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위한 협상의 법칙
제시카 밀러. 리 밀러 지음, 조승연 옮김 / 연우출판사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프리랜서라는 직업은 협상할 일이 곳곳에 포진해있다. 소속이 없기때문에 끊임없이 협상해야하고, 협상을 얼마나 잘했느냐에 따라 만족할 대가를 받느냐마느냐가 결정된다.
벗트 그러나!
우리나라만큼 협상하기 힘든 나라가 또 있을까?

계약이란 계약은 두리뭉실 넘어가기 일쑤고 잘못될 경우 약한놈이 뒤집어쓰는 불합리조항이 득실거리며,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대충 일부터 시작하고보는 경우도 다반사. 또 계약직의 경우 연봉협상의 칼자루는 회사가 쥐고 있으니 안짤리면 감사하지 어디 월급 올려달라고 머리 써볼 틈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책을 볼때마다 귀가 쫑긋쫑긋한다. 비교적 협상의 상황에 자주 놓이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정말로 협상을, 자기 PR을 참으로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미덕은 여자의 입장에서 협상하는 법을 알려준다는 점이다. 제목만 그럴듯한게 아니고 내용도 충실하다. 여자나 남자나 뭐가 다르랴 하시겠지만, 본인은 남자처럼 덤볐다가 피본 적이 많으므로 이 책을 보며 공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남자나 여자나 협상의 가장 중요한 밑거름은 부드러운 화술이다. 말을 잘하건 못하건 신뢰와 호감을 주는 부드러운 분위기 위에서 좋은 협상이 이루어진다.(라고 한다) 그런데 가끔 남자들은 공격적이고 비판적으로 문제를 제시할 때 -나 잘났소 하고 밀어부칠때- 오히려 신뢰감을 더 얻기도 한다. 거꾸로 완벽함과 냉철함을 과시할 때도 상대를 휘어잡을 수 있다. 그러나 여자는? 역효과를 보기 십상이다.

이 책에서는 수많은 협상을 거쳤던 성공한 여성들의 성공담과 실패담을 적절히 인용한다. 많은 여성들이 남자처럼 공격했다가, 빠져나갈 구멍 없이 몰아부쳤다가 거부당하고 곤욕을 치른 적이 있으며, 의외로 협상 테이블에서 '여성스러움'과 '자기다움'을 강조했을 때 가장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고 말한다.

여성스러움은 흔히 직장여성이(수퍼우먼 또는 여성전사가) 버려야할 제1항목 쯤으로 여겨지곤 하는데, 사실은 여성스러움을 드러낼수록 남성들은 편안해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본인도 여성스러움이나 외모를(-_-;) 부각시킨 경험이 있는데 남성들과 협상할때 놀랍게도 그 효과는 100%였다. (한편 슬프기도 한 현실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전반적인 협상의 자세이지만, 이처럼 여성이 범하기 쉬운 실수나 편견을 짚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열독하고 협상하러 갔을 때도 얼렁뚱땅 상대의 페이스에 휘말리고 만 것을 보면 이것이 협상의 바이블이나 왕도는 아닌게 분명하다.

또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 협상의 현실은 세련되지도 정식 절차를 밟지 않는 경우도 많다. 현실과의 괴리감, 별 반개 깎는다. 게다가 이런 종류의 책은 읽는 상황에 따라 굉~장히 좋을수도 무덤덤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별 반개 또 감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협상에 관한 책들과 달리 '여성을 위해, 여성의 입장에서' 협상하는 법을 이야기해준 것은 얼마나 고맙고 유익한지 모른다.

끝으로 이 책에 나온 말 중에서 인상 깊었던 한구절.
'내가 아닌 다른사람의 대리인으로서 협상한다 생각하고 자신의 협상에 임하라'. 사람들은 특히 여성들은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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