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역사
폴 콕스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글쎄, 하드장정을 넘기면 나타나는 엉성한 그림과 엄청난 제목이 모두 농담이다... 이렇게 생각하기엔 너무 값비싼 책이 아니냐는 생각이다. 좋은 평가와 예쁜 책모양을 보고 덥석 사려고 했다. 그러다가 서점에 서서 한장 한장 넘기기 시작했는데...점점 지갑을 꼭 쥔 손에서 힘이 풀리는 것이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나선 황당했다. 기대 미달.

우선 작가가 펼치는 유머는 직장인 유머라고 말하고 싶다. 산뜻하고 허를 찌르는 재치가 아니라 현실적인 틀 속에서의 유머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 복사기로 종이인간을 복사하고 널어서 말리는 것들... 처음엔 좀 재미있었다. 하지만 거듭될수록 상상력 고갈의 반증처럼 느껴져서, 차라리 [딜버트 이야기]처럼 대놓고 직장생활을 비꼬는게 상쾌하겠다.

그나마 이런 상상력이나 옛날얘기 분위기도 중반 이후엔 떨어지고, 빈약한 스토리는 점점 현실적인 분위기를 풍겨간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흔한 내용을 조금 상상력을 더해 채색한 듯한 느낌. 읽는 내내 책값이 머리 한쪽을 누르며 '뭔가가 나오겠지, 뭔가가 특별한게 있을거야...'라는 기대가 맴돌았지만, 그 이상이 없었다.

잘쓴 동화, 어른들을 위한 유머 그림책에 불과하다. 특별한 주제의식이나 새로운 메시지도 없다. 그림의 예술성이나 시각적 특이성도 없다. 그저 편안한 농담, 그림책. 그뿐이다. 그래서 읽고 난 뒤 책값이 터무니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또 이 점 때문에 이 책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처음부터 많을 걸 바라지 않고 읽는다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에, 주저주저하다 별 세개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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