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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와 사랑 ㅣ 홍신 엘리트 북스 15
헤르만 헤세 지음 / 홍신문화사 / 1992년 7월
평점 :
품절
초등학교 6학년때 멋도 모르고 -아니 빼곡한 글자와 두툼한 책, 어딘가 환상적인 두 주인공의 유년묘사에 매료되어- 서점에서 어린이날 선물로 집었던 책이다. 그리고 '재미'로 연달아 두번을 읽었던 책이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랬을까 싶다. 주인공 골트문트의 방랑은 육체적 쾌락에서 예술혼으로 점차 승화되어 가는데 그 과정이 중반 이후 지루했다.(그런데 어떻게 두번이나 읽었지?!) 에로틱한 남녀간의 묘사가 어린시절의 나에겐 쾌락으로만 여겨졌던 것일까? 나는 나르치스를 훨씬 좋아했다.
두 주인공은 종교와 예술, 지성과 감성, 논리와 즉흥, 절제와 자유를 대표하고 있다. 아아 그렇구나.. 어릴때는 그것까진 머리로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당시 느끼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인상은, 나르치스와 골트문트 모두 삶을 신념에 따라 산 인물들이었다는 것... 그래서 힘들고 어쩌면 너무나 편협한 인생이지만...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라는 것... 그것을 통해 넓고 풍부하게 세상을 체험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다.
그저, 내 어린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고 뭐라 표현할 수 없지만 광활한 인생도 소시민적인 인생도 결국 다를바 없는거야, 다르다고 해서 대립하는건 아닌데. 단지 신념에 따라 각자의 길을 가는 것뿐.. 자유...예술...아름다움...사랑... 이것들을 사랑한다. 하지만 헤세는 철저하게 방종과 쾌락을 이들과 분리하고 있다. 거쳐갈 수밖에 없는 동전의 양면같은 면면이건만, 후자를 따르면 남는 것은 허무한 늙은 육체 뿐이라고 단언한다.
이것이 내가 가슴으로 느낀 지와 사랑의 메세지다. 특별히 논리적 비평은 하고싶지 않다. 이렇게 느끼는 것이 훨씬 풍부한 기분이 들어 좋으니까. 그러고 보면 나는 골트문트의 삶을 따르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