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길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속을 걸어라  
갈대숲 속에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그대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가끔씩 하느님도 눈물을 흘리신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산그림자도 외로움에 겨워  
한번씩은 마을로 향하며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서 우는 것도 
그대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그대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그대 울지마라   

그대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정호승 작시, 작곡 이지상



노래가 안 나오면 여기로  http://blog.naver.com/likeamike/150007034136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에 곡을 붙인 이지상 아저씨의 노래, 시노래모임 나팔꽃의 첫 번째 음반에도 실려있다. 2000년 즈음부터 가끔 마주치며 그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으나 '사이판에 가면'이나 '베트남에서 온 편지' 같은 무거운 노래들이 그의 어두운(!) 인상과 더해져, 나는 그를 지레 재미없고 무겁고 진지하기만 한 가수 쯤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얼마 후 우연한 기회에 듣게 된 '철길'과 이 노래로, 얼핏 들어선 확 당김이 없는 그 목소리에 담긴 강인한 부드러움에 깊이 빠져들었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그걸로만 그쳤다면 이 노래는 그저 쓸쓸하고 아름답구나... 하고 말았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에서 나는 무던하지만 자상한 진심의 충고를 전해들은 느낌이었다. 이 노래를 정말 열심히 들었던 한 때가,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를 마음에 두고 혼자서 쌩소설을 써가며 두근두근 하던 시절이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시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아무래도 어울리는 선율에 실려 사람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노래가 주는 공감의 힘 만큼은 안되는 것도 같다. 

 누군가 외로움 같은 것에 대해 말할 때 나는 이 노래의 힘을 자주 빌리는 편인데, 그렇게 이 노래를 알게 된 선배가 지난 겨울에 했던 이야기가 가끔 떠오른다. 한나라당의 주성영 의원이 어느 자리에선가 자신의 애송시라며 정호승의 '수선화에게'를 낭송했었다는 신문 기사를 봤다는. 딱히 뭐라고 말해야 좋을 지는 모르겠는데, 그 얘기를 들었을 때의 충격(?)이 상당했다. 음... 역시 나는 너무나 편파적이고 거만했던 걸까. 혹은 '수선화에게'를 사랑하는 주성영의 감성 역시 인간이 가진 최소한의 공통분모라는 당위의 증거일까. 사실 별 중요한 얘기는 아니지만... 어줍잖게 정치적이고 극단적인 나는, 아직도 이런 게 참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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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8-13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꽤 혼란스러운 잣대가 될 걸요.
누군가를 마음에 두고 했다는 쌩쇼 이야기도 마음 편하게 글로 쓸 수 있는 날이 올까요.

waits 2006-08-13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써놓고 보니 괜히 이 노래가 꽤 사연 많은 노래같이 되어버렸네요. ㅎㅎ
누구건 '이런 인간'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다양성은, 언제나 혼란과 반성을 야기하는 것 같아요.