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제(聖誕祭)

 : 김종길 시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 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聖誕祭)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새 나도
그 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

초등학교 때.. 아마도 6학년 교과서였던 것 같다.
고등학교 이후론 시란 읽어보지도 않은 것 같은 내게
어째서인지 이 시는 이따금 생각이 난다.
아련한 추억과 함께... 흰 눈과 붉은 산수유의 시각적 대비...
이상하게 그리움이 묻어나는 시 한 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을 많이 읽고 싶다.

또 많이 읽어야 하는 직업이다... 이 직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아무리 바빠도 책을 읽어야만 하는게 장점이라면
읽고싶은 책과 읽어야하는 책이 부딪힐때 읽어야하는 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단점이다. ㅠㅠ 
그러다보면 내가 보고픈 책이 얌전~히 서가에서 먼지만 뽀얗게 앉고 있기 일쑤인데.. 아윽, 정말 가슴 아프다. 
뿐이랴. 보고픈 책을 못읽는 데 대한 스트레스로 새로운 책에 대한 소장욕구도 나날이 늘어만 가고, 독수공방 책들이 그렇게 늘어만 간다.

자고로 책벌레란 진실로 책을 먹는 벌레와 지식만 쏙쏙 빼먹는 벌레 두가지가 있지 않은가.
후자의 책벌레가 되려다가 먼지만 앉게하는 나는 전자의 책벌레에 가까와지는 느낌이다.

어쨌든 그 두 책벌레의 경계에서 계속 책을 소장할 수 밖에 없는 건
어느쪽이던 책을 좋아하는 벌레이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빨리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정말정말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