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세계의 만남 한림신서 일본학총서 45
마리우스 B. 잰슨 지음, 장화경 옮김 / 소화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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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뉴스에서는 충격적인 보도가 흘러나왔다. 이토 히로부미(이등박문)를 암살한 안중근의 처형 장면이 스틸 사진으로 공개된 것이다. 물론 그 보도가 나간 이후 유족을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뉴스에 보도된 사진의 인물은 실제 안중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이견을 조심스레 내놓았다. 정작 여기서 문제 삼고 싶은 것은 우리들이 의사로 추모하는(그러도록 강요되어온) 안중근이 아니라 그 의거의 피해자가 된 이토 히로부미로 상징되는 일본이다. 이토는 안중근의 행위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악인으로 규정되었고, 우리에게 있어 이토는 소극적인 앎, 단순한 앎의 대상이었다. 우리에게는 적어도 일본에 한해서 보면 적극적 앎보다는 소극적 앎이 지배하고 있다. 여기에는 맹목적인 민족주의 이데올로기가 가로놓여있다. 민족주의가 끼친 해악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편견없이 일본을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길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의 95%는 일본에 대해서 관심도 없고 그 관심도 비이성적이다.

<일본과 세계의 만남>은 미국의 일본학 연구자 마리우스 잰슨이 지난 200여년간 일본과 세계의 만남을 외부인의 관점에서 기술하고 있다. 막부시대, 메이지시대, 20세기로 3분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이 책은 근대적 격변기마다 일본이 어떤 식으로 외부세계를 이해하고 대응해나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에게 있어 일본 역사는 다소 생소한 존재임에 틀림없지만, 비슷한 사정에 처해 있던 우리 역사와 대비적인 위치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한일 관계를 염두에 두고 읽어나가면 흥미롭기까지 하다. 특히 근대적 격변기의 몇 몇 인물을 거멀못삼아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어 지루한 느낌도 덜하고, 명료한 느낌을 주는 논리 전개가 일본 저서를 읽을 때와는 좀 색다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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