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국인, 중국음식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7
주영하 지음 / 책세상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문화사에서 '음식'은 점점 더 큰 의미를 띠어가고 있다. 설탕, 커피, 담배는 현대인의 주요 기호 식품이며, 하루라도 이것들 중 하나라도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돌변할 지 모를 지경이 이르렀다. 최근 이 기호 식품들의 의미를 정치사회적 관점에서 조명하는 책들이 번역되어 나오고 있다. 이는 일상성 탐구가 전반적인 사회현상 탐구의 주요한 방법론으로 주목받으면서 일어난 현상으로, 그동안 계급론적 관점에 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으나 우리 삶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 것이다.

주영하의 <중국, 중국인, 중국음식> 역시 이런 맥락에서 흥미롭게 읽어본 책이다. 중국음식하면 당장 짜장면, 짬뽕, 탕수육, 군만두 등이 떠오르게 마련인데, 우리는 막연히 중국음식이라고 생각하며 먹어오기는 했지만, 그 실체를 제대로 알지는 못했다. 그러나 중국 에 거주하며 그들의 문화를 연구한 주영하 선생의 재미있는 설명을 통해 우리는 한국화된 중국음식들의 후면에 놓은 역사와 중국음식을 통해 역추적된 중국식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요즘 현대 중국에 대한 접근이 지나치게 상업적 관심 위주로 흘러가는 세태는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도외시한 채 이뤄지는 경향이 다분하다. 만약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그 노력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없는 것은 물론 자칫 섣부른 접근의 화를 면치 못하게 된다. 그 점을 저자인 주영하 선생은 무척 우려하고 있다. 나 역시 동감하는 편인데, 지금 현대 중국에 대한 관심이 일반 독자층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건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문화 자체가 그다지 아직 보편성을 획득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 나라에 대한 관심은 우선 국경을 초월하고 공유할 수 있는 대중문화 자체의 보편성에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지금 현대 중국의 대중과 우리 대중 사이에 공유의 접점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중국이 생산한 대중문화가 우리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공유되는 시점일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이런 책들은 대중문화 탐구의 시원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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