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이 아쉽다

고백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오랜만에 서평을 보고 충동구매한 책이다.
초반 10페이지 가량은 지루해서 자주 손에서 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 지루한 내용이 모두 깔끔하게 요소요소에 배치된다. 

1장이 끝났을 무렵, 완벽한 하나의 복수가 이루어졌다고 생각된 순간, 과연 이 뒤의 이야기는 뭐가 있을까 의아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그 다음, 다다음 장까지는 후폭풍이 이어지면서 재미를 고조시켰고 책을 느리게 읽는 내가 반나절만에 독파하게끔 이끌었다.  

대단한 흡인력, 이라고 하기엔 후반부의 2장 정도는 동어반복이란 느낌이 들었다.
살인자 A,B군의 고백 부분이 식상한 인물이력으로 채워지긴 했지만 마지막 복수가 남아있을 거란 기대로 끝장을 보았고, 결과는............................................................. 아쉬움. 

서프라이즈로 끝날게 아니라 그 후의 모습이 한두줄이라도 묘사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복수는 덧없다거나 아무리 증오해도 똑같이 되갚아줘선 안된다는 말을 하려는게 아니다.
그토록 촘촘하게 파고들었던 이야기가 결국은 원점으로 돌아왔다는 느낌이 허탈한거다.
굳이 긴긴 내면의 탐구와 현실의 파장을 뒤쫓지 않았더라도 제1장으로 끝났을 이야기를 반복한 느낌. 이 이야기에서는 가장 중요한 피해자 유족, 유코의 그 후가 빠져있다. 마지막 복수를 한 후 유코의 삶은 어찌되었을까. 그것이 평화든 파멸이든 담담하게 한줄이라도 그려줬더라면, 이야기는 더 큰 착잡한 울림을 남기지 않았을까. 좀더 깊어지지 않았을까.  

재미있게, 또 충격적으로 읽었지만 책장을 덮고난 뒤 "좋은 책"이라고 추천하긴 미묘하다.
작가의 뛰어난 재능으로 점점 깊이를 더한 작품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