나 했던

순간의 걱정이 기우였음이 드러나 아주 반가웠다..

나의 통찰력이 새삼 자랑스러웠다라고 하면 자화자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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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으로부터..비평에 대한 변명?


나...조원이요..
그동안 여러 비평들을 쭉 훑어봤다오..
몇가지 하고 싶은 말 땜에 도저히 하늘에서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붓을 들었소..

참 아이러니컬 하지 않소?
영화에서는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복잡한 사회와는 상관없는 오락(?)을 즐겼음에도
이제 사후에 뭔가 할말이 있다는 것 말이요..

내 심리를 정확히 파악한 비평가가 한사람 있긴 했소..
유희정씨이라고...동아일보에 시네마 세라피 라는 글에서
나를 잘 알 수가 있을꺼요..
역시 정신과 의사라 영화의 다른 점보다도 나의 심리를 집중적으로 파악한 것이
참 흥미로운 분석이었소..
내가 산 조선 시대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니..뭐니 하는
번잡한 서양 용어는 들을 수가 없었는데..참 세상 좋아졌소..
나도 내 상태를 처음 확실히 알았다오..
그걸 보니 차라리 죽임을 당한 것이 이리도 다행일 수가 없었소..
이해 못하겠소?

만약 내가 어찌어찌하여 살아있다면..
숙부인을 책임져야할 고통에 시달렸을 것 같소..
내가 진정한 사랑을 만나 나 자신도 주체가 안되는데..
차마 숙부인을 데리고 사랑의 완성을 위해 시대를 거스르라 함은..
더더욱 어려운 법..
그렇다면 스캔들이 스캔들을 일으킬 용기가 없음이
당연한 귀결이 아니겠소?

하하하...눈치 채셨구료..
한겨레 릴레이 비평인가 ..
나 사실 그 비평보고 심히 속이 쓰렸다오..
정절녀 무너뜨리기를 통해 조선조 시대 질서에 대한 자유인의 저항을 드러내는 데
실패했다고..하더라오..

거꾸로 생각해 보오..
자유인의 저항을 나타나기 위해..
내가 숙부인과의 사랑의 완성을 쟁취하려고 노력하는 설정..
숙부인과 내가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이거나..
첫사랑이었던 조씨 부인의 뒤통수를 치는 모종의 음모..
만약 그런 설정으로 보았다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조원에게 가당치나 한게요??
내 숙부인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깨달았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개과천선을 하여..
그동안의 사회 은둔자적 생활에서 벗어나 시대에 앞장서
사랑과 계급의 자유를 위해 봉기라도 했어야 했단 말이요?

그럴 용기가 있었으면 오히려 나 조원은..
차라리 조씨 부인을 더 사랑했어야했소..
오히려 조씨부인의 사랑을 확인했더라면....
내가 그 콤플렉스가 치료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오..
여러 여자나 유혹하면서 선수인척 가장하다가..
막상 깊은 곳에 숨겨둔 조씨부인과는 도저히 대적 할 수가 없다고 느꼈을 때의 그 절망감..
유희정씨의 분석대로...
난..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때 드는 그 무력감과 불안에 맞설 자신이 없는
그런..불쌍한 놈일 뿐이라오..
겨우 춘화에 내 상징을 크게 그리며
내 맘속 깊은 곳의 불안함을 스스로 달래보는 그런 어쩔 수 없는 불쌍한 놈..
만약 조씨부인과 미리 사랑했더라면..
난..어쩌면 스캔들을 일으킬 용기를 낼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소..

아..그렇다고 내가 숙부인을 사랑한 것을 후회한다거나 하는 말은 아니오..
내 붓을 든 김에 마저 그녀에 대해서도 얘기해야겠소...
천주교를 믿던 그녀가..갑자기 나를 따라 자살을 한다..
하하하...
나 참 멋진 놈이지 않소?
그래도 내가 사람 하나는 제대로 보았소..
근데...그것이 그리 감정 과잉에 순정 멜로로 보이오???
숙부인이 왜..천주교를 믿었을 것 같소??
천주교를 믿으면서도 왜 은장도를 옆에 끼고 있었던 거요?
그녀 역시 못 느껴본 미지의 사랑에 대한
심한 두려움..
그것을 쏟아 부을 수 있는 대상으로
천주교를 택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오..
근데..참사랑을 알아버렸고..
그 사랑이 사랑하는 상대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데
그녀가 그럼 천주교에 귀의하여야 마땅하단 말이요????

영화의 역설은 정절녀로 보이던 그녀가 무너지던 순간에..
조선시대라는 더 큰 장애를 만나게 된다..
즉..겉으로 보면 정절녀이지만..그녀가 진정한 팜므파탈(악녀)이다.....
이란 글이 있었소..같은 한겨레 신문 비평가가 한 말이오..
지금 생각해 보니 숙부인 스스로 그걸 알고 있었던 것 같소..
그렇기 때문에 나 조원의 수작에 안 넘어가려고 발버둥치지 않았겠소?
다 나때문이오..
나 조원은 아무생각 없이 조씨 부인의 보상이 탐이나
매일하던 작업을 대상만 바꿨을 뿐 아니오?

아..이 시점에서 나와 조씨부인을 욕하거나..과잉평가하지 말아주오..
우린 그저 조선시대를 풍자나 하며 즐기는 기득권층 양반이었지..
시대를 뒤집어 보려는 그런 정치적 필요가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었다오..
오히려 성에 대한 그런 금지나..사회 관습이...
우리의 자그마한 오락에 더욱더 스릴을 느끼게 해줬을 뿐이오..
그 오락이 이토록 파멸을 가져올 줄은 조씨부인이나 나..미처 아무도 알지 못했다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숙부인 스스로 자신이 팜므파탈이었던 걸 알아버렸소..
그렇다면 그녀는 스스로 죄값을 물어야 하지 않겠소?
죽어야 하는 설정이 나에게는 지극히 당연해 보이오..
이 땅에서 해결할 수 있는게 과연 무어란 말이요?

이 찻잔속의 태풍마저도..
우리에게는 무시무시한 회오리로 부메랑처럼 돌아와
나..조원이 죽임을 당할수 밖에 없는데 말이요..


그러니..
진정 스캔들은 스캔들을 일으킬 용기가 없다는 말은..
거두어 주시오..
스캔들은 스캔들을 일으킬 용기가 없는 게 아니라..
진정한 스캔들을 일으키지 않은 게 당연하다오..

우린 애초에도 정치꾼이 아니었소..
그러니..사회적 정치적인 영화 해석은 사양하겠소..
조원에 대한 심리적인 분석없이 쓴 그대의 글에 욕심이 과해 보이오..

내 사실 여러 날 생각하다가..쓴 글이오..
마침 내 심리 상태를 쪽집게 집듯 찝어준
동아일보의 정신과 의사 유희정씨의 글이 반가와..이리 써보게 되었다오..
처음에는 이리 길어질 줄 몰랐는데..
긴 스크롤의 압박에 글을 읽어야할 독자에게 심히 미안하오..
원래 변명이 긴 법이 아니겠소?

진정..스캔들에 통하려면 그 글을 읽어야 할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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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영화에서 주제곡으로 쓰인 바흐의 무반주 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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